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1호 테너' 모티프… '일 테노레' 명작 탄생을 알리다 [김덕희의 온스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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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한국 뮤지컬의 화제작은 단언코 '일 테노레'다.
'일 테노레'는 1940년대 의대생이었지만 이탈리아에 유학을 다녀와 오페라를 전파했던 이인선이라는 실존인물로부터 모티프만 가져왔을 뿐 모든 이야기는 새로 만들어졌다.
작품은 조선의 일테노레(테너)인 윤이선을 주인공으로 세우면서 물리적 투쟁의 방식으로 독립운동을 하려는 이수한과 문화예술을 통해 민족성과 자주독립을 전파하려는 서진연을 등장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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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테노레'는 1940년대 의대생이었지만 이탈리아에 유학을 다녀와 오페라를 전파했던 이인선이라는 실존인물로부터 모티프만 가져왔을 뿐 모든 이야기는 새로 만들어졌다. 박천휴는 고증에 갇히지 않고 과감한 창작을 통해 보편적인 주제를 구현할 수 있는 창작의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 이것이 첫번째 다른 선택이다.
일제강점기에 예술을 하는 이야기에서 독립운동과의 관계성을 다루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은 당대의 예술을 다뤄야 하는 현대의 창작자들에게는 피해갈 수 없는 숙명 같은 것이다. 작품은 조선의 일테노레(테너)인 윤이선을 주인공으로 세우면서 물리적 투쟁의 방식으로 독립운동을 하려는 이수한과 문화예술을 통해 민족성과 자주독립을 전파하려는 서진연을 등장시킨다. 즉, 일제강점기를 예술을 통해 뚫고 지나가려고 했던 세 젊은이의 이야기로 발전시킨 것이다. 이 구도에서의 갈등은 결국 예술과 독립운동의 문제로 발전된다. 여기에서 작가의 두번째 다른 선택은 세 인물의 삼각관계를 클리셰한 갈등으로 풀어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수한은 서진연을 오래전부터 좋아했지만 윤이선과 서진연이 연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주인공이 능동적 선택을 하는 인물이라면 셋 중에 가장 주인공에 가까운 인물은 서진연일 것이다. 작품은 윤이선을 흔들림 없는 주인공으로 만들기 위해 1막과 2막의 시작을 윤이선의 현재로 설정해 서사의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서진연이 함께 살아있는 듯한 설정을 통해 결말의 반전을 이끌어냈다. 이것이 창작진의 세번째 다른 선택이다. 그리하여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 예술을 통해 독립운동을 하려 했던 세 젊은이의 이야기에서 예술을 전부라 여기고 평생을 바쳤던 어느 테너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윌 애런슨의 음악은 한국 최초의 오페라에 대한 이야기를 뮤지컬로 만드는 이 작품에 있어서 가장 빛나는 요인이다. 놀라운 것은 극중 오페라인 '꿈꾸는 자들'이 기존에 있던 오페라가 아니라 이 작품을 위해 새로 만들어진 곡들이라는 점이다. 초연을 통해 2018년 첫 낭독공연을 가졌던 이 작품을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두 창작자가 얼마나 꼼꼼하게 발전시켜왔는지가 느껴진다. 부디 이 명작의 역사적인 초연을 놓치지 마시길 바란다.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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