[주총 관전 포인트] "소액주주 총선후보에 달려갈까봐"…은행·KT·포스코 비상

이윤희 2024. 1. 2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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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앞두고 의결권 적극 행사
펀드 등 소유분산기업 정조준

최근 행동주의 펀드를 비롯한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들까지 자신들이 투자한 기업에 대한 관여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해보다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나 대주주를 압박하는 주주제안 등이 예상된다.

행동주의 펀드들은 지난해 적극 주주제안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변죽만 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상정된 주주제안 79건 중 승인된 안건은 9건에 불과했다. 그중 주주환원 강화 안건인 현금·주식 배당 요구와 주식 취득·소각은 승인율이 0%다. 단 한 건도 통과되지 못했다. 대부분이 주총에서의 표 대결에서 패했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행동주의 펀드에 국민연금 등 기관들도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며 적극 가세할 태세다. 일명 '주인 없는 기업'으로 불리는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이 올해 주주총회에서는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은행과 포스코(POSCO)·KT·KT&G 등이 집중 타깃이 될 전망이다.

아주기업경영연구소는 29일 발간한 '2024 정기 주주총회 프리뷰'에서 "소유분산기업의 최고경영자는 기업 경영 전반에 크고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자 추출, 사외이사 포섭, 우호 주주 확보 등을 통해 참호를 구축하고 연임을 도모하는 등의 병폐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의 사업다각화, 신시장 개척 등 경영 혁신을 통한 성과 창출 및 기업 경쟁력 확보는 등한시하고 최고경영자의 자리 보전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늘 존재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나 정치권에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에 개입한다는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에 국민연금은 기금운용본부 내 지배구조개선자문위원회를 설치해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방향을 제시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 관행'을 발표하기도 했다. 소유분산기업의 '황제 연임'에 제동을 건 것은 정부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 초반부터 소유분산기업의 대표이사 연임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고 지난 2022년엔 구현모 KT 전 대표가 물러났고, 지난해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연임을 포기했다. 특히 선거철에는 표심을 겨냥한 지배구조 개편 문제가 정당 차원의 단골 공약으로 등장해왔다.

행동주의 펀드는 달라진 상황을 활용해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의 취약점을 파고들고 있다. 플래시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는 KT&G 에 "사실상 영구 연임이 가능한 제도를 없애야 한다"며 서한을 보내 압박했고, 공채 출신의 백복인 KT&G 대표가 연임을 포기하면서 9년 만에 새로운 대표 선출을 앞뒀다.

소유분산기업은 아니지만 한국 대표 그룹의 지주격인 삼성물산은 지난 연말부터 팰리서캐피탈, 시티오브런던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화이트박스 등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들의 지주회사 전환과 자본 배분 등을 요구받고 있다. 토종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는 올해 다시 JB금융지주를 상대로 주주활동을 예고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주주 환원 강화 방안을 차질 없이 이행하도록 이사회 이사 후보 5명을 추천했다.

정우용 한국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지배구조 개선 취지에 대해서는 물론 공감하지만 행동주의 펀드의 진정성에 대해서는 의심이 되는 게 사실"이라면서 "지배구조 개선이 단기간 내 가능한 것이 아닌데 주가가 올라가면 몇 달 내 팔고 나가는 경우가 많고, 이는 결국 다른 주주들에게도 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행동주의 펀드가 다른 주주들의 충분한 공감을 얻지 못한 이유 역시 '진정성'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상장사들은 주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정책과 시스템을 마련해 지배구조보고서, 사업보고서, 주주총회 소집공고, 자사 웹사이트 등을 통해 주주들과 소통하는 노력이 필수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올해는 소액주주나 개미투자자들의 움직임이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4월 총선에 맞춰 여론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연초 불거진 홍콩H지수 주가연계지수(ELS) 투자 손실 문제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은 일부 정치권과 함께 정부와 국회, 5대 시중 은행 등을 상대로 손실보상을 압박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은 모기업인 금융지주가 상장사다. 금융권 관계자는 "홍콩 ELS는 문제는 이미 정치 이슈로 비화하고 있고 은행의 모회사인 5대 금융지주의 주총 핫이슈로도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주총 시즌에 선거가 맞물리다 보니 은행들로서는 주총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이윤희·신하연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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