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간첩 활동 혐의’ 前민노총 간부들, 위헌제청 신청…재판 지연될 듯
북한으로부터 지령을 받아 간첩 활동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전 민노총 간부들이 1심 재판이 대부분 마무리된 시점에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국가보안법은 위헌’이라는 취지인데, 이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재판은 멈춘다. 법조계에선 “재판 지연 전략을 꺼내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간첩 등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 민노총 조직쟁의국장 석모씨와 전 민노총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김모씨, 전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 부위원장 양모씨, 전 민노총 산하 모 연맹 조직부장 신모씨 등은 최근 수원지법에 국가보안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했다.
위헌법률심판 제청은 법원에서 재판 중인 해당 사건에 적용될 법률의 위헌 여부가 문제가 될 때, 피고인 등 소송 당사자들이 헌법재판소에서 판단해줄 것을 요청하는 것이다. 제청이 받아들여지면, 헌재의 최종 결정이 날 때까지 재판은 중단된다. 앞서 석씨 등 피고인 측 변호인들은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면서, 국가보안법 위헌 소지 등을 근거로 들며 무죄를 주장해왔다.
수원지법에선 2011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던 ‘민주노동자 전국회의’ 관계자들이 2017년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내 재판이 멈췄다가 지난해 12월 22일 6년 만에 재개되기도 했다.
석씨 변호인 측은 지난 25일 수원지법에 기일 변경신청서도 냈다. 석씨 등은 캄보디아 등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캄보디아 대사관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를 확인한 뒤 변론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검찰은 ‘기일 변경을 불허해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냈지만, 재판부는 석씨 측의 신청을 받아들여 당초 오는 31일 예정됐던 공판기일을 3월 18일로 변경했다.
이번 공판기일 변경으로 사실상 새 재판부가 이 사건을 맡게 됐다. 이 재판을 심리하는 수원지법 형사14부(재판장 고권홍)의 배석 판사가 다음달 법관 인사에서 바뀔 예정이기 때문이다. 새 재판부가 꾸려지면 증거조사 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해 선고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검찰은 오는 31일 예정됐던 재판에서 변론 종결 후 구형할 예정이었다. 이르면 2월 중 선고를 전망하고 있었다고 한다.
앞서 석씨 등은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한 달 만에 번복하면서 재판을 지연시키기도 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여러 재판 지연 전략을 통해 사실상 재판을 안 받겠다는 것”이라며 “재판 지연은 국가보안법 혐의 간첩 사건의 특징인데, 재판부에서 끊어낼 것은 끊어내야 재판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석씨는 2018년 10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총 102회에 걸쳐 북한 지령문을 받고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7년 9월과 2018년 9월엔 중국과 캄보디아 등 해외에서 직접 북한 공작원을 접선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민주노총 내부 통신망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이 기재된 대북 보고문을 북한 측에 전달하고, 북한 지시에 따라 민노총 위원장 선거 후보별 계파 및 성향, 평택 미군기지·오산 공군기지 시설·군사 장비 등 사진을 수집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나머지 3명도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을 만나거나 지령에 따라 간첩 활동하는 등의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모두 지난해 보석 신청이 받아들여져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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