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빌 말도나도 이스트스프링 인베스트먼트 CEO | “2024년은 ‘반도체’에 주목해야…대만·한국 큰 수혜 예상”
“인공지능(AI)의 발전은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할 수 있는 하이엔드 반도체 칩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AI 열풍의 가장 큰 아시아 수혜국은 대만과 한국이다.”
빌 말도나도(Bill Maldonado) 이스트스프링 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올해 주목할 만한 투자 섹터’로 반도체를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생성 AI(Generative AI) 기술은 많은 산업을 파괴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산업의 생산성·수익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라며 “반도체 공급망에 속한 말레이시아 등 다른 아시아 기업들도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말도나도 CEO는 올해 아시아 증시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 현상이 선진국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아시아가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의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아시아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고착화되고, 금리 인하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말도나도 CEO는 “아시아 각국 정부는 선거를 치르는 해에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라며 “(올해 대만, 한국, 인도 등 세계 76개국에서 주요 선거가 치러지는 가운데) 주목해야 할 것은 재정 정책의 영향”이라고 말했다.
이스트스프링 인베스트먼트는 영국 푸르덴셜그룹에 속한 아시아 기반의 글로벌 자산 운용사로, 2214억달러(약 291조5174억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고금리가 지속되고 있다. 올해 아시아 증시를 어떻게 전망하나.
“올해 글로벌 경기 둔화 현상은 선진국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아시아 증시에 건설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중국 경제는 정부의 경기 부양책 덕분에 안정되고 있으며, 이는 아시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로 인한 수혜는 라틴아메리카, 유럽·중동·아프리카뿐 아니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도 받을 것이다. 이들 국가는 값싼 노동력과 우수한 제조 기반을 갖춘 주요 원자재 생산국이기 때문이다. 또한 아시아 주식은 미국 주식 대비 낮은 PER(주가수익비율)로 더 큰 미래 수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보인다.”
반간첩법 등으로 중국 시장에서 해외 기업들의 활동이 위축됐는데, 중국 전망도 좋나.
“2023년은 중국에 어려운 한 해였다. 예상보다 느린 성장률과 부동산 부문의 지속적인 약세 등으로 중국 증시에 대한 부정적인 심리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3년 10월 1조위안(약 183조원) 규모의 특별 채권을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정부가 안정적 성장을 유지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전에 시행된 경기 부양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미온적이었던 만큼 중국은 ‘또 다른 대규모 완화책이 효과가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23년 3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은 1.3%로 전망치(1%)를 상회했다. 산업 생산과 소비도 예상치를 웃도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일부 있다. 물론 부동산 약세가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중국이 성장 모델을 ‘투자’ 중심에서 ‘소비’ 중심으로 빠르게 재조정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2023년 1분기 중국 GDP 성장률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83.2%로 2019년(58.6%)보다 크게 높아졌다. 전반적으로 첨단 제조업, 헬스케어, 소비재 등 부문에서 구조적인 기회가 있다. 소비 성향의 변화와 정부의 정책 지원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심리는 극도로 약세지만,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깜짝 발표된다면 투자자들이 중국 자산을 바라보는 시각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일본 경제는 엔저 현상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지 않나.
“일본에서 인플레이션이 더 고착화되면 기업은 가격을 인상해 마진을 개선할 수 있다. 일본은행(BOJ)은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과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완화할 여지가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일본은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시대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한 세대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기회를 맞고 있다. 이는 일본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아시아에서 주목할 만한 투자 섹터는.
“생성 AI 기술은 많은 산업을 변화시키거나 파괴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는 생산성·수익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AI의 발전은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할 수 있는 하이엔드 반도체 칩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아시아에서 가장 큰 수혜국은 대만과 한국이다. 말레이시아의 첨단 패키징과 테스트 업체 등 반도체 공급망에 속한 다른 아시아 기업들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본다.
또한 세계 규제 당국이 지속 가능한 분류 체계 개발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아시아에서도 친환경 규제가 확대되고 있다. 투자자들이 순수 친환경 주식만을 찾으면서 아시아의 많은 기업이 매각됐고, 성장성·수익률이 좋은 매력적인 기업들로 구성된 투자처가 생기고 있다. 우리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중점을 둔 아시아 채권이 아시아 지역 탄소 중립(net zero·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흡수량도 늘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늘어나지 않는 상태)을 위한 자금 조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 미국 대선 등 굵직한 선거가 예정돼 있는데, 아시아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역사적으로 선거일이 가까워지면 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곤 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가 발표되면 이러한 우려는 금방 사라진다. 다만 주목해야 할 한 가지는 재정 정책의 영향이다. 특히 아시아 각국 정부는 선거를 치르는 해에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하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고, 금리 인하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다.”
미국에선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데.
“미국 인플레이션은 원자재 가격 충격이 없는 한 2024년에도 하락 추세를 이어갈 것이다. 하지만 그간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누적된 부담이 노동시장 성장을 둔화시켜야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핵심 인플레이션이 의미 있게 감소하기 시작하려면 임금 상승률의 하락세가 지속적으로 강하게 나타나야 한다. 역사적으로 금리 인상이 미국의 임금 상승과 노동시장 둔화에 영향을 미치는 데 3~7분기 정도 걸렸다. 즉, 연준은 이른 ‘인플레이션 통제 성공’ 선언을 경계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피벗(정책 전환) 시기는 몇 달 후로 예상한다.”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올해, 투자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할까.
“올해도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모두 시장 변동성이 크게 유지될 것이다. 투자자들에게 민첩한 포지셔닝이 필요한 이유다.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 위험 관리는 변동성 장세를 헤쳐 나가는 데 있어 핵심이다. 주식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들은 경제 변화를 포착하는 다양한 요인에 분산 투자하는 전략으로 불확실한 시장에 대응할 수 있다. 투자 포트폴리오의 하방 리스크를 완화해 안정성을 강화하는 ‘저변동성 전략’도 추천한다.
인플레이션이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채권시장에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아시아 투자 등급(IG) 회사채의 높은 절대 수익률은 일부 투자자에게 매력적일 수 있다. 우리는 장기 채권의 가치가 크게 개선된 만큼 우량 채권 내에서 듀레이션을 적당히 늘리고자 한다. 특히 아시아 현지 통화 채권 수익률은 현재 양호한 밸류에이션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 중앙은행이 최초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 태국, 말레이시아 등 저베타 채권시장은 채권 변동성이 커질 때 회복력이 더 높을 것으로 본다. 싱가포르 국채는 다른 AAA 등급 국채보다 매력적인 수익률로 돋보인다. 싱가포르 회사채도 싱가포르 달러의 안전자산 통화 지위를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높은 안정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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