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쿠오바디스 민주당

강병한 기자 2024. 1. 2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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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더불어민주당 상황이 아시안컵에 출전한 축구 국가대표팀 클린스만호와 비슷해 보인다. 클린스만호가 스타 선수들에 의존하며 아무런 전술 없이 우승할 수 있다고 믿는 것처럼,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에 취해 별다른 노력 없이 시간만 지나면 승리한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 클린스만호는 조별리그에서 예상 밖 졸전을 거듭했고, 우승 확률이 낮아졌다. 과연 민주당은 어떨까.

최근 주요 여론조사 결과는 민주당에 경종을 울린다. 여전히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낮고 정권 견제 여론은 높다. 그러나 정당 지지율은 백중세다. 여야 대표 직무수행 평가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밀렸다. 특히 중도와 무당층이 이 대표를 한 위원장보다 박하게 평가했다. 민주당에 불길한 소식이다.

물론 어떤 지표가 총선 승패의 결정적 변수인지를 두고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많은 국민이 정권심판 주체로 민주당을 못미더워한다는 점이다. 여론은 그 핵심 사유로 이 대표의 리더십을 가리키고 있다.

이 대표는 메시지 관리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정교하지 않고 즉흥적인 경우가 더러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12월28일 밤 배우 이선균씨 사망과 관련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가 수사권력에 무고한 국민이 또 희생됐다”고 적었다가 곧바로 삭제했다. 제1당 대표의 메시지는 당내 체계적 조율을 거쳐 절제되게, 그리고 전략적으로 발신돼야 한다. 선거를 앞둔 시점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집토끼 결집을 위한 통합 노력도 눈에 띄지 않는다. 전 대표와 현역 의원 3명이 탈당했고 친명·비명 갈등에 더해 친명·친문 논란까지 일고 있다. 강성 팬덤은 오늘도 이 대표에 이견을 낸 범야권 인사들을 찾아 징치하는 데 여념이 없다. 왜 민주당 지지자 중 69%만이 이 대표가 ‘잘하고 있다’고 평가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한국갤럽 1월 4주차 조사). ‘잘못하고 있다’고 답한 26%가 ‘수박’이겠는가. 그런데도 아직 이 대표는 공허한 ‘단합’만을 반복할 뿐 선거를 위해 필요한 통합 ‘쇼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선거제 논의는 민주당을 다시 ‘불신의 늪’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 대표의 책임이 크다. 선거제에 정답은 없다. 진보 원로, 의원, 당원의 설왕설래에 숨지 말고 자신의 입장을 밝히면 된다. 그것이 정치 지도자의 자세다. 병립형이냐 준연동형이냐는 선택이 아니라, 무책임한 침묵이 더 큰 리스크가 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SNS에 ‘민주당, 총선 박빙 열세…책임 두려워 위기 아닌 척’이라는 기사를 공유하며 “두려운 마음으로 경계하며, 낮은 자세로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남겼다. 민주당 인사들은 “당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목적”이라고 했다. 그런데 기사 고갱이는 이 대표에 대한 비판이다.

축구 전문가들은 앞으로 클린스만 감독이 포메이션 변화나 전술 구사를 하지 않으면 우승은 쉽지 않다고 말한다. 민주당 상황도 다르지 않다. 당내에는 “이 대표가 재판 대응에 에너지를 소진해 총선에 신경 쓸 여력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그리고 많은 의원들은 “이 대표는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쿠오바디스 민주당!

강병한 정치부 차장

강병한 정치부 차장 silverm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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