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日에 밀리는 韓경제, 새겨야 할 교훈
일본 증시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3일 닛케이 225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3만6546을 기록했다. 종가 기준으로 3만6000선을 넘어선 것은 버블 경제가 무너지기 직전인 1990년 2월 이후 34년 만의 일이다. 닛케이지수는 1년 전만 해도 2만6000선이었고 지난해 5월 3만선을 돌파하면서 1년 동안 28% 상승했다. 닛케이지수 최고치는 버블경제가 시작되기 직전 1989년 10월 3만8915가 최고점이었으므로 현재의 닛케이지수는 최고점의 93.6%까지 도달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 증시가 계속 상승하면서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30년'의 불황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강한 모멘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로는 첫째, 일본 경제가 우크라이나 전쟁, 하마스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부터 정치·안보 면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지속적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일본의 기시다 정부가 인기는 없을지언정 미국의 '트럼프 효과'라든가 중국의 시진핑식 '통제 경제로의 회귀 위험'이 없다는 점이다. 그 결과 글로벌 투자가들은 일본 엔화 주식을 안전자산으로 간주하고 있다. 일본은 중국 대만 한국에 비해 국내정치적 정책 변경의 리스크도 훨씬 적다고 국제투자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물론 대만·북한 리스크가 있기는 하나 일본으로서는 일차적인 방위 리스크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꾸준히 주도하고 있는 양적 완화정책으로 엔화가치 약세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짐으로 인해 일본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투자유치 지원에 힘입어 대표적 반도체 전공정 장비기업(도쿄 일렉트론)은 물론 후공정 장비기업(너드반테스트, 교세라, 호아 등)이 견조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제조업 중심 주가상승 추세가 일본의 전통 주력산업(자동차, 섬유, 화학 및 기계)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도 주목거리다.
토요타자동차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역대 최대인 2022년을 뛰어넘어 4조엔(약 36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망돼 토요타의 주가는 28.3% 상승했다. 유니클로의 모기업인 패스트리테일링의 시가총액은 최근 역대 최대인 120조원까지 치솟아 국내 대표 반도체기업인 SK하이닉스(약 103조원)를 능가하면서 14.3% 상승했다.
셋째, 일본 정부에 의해 올해부터 시작된 신(新) 소액투자 비과세제도(NISA)의 도입으로 일본의 전통적 소액투자 계층이 저금리 저축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소액투자 비과세계정은 예금, 적금, 주식, 채권, 펀드에 대한 투자수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주기 때문에 '꿈의 통장'으로 불리고 있다.
이와 같은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30년'으로부터의 탈출과 회복이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것은 무엇인가? 최근 한국 경제는 포퓰리즘적 경제정책이 만연하는 가운데 중장기적으로는 인구감소에 따른 연금 문제, 복지후생 문제, 노동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한국적 '잃어버린 30년'에 진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일본 경제의 회복으로부터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첫 번째 교훈은 '경제이론에 충실한 중장기 경제정책'의 일관된 입안과 집행이 있어야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정치가 안정돼야 중장기 경제정책의 일관된 집행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일본 정부가 인기는 얻지 못했지만 아베노믹스로부터 '경제회생'의 가치를 내걸고 '통화의 양적완화'라는 경제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했다.
이러한 정책은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교수가 '불황경제의 복귀(The Return of Depression Economics)'(1999)에서 일본 경제의 회생을 위한 유일한 정책으로 일관되게 주장해 온 정책이다. 일본 경제가 장기 불황의 시작으로 저금리 속 '유동성 함정'에 빠져 있으므로 통화의 양적완화로 인플레이션 유발-투자심리 고취-저축 증대의 선순환을 밟아 나가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만 일본 정부는 1990~2010년 20년 동안 케인즈적 재정지출 확대 정책만 되풀이하면서 실기(失期)했을 뿐이다.
한국 경제도 포퓰리즘에 빠져 대규모 인프라 투자(공항·항만·지방공기업)만 할 것이 아니라 전통적으로 강한 제조업(자동차·화학·기계·조선·섬유) 중심적으로 '제2의 투자전성시대'를 도모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정부의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은 큰 의미를 갖는다. 다만 반도체 최종 조립과 관련된 선공정·후공정 연관산업 조성에도 많은 지원과 투자 유치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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