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선택, 이름값 아닌 경제적 자립 가능성으로 판단해야

한겨레 2024. 1. 2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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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만 잘했어." 한 친구가 취업 못 한 자녀에 대해 푸념했다.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선택할 때, 우리는 4년제 일반대학과 명문대학을 선호한다.

그래서 일반대학을 졸업한 뒤 특성화된 전공을 배우기 위해 전문대학으로 재입학하는 유턴 입학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그 학생은 같은 전문대학을 졸업한 선배를 자기만의 롤모델로 삼아 현재 자신의 영역에서 실력을 키우며 더 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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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대입 정시모집 원서접수가 시작된 지난 3일 서울 성북구의 대학교에서 한 학생이 서류접수 장소인 입학관리팀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신성철 |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진학지원센터장

“공부만 잘했어.” 한 친구가 취업 못 한 자녀에 대해 푸념했다. 그 친구의 자녀는 명문 대학을 졸업했지만 아직 자리를 못 잡고 있다. 입학할 때는 세상의 모든 일을 할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자기 밥벌이도 제대로 못 할 것 같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고교에서 학생을 가르칠 때,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많은 학생이 명문 대학에 진학했고 그들과 부모, 필자는 매우 행복했다. 하지만 성적이 좋지 못해 전문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기죽은 모습도 많이 봤다. 그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지만, 최근에는 생각이 달라졌다.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선택할 때, 우리는 4년제 일반대학과 명문대학을 선호한다. 또 그런 선택을 하면 인생의 승리자가 된 듯한 게 사회 분위기다. 하지만 그들이 대학을 졸업하면서 이룰 성취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대학에 가기 위해 투자한 돈과 취업을 하지 못해 낭비해 버린 기회비용과 4년이란 시간에 대한 매몰 비용은 애써 무시한다. 그런 비용을 모두 계산할 수 있다면, 우리 청소년들은 무모한 대학 진학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신입사원 공채는 점점 사라지고 소수의 경력사원을 수시로 채용하고 있다. 그래서 일반대학을 졸업한 뒤 특성화된 전공을 배우기 위해 전문대학으로 재입학하는 유턴 입학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우리 선택은 현실적이어야 한다. 이제는 자신을 전문가로 키워주고 직장보단 업을 택할 수 있게 해주는 곳으로 진학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교과서에서 말하는 것 이상의 많은 직업과 영역이 있기 때문이다.

한 일반대학 재학생은 취업이 안 돼 졸업을 유예하고 컴퓨터 학원에 다니면서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다. 반면에 다른 학생은 전문대학을 졸업한 뒤 헤어 디자이너의 길을 걸으면서 자기만의 가게를 꿈꾸고 있다. 그 학생은 같은 전문대학을 졸업한 선배를 자기만의 롤모델로 삼아 현재 자신의 영역에서 실력을 키우며 더 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 따라서점수에 맞춰 진학하는 대학이 아니라, 장래 경제적 자립을 잘하도록 돕는 교육기관에 진학해야 한다. 대학을 선택할 때 점수와 대학 이름이 아니라, 취업률과 나의 발전 가능성, 경제적 자립의 기회 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돈을 좇는다는 것은, 내 돈이 늘어나기도 하지만, 나의 행동이 타인의 행복을 높여 주는 데 공헌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우리 사회에서 취업한다는 것은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고 전문가로 일하며 타인에게 공헌하는 것이다. 이것이 대학 선택의 기준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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