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재명 대표 지체말고 ‘준연동형 비례제’ 결단하라
총선이 71일 앞이지만 여야의 선거제 개편 논의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제 입장을 정하지 못한 여파다. 비례 의석수를 지역구 의석과 연동해 배분하는 준연동형제 유지,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 의석을 갖는 병립형, 전국을 3개 권역으로 나눠 비례대표를 뽑는 권역별 비례제를 놓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지도부가 권역별 병립형에 기운 것으로 알려지자 의원 80여명이 준연동형제 유지 기치를 든 민주당의 선거제 내분이 극심하다. 선거제 개혁으로 정치를 바꾸겠다고 국민과 약속했던 그 길을 가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인지 묻는다.
그간 민주당은 선거제 원칙을 유지해왔다. 이재명 대표가 대선 때 공약한 “표의 등가성이 보장되는 선거제, 비례대표 확대, 위성정당 금지”라는 골격을 훼손하진 않은 것이다. 준연동형제 유지 기조 속에 위성정당방지법 논의가 탄력을 받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이 대표가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병립형 회귀를 시사하자 내홍이 일었다. 지도부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며 물러섰고, 이 대표는 선거제 의총에 불참하며 침묵했다.
그러다 정청래 최고위원이 “선거는 자선사업이 아니다”라며 병립형 전 당원 투표제를 주장하면서 격론이 재연됐다. “권역별 병립형을 도입하되 3% 이상 득표한 정당에 비례 일부를 배분”(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하자며 병립형 회귀 비판을 무마하는 방안까지 나왔다. 명백한 대국민 약속 위반이다. 병립형 회귀는 민주당이 1당에 도전하기 쉽다는 셈법이 깔렸지만, 제1야당-야권-시민사회가 분열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걸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실제로 국민의힘과 병립형을 합의하면 민주당의 정권심판론이 거대 정당의 ‘야합’ 프레임으로 공격받고, 정치 혐오를 키워 투표율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 점에서는 연동형이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야권연대가 주도해 정권심판론을 키우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이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동안 총선 지형은 요동치고 있다. 탈당과 제3지대 창당이 거대양당을 압박하고, 국민의힘은 위성정당 창당 절차에 돌입하며 당리당략을 노골화하고 있다. 이중고에 시달리는 민주당을 지켜주는 힘은 국민 지지뿐이다. 정권 심판·야권 승리 의지를 키우려면, 민주당이 정치개혁의 명분과 민주진보 세력의 연합 정신을 살려 “준연동형제 이상의 후퇴는 없다”고 선언하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다. 이제 이재명 대표 결단만 남았다. 그 결단에 이 대표 개인은 물론 민주진보 세력의 운명이 달려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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