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폴리시, 최고 정책전문가가 말한다] 상속세 개편과 反부자 정서

2024. 1. 2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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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진 K정책플랫폼 경제위원장 ·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7일 '과도한 상속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면서 상속세 개편에 대한 논쟁을 촉발하였다. 다만 주제의 민감성을 인식해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전제를 달았다.

한국의 상속세는 유산총액 기준의 유산세 형태로 명목 최고세율이 50%로 일본(55%) 다음으로 높다. 대주주 할증과 세율을 고려하면 60%에 이르러 OECD 37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리고 24년째 그대로인 과표구간과 4조9000억 원(2021년)에 이르는 상속세가 매해 증가 추세라는 점도 세제개편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상속세에 대해 '징벌적 과세'라며 인하를 주장하는 측이 있는 반면, '세수 감소'와 '부자 세습'을 근거로 높은 세율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측도 있다.

상속세 개편 주장은 낙수효과 강화 및 자본유출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낙수효과는 경제활성화가 목적이다. 정부가 직접적으로 부유층의 세금 부담을 완화하지만, 간접적으로 보면 기업가치 상승 및 고용창출 더 나아가 소득분배 개선 및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이다.

윤 대통령의 설명처럼 과도한 세율은 기업들의 가업승계 유인을 약화시켜 오히려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자본시장의 발달을 저해해 소액주주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물가상승에도 변동 없이 24년째 그대로인 과표구간과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상속세율은 자본유출 우려를 일으킨다. 우리의 상속세율은 OECD 37개 회원국 중 가장 높다. 특히 스웨덴, 캐나다 등 15개국은 상속세가 아예 없다. OECD 상속세율 평균이 15%에 불과하니 한국의 상속세율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한국 부유층의 미국, 싱가포르 등에 대한 투자 이민이 증가하는 것도 이러한 높은 세율 탓이 크다. 지난 2015년 프랑스 정부가 75%까지 올리려던 소득세율 정책을 폐지한 것도 '세금 망명'이라고 부를 정도로 이민 증가와 자본 유출이 일어난다면 세수증대 효과도 미미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문제는 상속세율 인하에 대한 반발도 상당히 존재한다는 현실이다. 우리 사회에는 '부의 세습'에 대한 우려로 반(反)부자·반기업가 정서가 아직도 강하게 존재한다. 상속세 개편이 국민적·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한 이유이다. 정부 조세정책은 경제활성화만이 아니라 소득분배 개선이라는 형평성 제고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상속세율 인하로 인한 낙수효과를 국민이 체감하려면 시간이 오래 소요되므로 정부는 먼저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 사회는 대기업에 대한 반대보다는 이들을 소유하고 있는 기업가들에 대한 반대 정서가 강하다. 아직 국민들은 한국의 부유층이 보유하고 있는 부에 대한 정당성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들의 배임, 경영권 불법 승계, 탈세, 일감몰아주기 등 불법적 행태만 아니라 폭행, 마약, 재산분쟁 등까지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의 반부자·반기업가 정서는 그간 매우 커져 왔다.

우리 사회에서 부유층의 '노블리스 오블리주' 정신은 아직 부족하다. 2022년 세계경제포럼 개막 직전에 미국과 유럽 102명의 부유층이 자신들에게 세금을 더 부과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을 보면 더 그렇다.

상속세에 대한 상반된 의견에도 불구하고 이번 윤 대통령이 쏘아 올린 상속세 개편 제안에 대해 진지하게 사회적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 개편의 기본방향으로 먼저 경제활성화와 형평성 목적 달성이라는 정책 조화가 필요하다. 상속세율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수준, 즉 OECD 회원국 평균 수준으로 인하하는 것도 합리적이라고 본다.

다만 전제는 있다. 정부나 기업가들이 주장하는 낙수효과 주장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반부자 정서를 해소해 부의 축적에 대한 정당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하여야 한다. 특히 부 축적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불공정 혹은 불법적 행태를 기업가들이 그만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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