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의 D사이언스] `노벨상 사관학교`가 발탁한 데이터과학자 "AI로 인류난제 풀것"

이준기 2024. 1. 2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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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 獨막스플랑크 연구단장
연구 외적 부분까지 평가 인상적
6월부터 인류위한 데이터 과학연구
"위성영상, 인터넷처럼 쓰는 시대올것
전지구 모니터링으로 기후위기 해결
AI는 개발보다 활용전략 초점 맞춰야"
차미영 IBS CI IBS 제공
차미영 IBS CI IBS 제공
차미영 IBS CI IBS 제공
차미영 IBS CI IBS 제공

이준기의 D사이언스 차미영 IBS 데이터 사이언스그룹 CI·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단장

꿈을 꾼다. 그것도 말도 안 되는 꿈을 꾼다. 꿈을 꾸지 않으면 절대 꿈을 이룰 수 없다는 걸 스스로 잘 알기 때문이다. 또 꿈을 꿔야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재미있게 연구하게 된다. 그 결과 믿을 수 없고, 말도 안 되는 불가능한 꿈들이 하나씩 현실이 됐다.

KAIST 교수가 되고, IBS CI가 되고, 그리고 한국인 최초로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단장이 된 것이 모두 말도 안 되는 꿈에서 시작됐다. 마치 '알라딘의 요술램프'처럼 연구에 있어서만큼은 이뤄지지 않는 꿈이란 없었다.

차미영 IBS(기초과학연구원) 데이터사이언스그룹 CI(Cheif Investigator·KAIST 전산학부 교수)는 자신이 걸어온 20년 연구 인생에서 해낸 일은 모두 꿈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그런 그는 연구에 바쁜 제자들에게 자신의 꿈을 꾸는 시간을 가지라고 늘상 말한다. 꿈을 꿀 땐 결과를 지레 예단하지 말고, 가능한 한 원대한 꿈을 꾸라고 한다.

"KAIST를 졸업할 당시, 감히 내가 KAIST 교수가 될 거라고 생각했겠어요? 그 꿈을 향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다 보니 어느 날 KAIST 교수가 될 기회가 주어지더군요."

차 CI는 "기초과학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연구하는 IBS에서 지난 5년 간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었던 것도, 최근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단장에 선임된 것도 꿈을 꾸었기에 가능했다"고 했다.

대담=이준기 ICT과학부 부장

◇천체물리학자를 꿈꾸던 소녀… 번짓수가 잘못된 시작

차 CI는 어릴 적 별 보는 것을 유난히 좋아했다. 물리학과 교수이던 아버지는 별을 좋아하는 그에게 별자리와 별 생성원리, 별 종류 등을 주제로 말동무가 돼 줬다. 아버지의 얘기가 쉽게 이해되지 않았지만, 신비한 별에 대한 흥미와 관심은 점점 커져갔다.

그 덕분에 천체물리학자가 되겠다는 꿈도 품었다.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과학고에 진학했고, KAIST에 입학하기 위해 학과를 선택하던 중 깜짝 놀랐다. KAIST에는 천문학과가 없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것. 전공 선택을 놓고 고민하던 중 차선책으로 전산학부를 선택했다.

차 CI는 "아버지께서 전산학을 공부하면 보다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셔서 전산학부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 선택이 오히려 세계적 데이터 과학자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번짓수를 잘못 찾아간 학과에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는 꿈을 꿨다.

그는 석사과정 때 시스템온칩(SoC) 관련 연구를 하면서 시스템 자체보다 시스템 내부에서 구동되는 데이터에 더 관심을 쏟았다. 박사과정에 진학해선 어떻게 하면 인터넷을 끊기지 않고 동영상을 볼 수 있을까를 주제로 알고리즘 연구를 했다. 차 CI는 "대학원 시절 전산 시스템이 작동하는 근본적 현상과 원리에 궁금증을 갖고 파고 들었다. 그 결과 데이터를 잘 다루는 방법을 배워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회 문제를 분석하는 데이터 과학자로 활동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토종박사, 한국인 최초 獨 막스플랑크 연구단장 '발탁'

차 CI는 새해 벽두부터 한국 과학계의 화제 인물로 집중 조명됐다. '노벨상 사관학교'로 불리는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단장에 한국인 최초로 선임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KAIST에서 학·석·박사를 모두 마친 '토종 박사'라는 점에서 더욱 화제가 됐다.

막스플랑크연구소는 1948년 설립 후 지난해까지 총 25명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세계 최고의 기초과학 연구기관이다. 독일 전역과 해외 85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막스플랑크연구소의 연구단장은 300여 명으로, 이 중 한국 국적 과학자는 차 CI가 처음이다. 그는 오는 6월부터 독일 보흠 지역에 있는 막스플랑크 보안·정보보호연구소의 연구단장으로 새로운 연구팀을 꾸려 '인류를 위한 데이터 과학' 연구그룹을 이끌게 된다.

차 CI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막스플랑크연구소 초청 심포지엄에 참가해 3일간 발표와 토론을 했는데, 알고 보니 그 자리가 연구단장 선임을 위한 면접이었다. 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면서 "그 자리에서 미국 하버드대 교수, 영국 옥스포드대 교수 등 세계 최고의 연구자들이 함께 면접을 봤고, 그들과 경쟁해 합격했다"고 말했다.

면접은 과학자로서의 자질과 역량을 평가하는 연구발표 외에 연구단을 이끌어 갈 리더십과 소통 능력뿐 아니라 개인적 성품까지 파악할 수 있도록 다방면에 걸쳐 꼼꼼하게 진행됐다. 면접 과정에서 다른 동료 연구자를 깎아내린 세계적 석학 교수는 인성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떨어질 정도로 연구역량 외에 인성 등 개인적 측면까지 평가하는 엄격하고 까다로운 평가를 통과했다.

◇獨서 새로운 연구인생 '기대'… "데이터 과학으로 인류에 공헌"

면접에 합격했다고 연구단장에 바로 선임되는 건 아니었다. 최종 면접에 합격했다는 통보를 받은 후 지난해 9월 연구소 측으로부터 연구단장에 지원할 것을 제안받았다. 이후 연구단 구성에 필요한 인력, 예산, 운영방향 등에 대한 세세한 협상을 마친 후에야 지원서를 낼 수 있었다. 지원서 제출 후에는 연구소 전체 연구단장의 투표를 거쳐 최종적으로 연구단장에 선임됐다.

그는 "면접부터 최종 선임까지 거의 1년이 걸릴 정도로 선임 과정이 길었다. 연구 외적인 부분까지 디테일하게 평가한 게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차 CI는 지난해 10월 말 최종 선임 통보를 받고, 오는 6월부터 독일에 가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한다. 지난 5년 동안 IBS 데이터사이언스그룹에서 동고동락한 연구자들과 의기투합해 연구를 이어가기로 했다. 연구단은 15명 이내로 구성할 예정이다. 비록 독일에서 근무하지만 KAIST 교수를 겸직하게 된다. 그의 연구단장 정년은 만 67세로, 보다 긴 호흡을 갖고 연구를 할 수 있다.

차 CI는 "연구단장 중 젊은 편인 저에게 기회를 준 만큼 큰 책임감을 갖고 연구에 매진할 것"이라며 "KAIST 교수로 쌓아온 경험에 더해 IBS의 지원으로 원하는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었기에 얻을 수 있었던 결과"라고 두 기관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앞으로의 연구 방향에 대해 그는 암호학, 디지털 자물쇠 등 새로운 보안 안전 관련 연구와, 위성영상 데이터를 AI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인류가 안고 있는 재난, 환경, 기후, 식량 등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하고 싶다고 피력했다. 차 CI는 "열린 마음으로 훌륭한 연구자, 젊은 연구자들과 격의 없이 재미있게 연구하고 싶다. 데이터 과학을 통해 인류에 공헌하고, 한국의 국제협력에도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AI는 '새 방법론'…"韓, 'AI 활용 선도국' 돼야"

차 CI는 데이터를 다루는 새로운 방법론이 'AI(인공지능)'라고 정의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AI가 널리 활용되고 있다.

그는 "더하기와 빼기만 있던 것에서, 곱하기와 나누기라는 새로운 방법론이 추가된 것처럼 지금의 AI가 이와 마찬가지인 상황"이라며 "AI가 우리 삶과 산업 발전에 새로운 도구 역할을 하는 만큼 AI를 보다 빨리 배우고, 잘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빅테크 주도로 AI 혁신이 엄청난 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AI 개발로 승부하기보다는 AI 활용 분야에 초점을 맞춰 차별화된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차 CI는 "AI 활용이 개발에 비해 덜 중요하고,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듯 보이지만 결국 중요한 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다"라면서 "활용을 잘 하면 돈을 더 잘 벌 수 있고, 혁신도 더 잘 할 수 있는 만큼 우리나라는 AI 활용 선도국 전략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AI 활용은 결코 세컨드 클래스가 아니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고도화된 생성형 AI 등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이를 잘 활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우리의 AI 경쟁력을 키우는 게 우리 앞에 놓인 숙제"라고 덧붙였다.

◇위성영상 데이터로 기후위기 극복… "전 지구 모니터링 할 것"

차 CI가 주목해서 보는 것은 위성영상 데이터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등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위성에서 만들어지는 방대한 영상 데이터를 활용해 국가 경제성장과 기후위기 예측 등 다양한 연구를 할 계획이다. 그는 최근 위성영상 등의 빅데이터와 AI를 사회과학 분야에 적용해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외 다양한 사회과학 분야 연구자와 활발하게 협업하고 있다.

차 CI는 "KAIST와 IBS에서 세계 최고의 연구자들과 교류하면서 새로운 연구주제에 대한 인사이트를 많이 얻고 있다"면서 "특히 각종 학회 참석을 통해 해외 연구자들과 소통하며 세계 최고 연구, 세계 최초 연구, 아무도 하지 않은 연구를 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 할 연구 주제로는 기후위기 관련 연구를 꼽았다. 그 중에서도 위성영상 데이터를 활용해 전 세계 나무의 건강 상태를 분석하는 연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위성영상을 활용해 전 세계의 나무 종류, 수분도, 병해충 등을 주기적으로 관측·분석해 건강 상태를 파악함으로써 기후위기와 환경 이슈로 인한 각종 재난과 재해에 사전 대응하는 방안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위성영상 데이터를 활용해 나무의 건강상태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면 기후위기로 인한 다양한 사회 문제를 예방하거나 해결하는 솔루션을 내놓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차 CI는 "앞으로 위성 발사가 늘면서 위성영상 데이터는 마치 인터넷처럼 모든 분야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라며 "위성영상을 전 지구 모니터링에 활용해 기후위기, 탄소중립, 재난·재해, 식량 등 인류가 안고 있는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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