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가창신공] 아이유 'Love wins all'이 특별한 이유
이젠 모든 기술적 단계 초월, 원숙미 ‘더욱 편해져’
한 단계 진화한 높은 수준의 가성
진성‧가성 격차 최대한 줄여 ‘톤의 디테일 더해’
귀신같은 성구 전환
양식적으로 통상적 팝발라드 폼 탈피
발라드에서도 ‘K팝 아이돌음악’ 같은 한글의 영어식 발음화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1. (새 앨범은) 30대에 처음으로 나오는 작품인 만큼 고민도 많아요…이젠 내 이야기가 아닌 다른 것도 노래하고 싶어요. 30대가 되니까 내 경력과 나이가 어느 정도 맞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30대란 나이는 어딜 가도 어리게 볼 수 없는 나이이기 때문이죠. 일할 때도 희한하게 목소리가 좀 더 낮아진 것 같아요.(웃음)
2. 20대 땐 거의 매일매일을 계획했던 것 같아요. 이제 30대엔 이런 걸 안하는 게 계획…'저 애 되게 편안해 보인다' '모든 게 적당하게 밸런스가 좋구나. 정신상태와 체력 모든 게' 였으면 좋겠습니다."
- 아이유, 2023년 12월 26일 '슈취타' EP.24에서
성대가 진동하기 위해선 공기가 들어와야 하는데, 이것을 호흡이라고 한다. 공기 즉 산소를 들이마시는 허파 밑엔 횡격막이 있다. 횡격막은 폐를 둘러싼 흉강, 소화와 배설기관을 둘러싼 복강을 구분하는 경계일 뿐 아니라 숨을 쉴 때 팽창하는 등 호흡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숨을 쉴 때 입안으로 들어온 공기는 발성 시 기관을 통해 성대에 부딪치며 소리가 나는 것이다.
양쪽 성대가 접촉하며 소리의 압력이 존재하는 걸 진성, 접촉하지 않아 압력이 없는 상태를 가성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가성은 성대가 접촉하지 않고 성대 상연의 엣지만 파동하는 소리라 진성에 비해 소리보다는 호흡의 비중이 커 선명도가 낮을 수 있다. 여기까지가 일반론이다.
통상적으로 발라드에서 많이 사용하는 가성은 공기가 많은 타입의 발성 방식이다. 마치 소리가 날아가는 듯한 가벼움이라 혹자는 알맹이 없는 소리, 고음을 내지 못하니까 가성에 의존한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가성은 가창자의 톤을 다채롭게 연출하는 중요한 기제 중 하나다. R&B를 비롯한 세계의 대중음악계를 쥐락펴락하는 명 보컬의 특장점‧매력이 가장 확실하게 발현되고 있는 부분도 가성이며 우리가 듣는 명곡의 주요 부분의 '바로 그' 표현의 상당수도 가성을 통해 매력 포인트를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실용음악 교육기관이 가장 많은 곳이 한국임에도 여전히 일반인은 물론 일부 전공생조차 가성을 '좋지 않은' 발성으로 인식하고 있다. 발성과 팝의 종주국인 영국과 미국에선 매우 중요한 영역으로 받아들인 지 오래임에도.
탁월한 보컬리스트들은 진성과 가성을 구분하지 않고 곡에 따라 적재적소에 혼용하며 톤에 디테일을 더한다. 특히 'Love wins all'에서 구사하는 아이유의 가성은 통상적 가성 수준을 넘어서는, 무척 난이도 높은 발성이다. 지난 1월 26일 자 스포츠한국 '조성진의 가창신공'에서 아이유 선공개 곡 '러브 윈즈 올'을 다룰 때 '다채로운 색감의 톤은 역대급'이라고 언급한 것도 가성과 진성을 오가는 각종 성구 전환의 절묘함이 너무 원숙하고 편하게 표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성대 접촉을 많이 하고 있지만 매우 유연하게 함으로써 소리가 날아가는, 즉 가성 같지 않은 형태의 진성 같은 가성을 구사하고 있다. 여러 보컬트레이너들은 아이유의 이러한 방식의 가성 스킬에 대해 일반인이 흉내 내기엔 매우 어려운, 굉장한 내공이 필요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고음인데도 얇게 그러면서도 매우 편하게 소리를 내는 것이다. '귀신같은 성구 전환'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이 칼럼 초반에 슈취타 인터뷰에서 아이유가 말한 내용을 1과 2로 나눠 소개했듯이 1과 2는 향후 아이유가 음악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화두다.
30대로 접어들며 '러브 윈스 올'에서 드디어 (자기가 아닌)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더욱 완성도 높은 '남다른' 작품세계에 대한 고민은 통념을 깨는 곡의 양식에서도 알 수 있다. 낮은음에서 높은음으로 점차 감정선을 고조시킨다는 통상적인 팝 발라드 폼을 깨고 노래가 시작되는 'Dearest~'(0:23)부터 높은 곳에서 출발하며 편곡 면에서도 주목할 시도가 보인다. R&B 계열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8분의 6박자 엇박 리듬을 정박으로 진행하며 곡이 지닌 분위기를 단호하지만 담담하게 이어가는 진행도 너무 멋지다. 명 작사가이자 음악프로듀서인 '플렉스엠' 최갑원 대표가 "8분의 6박자로 멋진 발라드를 쓴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내게 말한 게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아이유는 해낸 것이다.
더욱 중요한 건 노련함에서 나오는 여유다.
'Love wins all'의 감동은, 들어도 들어도 다시한번 듣게 만드는 그 매력은 결국 노련함, 스스로에게 편해진(편해지려고 한) 그래서 가능한 원숙미에 기인한다. 2에서 말하고 있는 바로 그것이다.
보컬트레이너 장효진은 'Love wins all'이 발성‧가창 측면에서 아이유에겐 브릿지가 되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장효진 트레이너는 "이전까지 아이유는 발성적으로 안에서 소리를 굴리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대화체보단 혼잣말 같은. 그러나 '러브 윈즈 올'에서 이제 좀 더 소리를 밖으로 빼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연기를 예로 든다면 모노드라마를 하던 사람이 활극을 하기 시작한 것"이라며 "그래서 이 곡은 새로운 아이유를 보여주기 위한 첫 시도"라고 말했다.
장효진 보컬트레이너는 "가성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며 "성대를 놔주는 가성이 있는가 하면 성대를 붙여주는 가성도 있고 소리를 띄우는 가성이 있고 소리를 잡아주는 가성도 있다"고 했다. "'Love wins all'에선 진성과 가성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소리를 잡아주는 가성, 다시 말해 소리가 날아가 버리는 가성이 아니라 쫙 달라붙는 '끈적한' 가성을 많이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장효진은 "이러한 가성을 사용한다는 건 현재 아이유의 성대 상태가 텐션감을 잘 갖고 갈 만큼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 트레이너는 또한 "아이유가 이러한 타입의 가성을 어디까지 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보컬트레이너로서 볼 때 이 가성을 얼마든지 붙여서 고음으로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컨디션이 좋은 상태다. 최고 음역에서 굳이 가성을 사용하지 않고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었음에도 곡의 분위기를 위해 더욱 진일보한 가성 처리가 돋보여 꼭 언급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근영 경희대 포스트모던음악학과 K팝보컬 교수는 "다채로운 톤과 성구 전환의 자유로움 특히 후렴에서 미들보이스와 가성‧흉성의 전환이 인상적인 곡"이라며 "모든 걸 초월한 아이유만의 여유와 노련미를 엿볼 수 있게 한다"고 평했다. 서근영 교수는 "후렴에서 갑상피열근과 윤상갑상근, 피열근 세 근육의 조절 능력이 뛰어나 고음에서 볼륨 조절이 자유롭다. 이는 폭발적인 가창력을 발휘하기 위해 성대 접촉을 극대화시키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다. 아이유는 이제 성대조절 능력이 천의무봉 경지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서근영 교수는 '러브 윈즈 올'은 "톤(음색)과 노련함이 빛나는 곡"이라며 "'아이와 나의 바다'가 "노래 진짜 잘한다"에 포커스를 두었다면 '러브윈즈올'은 여유와 노련함이 남다른, 이제 모든 기술에서 자유로워진 단계를 접할 수 있다. 사실 이렇게 노래하는 게 제일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서근영 교수는 '러브 윈스 올' 가사의 발음도 남다르다고 주목했다. "일반적으로 노랫말의 영어 사용은 K팝 아이돌 댄스곡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이는 댄스곡이 리듬 중심의 곡이고 소비자가 전 세계인이기 때문에 영어를 많이 사용하는 데에 있다"며 "'이제 아이유는 러브 윈스 올'과 같은 중간 박자의 발라드에서도 그녀 특유의 '한글의 영어식 발음'을 구사하며 대중음악, K팝의 또 다른 트렌드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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