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총선 겹친 주총… `지배구조` 주목하는 행동주의
FCP 등 주주 제안·활동 예고
소액주주 연대 움직임도 주목
기업들에 적지 않은 압박될듯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벌써부터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여기에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가 활발해지고, 총선을 앞둔 소액주주 연대의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기업들은 비상이다. 경영권 분쟁이나 횡령·배임 등 사고가 발생했거나 실적악화·주가하락 등의 이슈가 있는 기업들은 벌써부터 주총 대비에 착수했다. 선거와 맞물려 올해 주총장은 어느해보다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월 중순부터 시작될 2024년 정기주총을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인 플래시라이트캐피널파트너스(FCP), 얼라인파트너스, 차파트너스, VIP자산운용, KCGI자산운용 등이 주주 제안·활동을 예고했다.
FCP는 "KT&G의 전·현직 사외이사들이 감시 의무를 소홀히 해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며 지난 10일 KT&G 감사위원회 위원장에게 상법상 주주대표소송 요건 중 하나인 이사책임추궁소송 제기 청구서를 발송했다. 대상은 백복인 현 KT&G 사장을 비롯한 전·현직 사내외 이사 21명이다.
차파트너스는 홍영식 남양유업 회장에게 170억원의 퇴직금을 지급하는 정기주총 안건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JB금융지주 측에 총 5명의 이사회 후보를 검토해달라며 명단을 전달했다.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는 지난해 말 삼성물산 측에 명확한 자본 배분 계획 도입을 요구했다. 영국계 팰리서캐피탈도 최근 삼성물산에 대해 주가 부양을 위한 지배구조를 개선을 촉구했다.
행동주의 펀드들은 실제 지분율은 낮지만 기업들에게는 적지 않은 압박으로 작용한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와 손을 잡는다면 주총 표대결에서 승리할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는 여론전에 능한 소액주주 연대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최근 몇년 간 행동주의 펀드들의 배당제안, 자기주식 취득·소각 등 주주환원과 관련한 주주제안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상법에 따르면 주주제안은 주총일 6주 전까지 해야 한다. 올해도 이달 말부터 2월 초 사이에 구체적인 주주제안의 내용이 전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특히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개편, 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 경영권 분쟁 심화, 개선된 배당 정책 등이 주요 이슈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됐다. 증권 업계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주주제안 내용이 공개되면 주총을 앞둔 힘겨루기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주기업경영연구소 관계자는 "지난해 정기 주총에서 주주제안 안건이 거의 부결됐지만 올 정기 주총에서도 행동주의 펀드나 기관들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는 지속될 것"이라며 "특히 올해 정기 주총에서 기업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금 화두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 "한국 증시의 저평가 원인 중 하나로 주목받아 온 배당 절차 개선에 대한 정관 변경 안건이 다수 상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우용 한국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지배구조 개선 취지에 대해서는 물론 공감하지만 행동주의 펀드의 진정성에 대해서는 의심이 되는 게 사실"이라면서 "지배구조 개선이 단기간 내 가능한 것이 아닌데 주가가 올라가면 몇 달 내 팔고 나가는 경우가 많고, 이는 결국 다른 주주들에게도 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행동주의 펀드가 다른 주주들의 충분한 공감을 얻지 못한 이유 역시 '진정성'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 정 부회장은 "정치권에서 최근 소액주주 표를 얻기 위한 여러 규제들을 내놓고 있다"며 "일부 기업에 해당하는 문제를 포커싱해 상법 개정 사항을 시행령으로 개정하는 등 다수의 선량한 기업이 불필요한 규제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800만원 강남 조리원 입소한 NYT기자 "낮은 출산율 알겠다"
- "해병이 차렷도 못하냐" 후임병 때리고 흉기 위협한 20대…법원 판단은
- 갑자기 얼음이 `우지직`…4살 아들 살리고 사망한 美 아빠
- 번화가 한복판 `홍대 무인사진관`서 성폭행한 20대…징역 5년 선고
- 정용진, 美 톱모델 지지 하디드와 `찰칵`…"억측 마시길"
- [트럼프 2기 시동]트럼프 파격 인사… 뉴스앵커 국방장관, 머스크 정부효율위 수장
- 거세지는 ‘얼죽신’ 돌풍… 서울 신축 품귀현상 심화
- 흘러내리는 은행 예·적금 금리… `리딩뱅크`도 가세
- 미국서 자리 굳힌 SK바이오팜, `뇌전증약` 아시아 공략 채비 마쳤다
- 한화, 군함 앞세워 세계 최대 `美 방산시장` 확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