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 적용해도 거대 양당은 손해 없었다

김도형 2024. 1. 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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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석 배분 방식을 놓고 더불어민주당이 연동형이냐, 병립형이냐를 저울질하며 유·불리를 따지느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준연동형제가 처음 적용된 2020년 총선 결과에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더라도 거대 양당의 선거 결과는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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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연동형' 21대 총선에 '권역별 비례' 계산해봤더니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비례의석수 큰 차이는 없어
미래한국당·정의당 1석 줄고… 국민의당·민생당 늘어
임혁백 더불어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4월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석 배분 방식을 놓고 더불어민주당이 연동형이냐, 병립형이냐를 저울질하며 유·불리를 따지느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준연동형제가 처음 적용된 2020년 총선 결과에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더라도 거대 양당의 선거 결과는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중재안으로 밀고 있는 권역별 병립형은 막판 여야 협상 카드다. 위성정당 논란이 불가피한 준연동형을 지속하거나, 과거의 병립형으로 후퇴하는 것을 막는 절충안이다. 민주당 지도부도 최근 힘을 싣고 나섰고, 병립형 복귀를 고수해온 국민의힘도 마다하지 않는 상황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결단'하면 선거제 논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김문중 기자

한국일보가 '김진표 중재안'을 지난 21대 총선에서 각 정당이 얻은 득표수에 적용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국민의힘과 민주당 등 거대 양당 의석수는 차이가 크지 않았다.

'김진표 중재안'은 전국을 수도권, 중부권, 남부권 등 3개 권역으로 나누되, 비례대표 47석을 각각 18석, 14석, 15석으로 배분하는 내용이다. 각 권역별로 정당 득표율만으로 비례대표 의원을 선출하는 병립형을 적용토록 했다.

지난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석 배분만 놓고 보면, 미래한국당(국민의힘 위성정당)이 19석, 더불어시민당(민주당 위성정당) 17석, 정의당 5석, 국민의당 3석, 열린민주당 3석을 얻었다. 여기에 '김진표 중재안'을 적용해 계산해보면, 한국당과 정의당은 각각 1석씩 줄었고, 민생당과 국민의당이 1석씩 늘어 한국당 18석, 시민당 17석, 정의당 4석, 국민의당 4석, 열린민주당 3석, 민생당 1석을 확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석 줄어드는 정의당 "권역별 군소정당에 타격" 반발

군소정당은 불만이다. 비례성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정의당은 비례 의석이 1석 줄었다. 지난 총선에서 9.67%를 득표했는데, 6.79%에 그친 국민의당과 같은 의석을 배분 받는다. 전국을 하나의 비례 선거구로 묶어 병립형으로 의석을 배분할 경우 1개 의석을 얻으려면 평균적으로 2.1%(47개 의석을 100으로 나눈 수치)의 득표율이 필요하지만 권역 병립형의 경우 수도권과 중부권, 남부권에서 각각 5.6%, 7.1%, 6.7%의 득표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9%를 얻으나 6%를 얻으나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호남에 기반을 둔 민생당의 경우 전국 3% 기준(봉쇄 조항)을 넘지 못해 의석 할당정당에서 배제됐다. 반면 중재안을 적용하면 호남지역 득표율이 6%를 넘어 1석을 확보할 수 있다.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도는 비례성이 악화되는 대신, 지역 기반 정당에 유리하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이에 정의당은 김진표 중재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본보 통화에서 "역대 최악의 안이다. 전국 단위 병립형 보다 비례성이 안 좋아지는 것"이라며 "표의 가치에 차이가 생겨 평등권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야권 성향의 소수정당의 반발을 무시하기 힘든 민주당 입장에선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이에 임혁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지역균형 안배가 가능하고 △소수정당을 배려(15석 정도 우선 배분)하는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가 국회에서 속히 타결되길 바란다고 거듭 촉구했다. 하지만 소수정당 배려까지 추가한 '임혁백 절충안'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선을 긋고 있어, 타결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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