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사태' 진갑용 대행의 눈물, 김종국 계약해지 예감했나…"선수들 많이 놀랐을 것"
[스포티비뉴스=인천국제공항, 김민경 기자] "아마 선수들도 많이 놀랐을 겁니다."
진갑용 수석코치를 비롯한 KIA 타이거즈 코치진이 무거운 분위기 속에 2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스프링캠프 훈련지인 호주로 출국했다. 진 코치는 인터뷰를 이어 가다 복잡스러운 상황과 마주해 울컥했는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KIA는 28일 '김종국 감독에게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고 발표해 큰 충격을 안겼다. 검찰은 29일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김 감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30일 피의자 신분이 된 김 감독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KIA는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김 감독의 직무정지를 결정하면서 '지난 25일 김 감독이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27일 김 감독과 면담 자리에서 이를 최종 확인했다. 구단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감독으로서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스프링캠프는 진갑용 수석코치의 대행 체제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식으로 감독대행을 맡기진 않았다.
KIA는 29일 코치진이 출국한 뒤에는 보도자료를 내고 김 감독과 계약 해지를 발표했다. KIA는 '지난 28일 김종국 감독에게 직무 정지 조치를 내렸던 KIA는 오늘 자체 조사를 통해 현재 김종국 감독이 피의자 신분이며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구단은 검찰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품위손상행위로 판단해 김종국 감독과 계약해지를 결정했다. 구단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후임 감독을 선임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진 코치가 취재진과 인터뷰할 당시에는 김 감독의 계약 해지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진 코치는 갑자기 팀을 이끌게 된 상황과 관련해 "아직 생각을 제대로 해보진 못했다. 갑자기 이런 상황이 닥쳤다. 아직 마음의 준비는 안 돼 있다. 이제 호주로 전지훈련 가서 코치들과 대화를 나누고, 잘 준비할 생각"이라며 당혹스러운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김 감독의 상황을 미리 알진 못했다고. 진 코치는 "나도 어제(28일) 언론을 통해서 알았다. 24일에 선수단 사진 촬영이 있어서 그날 뵀는데, 그때도 전혀 몰랐다. 티를 내지 않으셨다"고 되돌아보다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어떤 감정인지 묻자 "조금 그렇다"며 말을 더 잇진 않았다.
김 감독은 올해까지 KIA와 3년 계약을 했다. KIA와 재계약을 위해서는 계약 마지막해인 올해는 2022년(5위), 2023년(6위)보다는 더 높은 순위로 팀을 이끌어야 했는데, 매우 무거운 혐의로 감독직을 내려놓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일규)는 29일 '장정석 전 KIA 타이거즈 단장과 김종국 KIA 감독에 대하여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수사 의뢰 사건 및 해당 사건 수사 중 추가로 확인된 배임수재 등 혐의로 지난 24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장정석 전 단장과 함께 3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다. 이 조사 결과에 따라 김 감독의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장 전 단장은 포수 박동원(현 LG 트윈스)과 FA 협상 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해 3월 해임됐는데, 이번 일까지 추가로 공개되면서 더 큰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
검찰은 지난해 5월부터 장 전 단장의 비위를 수사해 왔고, 지난해 11월에는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해 수사의 속도를 높인 바 있다. 28일 김 감독의 직무정지가 확정되자 이 과정에서 어떤 금품이 김 감독으로도 흘러가지 않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업계 전반적으로 돌고 있었다.
KIA 구단 관계자들은 1월 중순까지만 해도 전혀 낌새가 없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다 지난 25일 외부 제보로 김 감독에 대한 검찰 수사를 처음 인지했다. 김 감독의 수사 소식이 알려지자 최근 독립리그 야구단에서 있었던 비리 사건이 떠오르기도 했다. 독립리그 야구단의 한 임원은 “프로야구단에 입단시켜주겠다”며 한 선수에게 돈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큰 파장을 낳았다. 하지만 이 임원은 이 돈을 중간에서 가로챘고,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신고가 들어오면서 KBO도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이 임원이 김종국 감독과 사적으로 친분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면서 업계의 관심도 커졌다.
하지만 김 감독은 절대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강력 부인했고, KIA도 이 주장에는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실제 선수에게 받은 돈이 김 감독에게 전달됐다는 증거는 없었고 임원이 중간에서 가로 챈 정황도 뚜렷했다. KIA 또한 이번 수사는 최근 독립리그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 설명은 즉, 김 감독이 다른 건의 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있다는 의미였다.
김 감독은 구단에 보고를 하지는 않았지만, 27일 면담 자리에서는 결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은 죄가 없다는 논리였다. 구단에 미리 보고하지 않은 것도 이와 궤를 같이하는 논리를 댄 것을 알려졌다. 수사권이 없는 구단으로서는 일단 김 감독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검찰 수사는 초기 단계였고, 구단에서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었다. KIA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한 스탠스를 밟을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단순히 소환 조사 한 번에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 될 수 있었다.
KIA는 캠프는 진 코치의 대행 체제로 치르기로 했다. 여기에는 두 가지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유죄의 가능성이다. 검찰이 어떤 근거도 없이 소환을 하지는 않았을 만큼, 김 감독의 결백 주장과 달리 무엇인가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면 정상적으로 팀을 지휘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 두 번째는 수사 장기화 가능성이다. 무죄가 빠른 시일 내에 입증된다면 김 감독은 이미지 훼손을 감수하고 현장에 돌아올 수는 있었다. 죄가 없는 감독을 자를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통 검찰 수사는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검찰이 여러 정황을 확인하고 참고인 조사도 여러 차례 하기 때문이다. KIA는 적어도 캠프가 끝날 때까지는 김 감독 수사가 종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캠프는 코치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KIA는 28일 곧바로 김 감독에게 직무정지 처분을 내리고 29일은 계약 해지를 결정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KIA는 2월 1일부터 호주 캔버라의 나라분다 볼파크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실시할 예정이었다. 이번 스프링캠프는 대규모 인원이 참가해 2024년 팀의 각오를 엿볼 수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KIA의 캔버라 1차 캠프에는 코칭스태프 20명, 선수 47명 등 총 67명의 선수단이 참가한다. 선수단은 투수 22명, 포수 4명, 내야수 12명, 외야수 9명으로 구성됐고, 2024년 신인 가운데에서는 투수 조대현과 김민주가 명단에 이름을 올려 관심을 모았다.
1차 캠프에서 기술과 전술 위주로 훈련을 소화한 뒤 컷오프 과정을 거쳐 오키나와 2차 캠프에서는 전지훈련 성과를 체크한다는 방침이었다. 지난해 6위에 그친 KIA는 올해 상위권 판도의 다크호스로 평가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전력이 탄탄하고, 지난해 부상 악령에 울었던 만큼 선수단이 조금 더 건강하게 시즌을 보낼 수 있다면 더 좋은 성적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구단도 선수단에 전폭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2024년을 기다려왔다. 그런데 김 감독이 불미스러운 일로 계약해지가 되면서 새 시즌 준비 과정부터 찬물을 끼얹었다.
진 코치는 일단 호주에 도착해 선수단 분위기를 수습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그는 "선수단 미팅은 가서 당연히 해야 한다. 아마 선수들이 많이 놀랐을 것이다. 내가 가서 따로 할 얘기는 '너무 동요하지 말고, 항상 우리 운동하는 방식대로 준비하자'고 얘기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오늘(29일) 심재학 단장님을 잠깐 만나서 (대행 직무와 관련해)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그냥 책임자라고 생각하고 호주에 가려 한다. 나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코치들과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장 전 단장과 김 감독 사태로 선수들이 조금 더 금품수수 등과 관련한 일을 조심하길 바랐다. 진 코치는 "선수들이 아마 더 잘 알 것이다. 이런 계기를 통해서 아마 다시 생각할 것이다. 선수들은 내일(30일) 잘 준비해서 (호주로) 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베테랑 선수들과 먼저 대화를 나눌까 싶었지만, 그 일도 너무 갑작스러워 뒤로 미뤘다. 진 코치는 "지금 대화하는 것보다는 정리하고 나서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가서 선수들과 잘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했다.
갑자기 사령탑의 자리가 텅 비었지만, 선수단은 하던 대로 하려 한다. 심 단장이 진 코치에게 가장 강조한 점도 '하던 대로'다.
진 코치는 "단장님께서 우리 KIA가 항상 하던 루틴을 하라고 하셨다. 전과 똑같은 스케줄을 짰다. 대행 기간을 단장님께서 따로 이야기하진 않으셨다. 일단 캠프는 항상 매년 있는 거니까. 가서 잘 준비하라고 하셨다"고 밝혔다.
김종국 감독은 무등중-광주일고-고려대를 졸업한 뒤 1996년 해태의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해 프로 경력의 전체를 타이거즈에 바친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이다. 1996년 1군에 데뷔해 2009년 현역을 마칠 때까지 1군 통산 1359경기에서 타율 0.247, 66홈런, 429타점, 254도루, 604득점을 기록했다. 공격이 화려한 선수는 아니었지만 탄탄한 내야 수비력을 자랑했고 국가대표팀에도 여러 차례 선발되는 등 스타로 이름을 날렸다.
김 감독은 은퇴 이후에도 지도자 경력을 모두 KIA에서 소화했다. 2011년 2군 수비 코치를 시작으로 2군 작전‧주루 코치, 이어 2012년부터는 1군 작전‧주루 코치를 오랜 기간 수행했다. 2021년에는 1군 수석 코치로 승격해 감독 코스를 밟았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맷 윌리엄스 감독의 후임으로 2022년 3년 계약을 하고 KIA 사령탑에 올랐다. 현역과 지도자 경력을 모두 한 팀에 바친 사례를 찾아보기 극히 드문 케이스다.
김 감독은 취임 당시 “30년 가까이 몸담고 있는 KIA 타이거즈라고 하는 명문 구단의 사령탑에 올랐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다. 동시에 엄청난 책임감을 느끼며 마음 한켠이 무거운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팀이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는 마음가짐으로 많은 것을 바꾸고, 기초부터 탄탄해져야 한다. 모든 선수들을 동일한 출발선에 두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것이다.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이 헛되지 않고, 타이거즈 팬 여러분의 열망과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러나 이 다짐은 불명예스러운 일로 지키지 못하게 됐다.
KIA는 심재학 단장 체제로 변화를 꾀하며 장 전 단장의 뒷돈 파장의 여파를 수습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 감독이 검찰 수사를 받고 계약해지까지 되면서 그간 노력이 힘이 빠지게 됐다. 김 감독마저 불명예 퇴진한 상황에서 KIA를 구원할 투수는 누가 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한편 KIA는 김 감독 계약 해지를 발표한 뒤 구단 사과문도 함께 냈다. KIA는 "KIA는 김종국 감독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일로 KIA 팬과 KBO리그를 사랑해 주시는 모든 야구 팬, 그리고 KBO리그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관계자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쳤다. 깊은 사과의 말씀 전한다"고 했다.
이어 "구단은 해당 사실을 인지한 즉시 김종국 감독과 면담을 통해 즉시 사실 관계를 빠르게 파악하고자 했다. 또한, 수사 결과와 관계 없이 금품 수수 의혹이 제기된 이상 정상적인 시즌 운영이 불가하다고 판단해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고 덧붙였다.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KIA는 "KIA는 이번 사안에 대해 큰 책임을 통감하며 과오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감독 및 코칭스태프 인선 프로세스 개선, 구단 구성원들의 준법 교육 등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 또한, 향후 구단 운영이 빠르게 정상화 될 수 있도록 후속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IA는 마지막으로 "프로야구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시는 팬 여러분께 불미스러운 일을 전해드리게 되어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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