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 2시간37분 오찬…갈등 국면 해소 전망 속 2차전 가능성도

신윤하 기자 김예원 기자 2024. 1. 2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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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내부 "서로 더 맞붙어봐야 도움 안되니 봉합 제스쳐"
"뚜렷한 봉합 메시지는 없어…공천 심사 시작되면 2차전"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1.2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김예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오찬 회동을 하며 '1차전은 끝났다'는 제스쳐를 취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이들의 완전한 갈등 봉합이 이뤄지진 못했고, 공천권이 2차전 갈등의 불씨로 남아있단 평가가 우세하다. 여전히 두 사람 모두 갈등 봉합과 당정 관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는 상태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29일 오후 서울 용산 집무실에서 약 2시간37분 동안 회동했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지난 23일 충청남도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만나 함께 전용 열차를 타고 상경한 이후 엿새 만의 일이다. 한 위원장이 취임 후 윤 대통령과 오찬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들의 만남을 두고 본격적인 갈등 봉합 국면에 접어들었단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회동 이후에도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으로부터 당정 관계나 갈등 봉합에 대한 언급은 전무한 상태다. 이날 오찬에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 원인으로 꼽힌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및 김경율 비대위원 사천(私薦) 논란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고 알려졌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민생 문제에 있어서 당정이 최선을 다하자는 취지로 만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내에선 두 사람의 회동이 이번 갈등 국면을 마무리한다는 의미는 맞지만 실질적인 봉합으로 보긴 어렵단 평가가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이 방송사 신년 대담에서 김 여사의 논란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히는 방안이 고려되는 만큼, 해당 논란으로 발발한 이번 갈등은 잠시 접어두겠단 것 뿐이란 분석이다.

이번 1차 갈등을 장기화하는 게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모두의 정치적 득실을 따져봐도 좋지 않단 판단도 만남에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은 이번 갈등으로 '당정관계 재정립'에 성공했지만, 갈등이 길어지면 지지층이 분열한다. 윤 대통령은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당무를 넘어 총선에 개입한단 인상을 국민에 남길 수 있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뉴스1에 "1차전을 하고 난 뒤에 서로 더 붙어봐야 이득 될 게 없다고 판단해서 봉합의 자세를 보인 것"이라며 "오늘 오찬 회동을 통해 민감한 현안에 대한 서로의 입장이나 강도에 대해 간을 봤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친한 사이이지만 대통령과 비대위원장 관계로는 처음 오찬을 한 것"이라며 "새로운 관계에서 두 사람이 만나 서로의 입장과 분위기를 살피는 학습과정이지 않았을까 싶다"고 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두 사람이 업무로 돌아와서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 서로 입장을 공유하려 만난 오찬 회동이니 봉합이라고 봐야 한다"면서도 "윤 대통령이 신년 대담에서 김 여사 의혹에 대해서 직접 답하고 '함정 몰카는 비인간적이지만 단호히 거절하지 않은 것은 부적절했다' 정도의 대답을 하는 것으로 이 갈등은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갈등이 봉합됐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하니 진행한 오찬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갈등 봉합에 대한 직접적인 메시지를 내지 않는 것을 두고 '갈등 봉합이 맞냐'는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갈등이 이미 수면 위로 노출된 상황에서 전용 열차 상경과 오찬 회동 이후에도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는 것은 실질적인 갈등 봉합이 안 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이날 오찬이 크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갈등 국면에서 오찬 회동을 했으니 오찬이 끝나면 뭔가 메시지가 나와야 한다. 그런데 서천 특화시장에 이어 이번에도 메시지가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이날 회동으로 1차전은 끝났지만 남은 공천 과정에서 2차전, 3차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단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실 참모들이 이번 총선에 대거 뛰어든 가운데 한 위원장과 윤 대통령 간의 공천 주도권 싸움이 일어날 수 있단 것이다.

특히 이날 시작된 공천 신청 접수가 다음달 3일 끝나고 공천 신청자에 대한 심사가 시작되면, 대통령실 출신 참모진을 얼마나 배려하는지를 두고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단 전망이다. 한 당 관계자는 "오늘 회동이 갈등의 해결인지, 잠복인지, 확대 재생산인지는 대통령실 참모들의 공천 여부가 정해지면 그때 결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1차 대련은 오늘로서 끝난 거고, '총선을 잘 치러보자, 더 이상 갈등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자'는 차원의 단합대회"라며 "이 갈등을 재론할지 말지는 윤 대통령의 대담과 이후 국민들의 반응을 보고 결정을 할 문제이니, 한 위원장이 그때 대립 각을 또 세울지 말지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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