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쌀식품, 더 넓은 세계의 지평을 향하여
최근 미국 시장에서 냉동김밥이 ‘1인당 2개까지’라는 구매 제한을 걸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완판된 것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시청하고 K팝을 즐겨 듣는 미국 MZ세대가 열광한 덕분이었다. 냉동김밥이 즉석김밥과 영양학적으로 차이가 크지 않은 점도 한몫했다. 쌀알을 냉동하면 그 과정에서 저항 전분이 만들어지며, 이는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막는다. 냉동김밥의 인기 덕에 김과 밥의 수출도 증가하고 있다. 가공밥 수출은 지난해 10월 7900만달러를 돌파하여 전년도 한 해 수출 실적을 넘어섰다.
국내외 식품 소비 유행 중 하나는 ‘글루텐프리(Gluten-Free)’다. 밀가루 음식을 먹었을 때 속이 더부룩하거나 소화불량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들이 있다. 원인 성분은 밀에 함유된 단백질의 일종인 글루텐으로 알려져 있다. 글루텐은 밀가루 제품의 특징을 나타내는 성분으로 제빵, 제면 등에서 부풀어 오르거나 점착성을 갖는 특정 단백질이다. 그래서 글루텐에 민감한 사람들은 이 성분을 함유하지 않은 글루텐프리 식품을 섭취해야 하는데, 글루텐이 첨가되지 않은 대표적인 식품이 쌀이다.
무엇보다 가루쌀의 안정적 생산·유통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가루쌀은 가공 전용 신품종 쌀이다. 일반쌀과 재배 시기나 방식이 비슷하지만 성질은 밀과 유사하다. 매년 20만t 이상 남아도는 쌀을 빼면 곡물 자급률은 겨우 한 자릿수다. 옥수수는 5%에 불과하고 밀은 1%도 안 된다. 밀은 서구화된 한국인의 입맛으로 인해 수요가 급증했지만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밀을 대체할 작물이 시급한 상황에서 가루쌀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밀 수입을 줄이고 가루쌀로 대체하면 식량안보에도 도움이 된다.
한국산 쌀식품의 국내외 소비 확대 방안으로 선제적으로 다져야 할 것은 제품의 다양화이다. 현재 ‘K김밥·떡볶이’ 등이 눈에 띄지만 이들 제품에 더하여 국가별로 소비자 취향에 맞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외 식품 소비 유행을 고려한 간편, 건강, K푸드, 뉴트로 4대 시장 전략을 토대로 10대 유망 품목을 육성해 쌀 가공산업의 성장세를 견인할 계획이다. 10대 유망 품목은 간편 가공밥·죽, 도시락·김밥, 떡볶이, 냉동떡, 쌀 증류주, 쌀음료, 쌀국수, 혼합면, 쌀빵, 쌀과자이다. 또한 쌀 가공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원료 공급, 시설·경영, 연구·개발(R&D) 기반도 만든다.
쌀식품의 가공 기술 개발을 계속하여 제품의 품질을 높이고 다양화와 함께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면 국내외 시장에서 새로운 쌀 소비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맛과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국가적인 관리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차별화된 맛과 품질로 세계를 홀린 K쌀식품이 더 넓은 지평으로 향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황영주 농협중앙회 경주환경농업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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