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프로그램식' 직업 소개 거부감 든다"…2030 비난 쇄도 [이슈+]
'직업 표기법'에 불편함 표해
직업 소개 두고 패러디 다수 확산
"현실이 아닌 허상 같아 부정적 시선"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선 '취준생'(취업준비생)도 멋있게 그려지더라고요. 현실은 그렇지 않은데, 그 프로그램 나가면 저도 좀 '있어 보이는 사람'이 되는 건가요."
20~30세대 사이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가운데, 일반인 출연자들이 직업을 소개하는 장면을 두고 일부 부정적 여론이 나오고 있다. 이는 출연진이 직업을 소개할 때 누구나 알법한 친숙한 용어 대신, 영어로 된 단어로 바꿔 말하거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단어 등으로 바꿔 표현하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가령 '취업준비생'은 '외국계 패션 회사 지망생', '카페 아르바이트생'은 '바리스타', '안경 사업가'는 '아이웨어 최고경영자(CEO)', '법학과 대학생'은 '로스쿨 준비생'으로 표현되는 셈이다. 이는 화제를 모은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 시리즈에서 실제로 등장한 출연자들의 직업 표기법이다.
이를 두고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불편하다", "거부감이 든다"는 시청 평이 나왔다.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텍스톰이 '환승연애1'이 방영된 2021년부터 '환승연애3' 방영이 시작된 지난달 말까지 온라인상에서 '환승연애' 프로그램 관련 데이터 4만2179건을 분석한 결과, 부정 키워드가 32.41%를 차지했다. 다수 언급된 키워드로는 '거부감'(10.6%), '놀람'(4.05%) 등이 있었다.
'연애 프로그램 식 직업 소개법'을 두고 다양한 '밈'(meme·유행하는 사진이나 글)도 생겨났다. 복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확산한 "맥도날드 아르바이트생인데 연애 프로그램 출연하면 글로벌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 재직자로 표현되는 것이냐"는 글은 누리꾼들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한 유튜버가 자신을 '홈 프로텍터'(집 지키는 사람)라고 소개하며 패러디한 영상도 28일 기준 조회수 70만회를 달성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 영상에서 시청자들은 "연애 프로그램에서 직업 소개할 때마다 알 수 없는 불편함을 느꼈는데 속이 다 시원하다", "차라리 연애 프로그램에서도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한 사람을 최대한 '있어 보이게' 표현하고자 하는 듯한 연애 프로그램의 특징을 너무 잘 표현했다" 등 반응을 보이며 공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과 관련, 그만큼 젊은 층이 일반인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에 몰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앙대 문화예술경영학과 박사과정 장형민씨 연구팀이 20~30대이자 연애 프로그램 시청자를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시청자들은 출연자가 일반인이라는 점에서 동질감을 느끼고, 이들의 일상적인 대화나 행동을 본인의 경우에 대입하며 공감을 경험하고 있었다.
연구 참여자의 대부분은 프로그램 시청을 통해 가치관의 변화를 겪었으며, 타인에 대한 이해가 확장된다고 답했다. 일부 인터뷰 참가자들은 시청할 때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때도 있다고 답했다. 일반임임에도 프로그램에서 보여지는 외모와 직업 등이 대중과 괴리된 모습을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연구팀은 "미디어가 개인의 신념과 가치관에 변화를 주고, 나아가 다시 사회적 가치관의 형성에도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애 프로그램이 화제성을 확보하는 등 젊은 시청자 수요를 확보했음에도, 여러 이유로 부정적 시선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설문조사 전문업체 마크로밀 엠브레인을 통해 미혼남녀 총 300명(남자 150명, 여자 150명)을 대상으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관련 조사를 실시한 결과, 20~30대 미혼남녀의 61%가 해당 프로그램을 시청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해당 조사에서 연애 프로그램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52%로 긍정 평가자(48%)보다 더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부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로는 '현실성이 떨어져서'(35.3%), '지나치게 자극적이어서'(30.1%),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겨서'(19.9%) 등이 있었다.
논문 '연애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 전성시대'의 저자인 윤복실 서강대학교 미디어융합연구소 연구교수는 요즘 인기를 끄는 연애 프로그램을 두고 "연애부터 미래 가능성까지 무수한 것을 포기한 N포 세대(N 가지를 포기한 세대. 청년실업 세대)의 그림자를 바탕으로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전성시대를 마음껏 즐길 수 없는 이유가 된다"며 "그래서 완벽에 가까운 외모와 남다른 직업을 가진 출연자의 '판타스틱한 연애'가 매력적이지 않을 때도 있다. 현실이 아닌 허상 같기 때문이고, 리얼리티와 어울리지 않는 환상인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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