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세기 도피 생활한 '전범 기업 테러범', 자수 나흘 만에 숨져

'동아시아 반일 무장전선' 조직원
기리시마 사토시, 말기암으로 사망
"마지막은 본명으로 죽고 싶다"

지난 28일 도쿄의 한 전철역 벽에 1970년대 일본 전범 기업에 폭탄 테러를 일으킨 무장단체 '동아시아 반일무장전선'의 조직원 기리시마 사토시(아래 우측 포스터 중 오른쪽 사진)의 수배 전단이 붙어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1970년대 일본 '전범 기업'의 본사와 공장을 잇따라 폭파했던 무장단체 '동아시아 반일무장전선'의 조직원이 범행 49년 만에 자수했지만 불과 나흘 뒤 사망했다.

29일 현지 공영방송인 NHK에 따르면 자신이 수배 중인 기리시마 사토시(70)라고 밝힌 남성이 이날 오전 입원 중이던 일본 가나가와현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그는 지난 25일 자수할 당시 말기 위암으로 매우 위중한 상태였다.

'우치다 히로시'라는 가명을 쓰고 있던 그는 병원 관계자에게 "(삶의) 마지막은 본명으로 맞이하고 싶다"며 신원을 밝혔다. 병원의 연락을 받고 그를 조사한 경시청 공안부는 '기리시마 본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DNA 검사 등을 통해 정확한 신원을 밝히려 했지만, 그가 사망함에 따라 처벌은 불가능해졌다.

기리시마가 활동했던 동아시아 반일무장전선은 무정부주의 성향의 무장단체로 1972년 창설됐다. 1974~1975년 미쓰비시중공업, 미쓰이물산 등 전범 기업을 "아시아 침략에 가담하는 기업"이라며 표적으로 삼아 총 12차례의 폭파 사건을 일으켰다. 특히 1974년 8월 30일 있었던 미쓰비시중공업 사건 때는 8명이 사망하고 380명이 부상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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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