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김현겸, 한국 남자 피겨 역사 새로 쓰다

쇼트프로그램은 점프 실수로 3위
프리스케이팅 압도적 기량으로 1위
“애국가가 울리는 순간이 가장 행복해”

김현겸이 29일 강원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24 강원겨울청소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에서 연기를 마친 뒤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 강원겨울청소년올림픽(강원 2024)에 출전한 김현겸(18·한광고)이 안방에서 한국 남자 피겨 역사를 새로 썼다.

김현겸은 29일 강원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강원 2024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47.45점(기술 점수 77.29점·예술 점수 70.16점)을 받아 쇼트프로그램에서 얻은 69.29점에 더해 총점 216.73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역대 겨울청소년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피겨 선수가 시상대에 선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김현겸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출전한 청소년올림픽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섰다. 은메달은 슬로바키아의 아담 하기라(총점 216.23점), 동메달은 뉴질랜드의 리얀하오(총점 208.84점)에게 돌아겠다.

김현겸이 29일 강원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24 강원겨울청소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금메달을 목에 건 김현겸은 시상식이 끝난 뒤 태극기를 들고 경기장을 돌며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는 “경기장에서 제 힘으로 애국가가 울리게 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며 “정말 감격스럽고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마다 정말 울 것만 같았다”며 우승 소감을 전했다.

점프 실수로 쇼트프로그램(27일)을 3위로 끝마친 김현겸은 이날 그간의 부진을 말끔히 씻어내며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였다. 전체 18명 중 16번째로 출전한 김현겸은 ‘레퀴엠 포 어 드림’(Requiem for a Dream)의 은은한 선율을 따라 첫번째 기술인 쿼드 토루프(공중 4회전)를 완벽하게 끝마치며 자신감을 회복했다. 그 뒤 이어진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 반), 트리플 러츠와 트리플 토루프 등 예정된 점프 동작을 안정적으로 소화해냈다. 연기가 끝난 뒤에는 금메달을 직감한듯 두 손을 번쩍 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해설진에게서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랍다”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김현겸이 29일 강원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24 강원겨울청소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에서 금메달을 깨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겸은 이날 경기를 놓고 “첫 점프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지만, 잘 살린 뒤부터는 편안하게 경기를 할 수 있었다”며 “메달 생각 없이 깨끗한 경기를 했다는 것에 만족했고, 평소 연습해왔던 대로 몸이 따라와 줘서 좋았다”고 말했다. 홈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김현겸은 “쇼트프로그램에서는 처음으로 받아본 환호였기에 긴장이 됐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는 (환호가) 더 응원처럼 느껴졌고 (경기에) 힘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롤모델이라고 밝힌 차준환(고려대)을 향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김현겸은 “준환이 형이 웜업이 끝난 뒤 경기장을 둘러보며 마인드 컨트롤을 하라고 조언을 많이 해줬다”며 “이번 경기를 뛰며 준환이형이 평창겨울올림픽에서 얼마나 큰 부담을 가지고 있었는지 생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현겸이 29일 강원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24 강원겨울청소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가 끝난 뒤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