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결혼·출산지원금…일단 시행한 뒤 고쳐나가자

한겨레 2024. 1. 29.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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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생존을 위한 저출생 종합대책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최지수 | ‘전세지옥’ 저자·원양상선 선원

내가 탄 배가 이틀 전 아라비아해에 있는 카타르 라스라판에 도착해 액화천연가스(LNG)를 싣고 한국으로 회항했다. 카타르는 석유 하나로 1인당 국민소득(8만4514달러, 2022년)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가 됐다. 창밖의 카타르 풍경을 감상하다 석유공장 굴뚝 위로 끝없이 불타오르는 불을 보니 부러워서 배가 아팠다. 우리나라의 자원을 생각해 보니 1991년생인 내가 초등학생 시절 귀에 못이 박이게 들었던 ‘인적 자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 인적 자원은 2024년 현재 0.6명대의 출산율을 기록하며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

인터넷에서 출산율을 검색하니 마침 같은 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서 출산 장려 대책을 내놓았다. 민주당의 정책을 보고 놀랐다. 내게는 아주 익숙한, 카타르의 풍요 자원만큼이나 부러운 헝가리의 출산 장려 정책인 결혼·출산지원금이 그대로 적혀 있었다. 2010년 헝가리에서 결혼·출산지원금이 시행된 이래 출산율이 0.3%포인트 증가했다. 헝가리 빅토르 오르반 정부 체제에서 가장 성공한 정책인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평가받는 출산 장려 정책이다.

나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1년3개월 동안 공부하고 일을 하며 헝가리의 많은 청년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출산 장려 정책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이에 대해 헝가리 청년들에게 수없이 질문하고 답을 얻었다. 2010년 시행 초기에는 부정적 의견도 많았지만, 지금은 청년들이 결혼하고 자녀를 낳는 데 큰 힘이 됐다는 게 사회적 인식이라고 했다. 또한 돈을 벌기 위해 독일 등 선진국으로 이사한 청년들도 정책의 혜택을 받기 위해 상당수 헝가리로 돌아왔다고 했다.

이번 민주당 대책에서 1억원이라는 지원금은 민주당이 바라보는 저출생의 긴급한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1인당 국내총생산으로 견주면, 1억원은 헝가리 지원금의 약 1.5배이기 때문이다.

이 발표를 보며 예상한 대로 민주당은 “포퓰리즘”을 앞세운 언론과 기성세대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도 결혼·출산 적령기의 지인들까지 “개똥 같은 대책”이라고 이야기했다. 청년들은 아이 한 명당 1억원씩 주고, 주거 문제까지 해결해 줘야 아이를 낳을 환경이 된다고 했다. 또한 현금성 지원만 문제가 아니라 육아, 여성의 경력 단절, 육아휴직 또한 문제라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출산율을 왜 굳이 올려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근본적 의문을 제기한 이도 몇 명 있었다.

다행인 것은 결혼과 출산을 눈앞에 두고 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친구들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도움이 된다”며 이 정책을 두 팔 벌리며 환영했다. 그들의 생각만 변화시킬 수 있다면 대책은 성공한 것이다. 이 정책은 시작일 뿐이고 계속 수정과 진화를 거듭하면 된다. 박근혜 정부의 ‘반값 등록금’처럼 등록금이 반값 되는 데 실패했어도 수정과 보완을 거듭하며 현재는 오랜 기간 등록금이 동결되고 국가 장학금과 학자금 대출 등이 성공적으로 정착한 것처럼 말이다. 민주당의 대책이 시행된다면 추락하는 출산율을 반등시킬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치권과 언론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0.6명대의 출산율이 바닥이 아닐지 모른다. 생각해 보자. 민주당의 대책은 포퓰리즘인가, 아니면 우리나라 풍요 자원의 고갈을 막기 위한, 미래에 대한 투자인가. 투자가 실패해 출산율을 높이지 못하더라도 투자한 예산은 이자를 제외한 채 상당 부분 다시 국고로 들어온다. 정책이 대성공해서 언론이 우려하는 대규모 추경이 발생하면 오히려 좋겠다.

출산율을 높이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뭐라도 시도해 봐야 한다. 이보다 더 나은 대안이 있을까? 그럼, 한번 아이디어를 내보길 바란다. 더 밝은 미래를 위해 함께 토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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