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 당연"…호르몬 체계도 망가진 '가습기 살균제' 피해 아이들

김수빈 2024. 1. 2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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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얼마 전 항소심 법원이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에 유죄를 선고했는데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에겐 법적 판단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의 건강이 더 걱정입니다.

호르몬 체계까지 망가진 채 지쳐가는 아이들의 일상을 김수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엄마 뱃속에서부터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됐던 한 대학생.

생리가 멈추지 않아 매일 위생용품을 차야 합니다.

<이우신 /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어머니> "고3 때부터는 아예 그냥 멈추지 않는 증세가 됐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임약 먹어서 울렁거리는 불편함보다 차라리 이게 더 편하다는 …"

또 다른 피해자의 어머니는 아이의 성호르몬 관련 수치가 너무 높아 걱정입니다.

또래보다 빠른 2차 성징에 인위적으로 호르몬을 조절해야 합니다.

<채경선 /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어머니> "성조숙증 증상인 거 같아서 검사를 해봤더니 20이 나왔습니다. (정상 수치보다) 무려 4배가 넘었고, 정상적으로 크던 아이가 호르몬 이상이 생기는 원인이 뭔지 그건 의사 선생님도 모른다죠."

호르몬 체계가 엉망이 된 아이들은 독한 약을 달고 살아야 합니다.

<김영희(가명) /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이 아픔을 멈출 수 없고 기분 나쁘고 사람 고문하는 듯한 이 울렁거림이 이게 진짜 지옥…"

전문가들은 성조숙증의 경우 난임이나 불임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임종한 /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나이가 들게 되면서 호르몬 발달이 이루어지는데, 발달 과정에 이상이 생기는 겁니다. 살균제가 호르몬의 불균형을 가져다줘서 성조숙증을 가져다주는 연구 보고도 있기 때문에…."

피해를 주장하는 것만으로도 힘겨운데 매년 받고 있는 건강 모니터링에는 관련된 내용 설명이 없고 병원비도 오롯이 피해자 가족 몫입니다.

13년이 지난 지금, 무섭기만 했던 병원이 훌쩍 커버린 아이들에게는 이제 너무도 익숙한 곳이 돼버렸습니다.

한편, 지난 11일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을 뒤집고 "살균제 사용과 폐 질환 등의 구체적 인과관계의 신빙성이 인정된다"며 제조·판매사 전 대표들에게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피해자는 5천600여명, 이 가운데 사망자는 1천262명입니다.

연합뉴스TV 김수빈입니다. (soup@yna.co.kr)

#가습기살균제 #2차질환 #호르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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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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