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초점 당정 화합 강조… 여권 ‘투톱’ 갈등 잔불 끄기 관측 [尹·韓 용산 오찬]

이현미 2024. 1. 29.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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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만에 다시 만나 ‘원팀’ 확인
중식 먹으며 2시간 넘게 비공개 회동
대통령실 확고한 화합 의지 내보여
“교통 문제·가계 빚 등 심도있는 논의”
韓, 비대위장 취임 후 첫 대통령실 방문
31일 ‘철도 지하화’ 관련 총선 공약 발표
김경율 거취 등 민감 현안은 거론 안돼
‘金여사 의혹’ 해법 공감대 형성 관측도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용산 대통령실 회동을 통해 갈등을 봉합하고 화합하려는 확고한 의지를 내보이면서 양측 갈등이 진정 국면을 맞게 됐다. 갈등의 도화선이 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해 윤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히고 한 위원장은 이에 대해 더 이상 언급을 삼가며 양측 모두 명분을 챙기는 방안에 공감대를 형성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2시간 가량 오찬 회동과 37분간 차담을 하며 긴밀한 대화를 나눴다. 회동에는 최근 한 위원장 사퇴 요구 파문 당시 자리를 함께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은 물론 한오섭 정무수석과 이도운 홍보수석 등도 배석했다.
화기애애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오찬하며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한 위원장, 윤 대통령,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 한오섭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비대위원장 취임 후 처음으로 용산 대통령실을 방문한 한 위원장을 반갑게 맞으며 악수했고, 오찬장 밖으로 보이는 어린이정원 등 용산 청사 구조를 살뜰하게 설명했다. 식사 메뉴로는 중식이 나왔다.

대통령실은 당무 개입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당초 한 위원장을 초청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하기 전 인요한 당시 혁신위원장도 혁신위 종료 이후에야 용산 대통령실에 초청한 바 있다. 하지만 윤·한 갈등이 불거지고 여권 내 ‘투 톱’이 정면충돌하는 대혼란이 발생하자 지난 23일 충남 서천 회동으로 갈등을 임시 봉합한 데 이어 한 위원장을 대통령실에 초청해 화합하는 장면을 보여줘야 한다는 정무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연스레 양측은 이날 ‘민생’에 초점을 맞추며 당정 화합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참석자들과 자리에 앉자마자 민생 토론회 이야기를 꺼냈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주택, 철도 지하화를 비롯한 교통 문제, 가계 빚 등 금융 문제, 각종 생활 규제 등 민생 현안 해결을 위한 정부 대응과 국회 상황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윤 원내대표도 회동 직후 국회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민생 문제를 위해 당정이 최선을 다하자는 취지로 오늘 만남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한 위원장은 31일 경기 수원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철도 지하화’ 관련 총선 공약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교통 분야 핵심 국정과제로 철도 지하화 본격 추진을 내걸었고, 한 위원장이 발표할 공약은 이를 더욱 구체화한 내용이 될 전망이다.

양측은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과 김 여사를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한 김경율 비대위원 거취 문제, 수직적 당정 관계 개선이나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 문제 등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해선 일절 거론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언급된 적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가 바뀌면 초대해 식사하는 게 관례인데 (한 위원장이) 용산 아바타니 하는 이야기가 있었고 이후 갈등 국면이 있어 지금까지 오게 됐다”며 “설도 앞두고 있어 민생 토론회 내용을 빠르게 공유해 당과 같이 해결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편 윤 원내대표는 여야 협상 결렬로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하게 된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현장의 어려움이 심각한 상황에서 여야가 최선을 다해 합의하지 않고 묵과한다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2월1일 본회의를 앞두고 최선을 다해 협상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오늘 회동에서) 형성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주 본회의가 시작되기 전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만나 협상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당정이 대통령실에 모여 민생 현안을 논의한 모습을 통해 ‘원 팀’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취지로 분석된다. 양측은 정치 현안에 대해선 논의하지 않았다고 일축했지만, 이날 회동에선 갈등의 시발점인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을 풀어 가려는 암묵적 공감대를 형성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위원장에게 해당 이슈는 여권의 총선 대응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됐고, 지지율이 떨어지는 윤 대통령으로서도 버티기 전략만 고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윤·한 충돌 이후 한 위원장 지지율이 상승하는 등 여론이 뒷받침된 가운데 양측 갈등 봉합을 위해선 해당 이슈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이 문제에 대해 “(김 여사 명품백 논란과 관련한 작업 세력의) 공격적 행태에 대해 지적하되 국민의 이해를 구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선 어떤 형태로든 이해를 구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어떻게 할지 국민이 알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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