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이전` 호재 옛말… SK오션 등 줄줄이 약세
포스코DX·비에이치 등 지지부진
"펀더멘탈 차이서 괴리 올 수도"
최근 코스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상장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대형 지수 편입 시 대규모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뱀 머리' 대신 '용 꼬리'를 택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전상장=주가 상승'이라는 기존 공식이 무색하게 막상 이전상장 후에는 주가가 약세를 거듭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엘앤에프는 코스피 이전상장 첫날 전거래일 대비 1만4300원(-8.97%) 급락한 14만5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03년 1월 코스닥에 상장한 엘앤에프는 이차전지 양극활물질 제조업을 영위하는 회사다. 지난해 이차전지 열풍에 힘입어 주가와 시가총액이 각각 연간 10% 이상 성장하며 코스닥 시총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이전상장을 추진, 지난 16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아 보통주 3624만7825주가 이날 코스피에 상장됐다.
자본시장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기업이 이전상장을 결정하는 배경에는 기업 인지도가 높은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함으로써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을 확대하고 기업 가치를 제고한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코스피200 지수 편입 시 자금 대량 유입을 통한 주가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 시장 수요 부진 우려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만큼 엘앤에프의 코스피200 지수 편입은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규상장 대형주 특례조건을 충족하려면 매매 거래일 기준 15일간 일평균 시가총액이 상위 50위 이내로 유지돼야 하는데, 이날 종가 시가총액(5조3000억원) 기준으로는 코스피 상위 67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엘앤에프가 지난해 4분기 매출액 6468억원, 영업적자 2804억원을 기록하면서 '어닝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한 것도 투자심리 위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지난 한 해 코스피로 이전상장한 기업들도 주가가 지지부진 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4, 6, 8월 각각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한 SK오션플랜트(-26.33%)와 비에이치(-32.57%), NICE평가정보(-16.42%)는 코스피 상장 전일 주가 대비 현주가(29일 종가 기준)가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개장일이 코스피 이전상장 첫날이었던 포스코DX의 경우에도 이날까지 23.32% 급락했다.
이전상장이 호재로 받아들여지던 기존 시장의 인식과는 상반된 흐름이다.
한국거래소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코스닥시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한 기업 중 12개 종목(신세계푸드·무학·동양네트웍스·코오롱아이넷·에이블씨앤씨·하나투어·한국토지신탁·동서·카카오·셀트리온·더블유게임즈·포스코케미칼)을 대상으로 주가를 분석한 결과, '공시일-20일에서 공시일+20일'까지 누적 초과 수익률은 8.22%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양의 수익률을 보였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전상장에 대한 기대감과 실제 기업의 펀더멘탈(기초체력) 차이에서 괴리가 올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지적이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공식처럼 인식되던 '코스피 이전상장=주가 상승' 전망에 다소 보수적"이라면서 "신규 지수편입 이후 자금 유입은 일시적 주가상승 동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차전지 업황 개선과 엔앨에프 펀더멘탈의 유의미한 변화가 없다면 구조적인 주가 저평가 해소 또는 주주가치 극대화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벤트성 등락이나 단순 비교보다는 코스닥 유사기업과의 비교나 장기 주가 추이, 투자자 구성의 변화 등을 복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면서도 "기업은 일반적으로 코스닥 대비 상위 종목이 포진해 있는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 상장하면서 플러스 알파를 기대하지만, (주가 상승 여부는) 기업이나 업종의 특색에 따라 차이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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