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로 경제 살아나나 했는데… 美 소비부진·中 디플레 '암초' [딜레마에 빠진 수출]

김규성 2024. 1. 29.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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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반도체 등 상품수출만 개선
소비·설비투자 등 내수부진 상쇄
서비스수출 4분기 연속 ↓ '부담'
"최악땐 올 초중반 경기침체 온다"

우리 경제 전반의 활력이 떨어지면서 수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4·4분기까지 경기흐름을 분석했을 때 반도체 업황이 살아나면서 수출개선 흐름, 내수부진 상쇄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올 들어 20일까지 대중국 수출도 회복세다. 다만 미국 경기도 점차 둔화할 것으로 보이고 중국은 부동산 위축, 실업 증가 등으로 내수부진이 심각해 이들 양국 비중이 높은 수출이 경기버팀목 역할을 이어갈지 미지수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상품수출은 개선세이지만 서비스수출은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수출 중심 회복이라지만…

29일 정부와 한국은행,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성장기여도는 순수출이 0.8%p, 설비투자 0.3%p, 민간소비 0.1%p 등이었다. 건설투자는 -0.7%p에 머물렀다. 전분기 대비 0.6% 성장률을 기록한 지난해 4·4분기는 수출이 경제를 이끌고 간 형국이다.

실제 지난해 4·4분기 민간소비는 전분기 대비 0.2% 증가했다. 이 같은 플러스가 국내 생산과 고용에 직접 연결이 안 되는 해외여행 등에 따른 국외소비로 분석된다. 고물가·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실물경제 현장에서 느끼는 소비심리 등은 수치보다 더 얼어붙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올해 민간소비 회복세 전망은 예상보다 더디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은은 내부적으로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을 올해 성장전망치(2.1%)보다 낮은 1.9%로 예측했지만 하향조정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신 수출 개선세가 내수부진을 상쇄하고 있다.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반도체 수출액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9.7%에 달한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증가율도 플러스로 전환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12월까지 19개월 연속 마이너스였다. 올 1월 20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20일까지 대중국 수출 비중이 20.4%로 18.6%인 미국을 넘어섰다.

■中 디플레, 美 소비부진 '변수'

수출에 대한 기대감은 높지만 대외불안이 변수다. 최근 국제금융센터가 내놓은 '2024년 글로벌 경기의 주요 변수와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은행(WB), 유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올해 글로벌 성장률을 지난해보다 0.2~0.4%p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세부적으로 중국의 디플레이션을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물가하락세 지속에다 수요부진이 이어질 경우 대중국 수출비중 등이 높은 국가들이 경제 전반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까지 양호한 가계소비가 경기를 방어했지만 올해는 소비강도가 약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가계소비 추이가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경제리스크분석부장은 "현재로선 글로벌 경기의 소폭 둔화 예상이 우세하나 주요 변수들이 추가적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여지도 상당하다"며 "주요 변수들의 하방 리스크가 동시적으로 복합화될 경우 지난해 예상됐던 경기침체가 올해 초·중반에 발생할 수도 있다"고 했다.

■서비스 수출 '부진'

상품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뚜렷한 회복세였지만 콘텐츠, 정보기술, 보건의료 등 서비스 수출 부문은 감소세가 지속돼 경제 전반에 부담요인이다.

OECD 집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한국의 국제수지 서비스 수출액(원계열, 명목 기준)은 300억1100만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7.6% 감소했다. 이는 OECD 39개 회원국 중 덴마크(-20.0%)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감소 폭이다. 한국 서비스 수출액은 2022년 4·4분기 5.8% 줄어든 뒤로 4분기 연속 감소세다.

서비스 수출 감소는 글로벌 흐름과는 반대 방향이다. 지난해 세계 주요국 서비스 수출은 코로나19 엔데믹 영향이 지속하면서 회복세가 뚜렷했다. 지난해 3·4분기 기준 OECD 회원국의 평균 서비스 수출액은 9.7% 증가했다. 회원국 중 3·4분기 서비스 수출이 줄어든 국가는 한국을 포함, 6개국에 불과했다.

올해 전망도 어둡다. 정부가 올해 초 내놓은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서비스 수출, 여행수지 등을 포함한 올 서비스·소득수지 적자는 50억달러다. 지난해 수지균형(0억달러) 대비 큰 폭의 악화다. 반면 상품수지는 같은 기간 310억달러에서 55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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