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돋보기] '무용(無用)'한 것들

김민표 목원대학교 음악교육과 교수

우리는 좋은 직장을 얻는 데 필요한 자격증이나 사업성이 있는 기술 및 직무역량을 개발하는 데 매진한다. 고수익·고효율에 몰입하는 우리 사회의 이러한 방향성은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인간의 삶을 더욱 편리하게 이끌어줬고, 압도적 부의 축적을 가능케 했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갈수록 의료 보건계열 전공들의 인기가 날로 더해지고 있으며, 인공지능 및 로봇기술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며 미래의 중추적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 신에너지원을 찾기 위한 노력이나 우주를 탐색하는 일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요리, 미용, 호텔, 부동산, 사회복지 등의 현장밀착형 직무들에 대한 인기 역시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대부분 '전공교육'을 통하여 습득된다. 대학에는 철학, 법학, 경영학, 정치학 등의 인문사회학 계열과 물리, 화학, 생물, 천문 등의 자연과학 계열의 전공들이 갖춰져 있다. 기계, 전자, 컴퓨터, 건축, 토목 등의 공학 계열과 의학, 약학, 간호학 등의 보건의료 계열의 전공들이 있으며, 최근에는 다양한 계열의 전공들을 융합하거나, 혹은 반대로 특정 전공을 세분화하여 분리하는 방식 등으로 더욱 다양한 융복합 및 혁신을 지향하고 있다. 학습자들에게 보다 '유용(有用)'한 전공이 되기 위해.

사회가 점점 더 높은 취업률, 안정된 고용, 금전적 만족 등을 추구하며 '무한경쟁'이라는 프레임을 자랑스럽게 광고하는 이 시대에, 철학과 예술은, 혹은 내가 가르치고 있는 음악은 과연 어떤 의미로 존재해야 할까? 어쩌면 위에 언급한 '유용'한 것들에 비교돼 너무도 간단히 '무용'한 것으로 치부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버드, 스탠퍼드, 예일 등 미국 유수의 대학들은 모든 학생들이 음악을 배우고 접할 수 있도록 음악을 기초교양교과로 채택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음악교육을 통해 다양한 악곡들을 학습함으로써 음악의 기본원리를 이해하게 되고, 작곡가나 연주자의 음악적 의도를 이해하게 되는데, 이러한 심미적 과정을 통하여 학습자의 감성 지능을 보다 향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감성적 능력이 이성적·학문적 지식에 적용될 때, 보다 합리적이며 사회·윤리적으로 타당한 사고를 도출하게 됨을 인정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서 단순히 사유된 지식의 가치는 평가절하되고, 백세시대의 기대 속에서 평생직장의 개념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유용'한 전공적 지식을 보다 타당하게, 인간미를 반영하여 적용할 수 있는 전인적 사회인을 양성하려면, 역설적으로 '무용'해 보이는 것들에 대한 관심과 교육이 어쩌면 더욱 강조돼야 할 것이다. 음악도 전문 음악인을 양성하는 전공교육은 물론, 전공과 관련 없이 모든 학생을 지성과 감성, 그리고 인성을 골고루 갖춘 인재로 성장시킬 수 있는 소중한 통로로 그 역할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나는 이리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봄, 꽃, 달…." 김희성 역(변요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중

김민표 목원대학교 음악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