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돋보기] 1·10 부동산 대책, 재건축 시장에 어느 정도 효과 있을까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2024. 1. 2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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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월 10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아람누리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국민이 바라는 주택’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정부가 연초부터 냉각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1월 10일 ‘2024 국토교통부 업무 보고’에서 수요 진작 카드를 꺼낸 것이다. 투자수요를 끌어들여 위기로 치닫고 있는 주택 건설 경기를 연착륙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주거용 오피스텔이나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등 인기가 없거나 소화불량이 걸린 쪽만 한정해서 핀셋 규제 완화에 나섰다. 시장의 민감도가 높고 폭발성이 강한 수도권 아파트는 이번에 제외하는 등 조심스러워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은 지 30년만 넘으면 안전진단 없이도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으나 최종 관문인 ‘재건축 부담금’이 복병으로 남아 있다. 투자수요를 짓누르는 고금리 행진도 계속되고 있다. 이를 종합해볼 때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박원갑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재건축, 재개발 시장에 훈풍 불까

이번 대책으로 안전진단이 재건축의 첫 관문이라는 통념이 사라진다. 이제 안전진단은 사업 시행 인가 전까지만 통과하면 되기 때문이다. 지은 지 30년 지나면 주민의 뜻에 따라 정비 계획 수립과 추진위원회 구성, 조합 설립 등 재건축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정부가 공급 촉진을 위한 ‘재건축 패스트트랙’ 구상의 일환으로 내놓은 것이다. 서울시의 경우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까지 적용하면 재건축 사업 기간이 최대 5∼6년가량 단축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부동산 정보 회사 부동산 114 조사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1232만 가구 중 준공된 지 30년 이상 된 아파트는 262만 가구로 21.2%에 달했다. 준공 후 30년을 넘긴 단지는 서울(50만3000가구), 경기(52만2000가구), 인천(19만9000가구) 등 수도권에 47%가 몰려있다. 서울은 네 채 중 한 채가 재건축 대상이다. 1990년대 초·중반 이후 준공 고층 아파트 단지들은 규제 수위가 낮아진 만큼 재건축을 적극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리모델링 추진하던 아파트 단지도 재건축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최종 관문을 통과하기까지는 걸림돌이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따른 재건축 부담금이 바로 그것이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집값을 올리기 위해서라도 일단 재건축에 시동을 걸 것”이라며 “하지만 재건축 부담금이 조합원 기대만큼 낮아져야 철거나 착공 단계에 들어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조합원은 재건축 부담금의 유예 혹은 폐지를 원하고 있다. 또 이미 20층 이상의 고층으로 지어진 곳도 많아 재건축을 해도 어느 정도 수익성이 있을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공사비 인상, 고금리로 사업성이 악화되어 사업 환경이 녹록지 않은 것도 변수다. 따라서 이번 조치로 1990년대 초·중반 준공 아파트들이 당장 들썩일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 같다.

재개발의 경우 노후도 요건을 완화(3분의 2→60%, 재정비촉진지구 50%)하기로 했다. 노후도가 높은 지역은 접도율, 밀도 등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이번 대책으로 그동안 쪼개기나 신축 빌라 난립으로 노후도 요건을 맞추기 어려워 재건축 추진이 힘들었던 구역들이 한숨을 돌리게 될 전망이다. 개인적으로 개발에 따른 부담금이 크게 없는 재개발이 재건축보다는 좀 더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1월 10일 오후 경기 수원시 아파트 밀집 지역. 사진 뉴스1

오피스텔, 발코니 허용에 세제 혜택까지

오피스텔 등 소형 신축 주택도 취득세·양도세·종부세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한다. 올해 1월부터 내년 12월까지 향후 2년간 준공된 전용 60㎡ 이하, 수도권 6억원, 지방 3억원 이하 다가구, 도시형생활주택, 주거용 오피스텔 등을 최초로 구입하는 경우를 대상으로 한다. 올해부터 내년 말까지 전국에서 입주하는 전용 60㎡ 이하 소형 오피스텔은 2만6000여 실에 이른다. 다만 1가구 1주택자가 소형 신축 주택을 추가 구입할 경우 1가구 1주택 특례(양도세‧종부세)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1주택자 입장에서 기존 주택의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먼저 소형 주택을 다 팔아야 한다는 얘기다.

오피스텔의 경우 그동안 금지됐던 발코니 설치를 허용한다. 쾌적한 주거 여건을 갖춘 오피스텔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발코니 확장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등록임대 사업자 제도도 손본다. 현재 임대 의무 기간은 10년인데 이와 별개로 6년으로 낮춘 단기 등록임대 유형을 도입한다. 물론 아파트는 제외한다. 등록임대를 하면 세제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되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번 대책으로 ‘빌라 사기’ 여파로 구조적 불황에 처한 비(非)아파트 시장이 향후 살아날 여지가 있다. 다만 고금리 여파로 투자수요가 당장 생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지금은 임대료를 받아 대출이자를 갚기도 벅찬 역마진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금리가 체감적으로 낮아질 올 연말이나 2025년 이후 활성화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방의 불 꺼진 아파트 줄어들까

앞으로 2년간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면 세제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한다. 대상 주택은 전용면적 85㎡, 6억원 이하 주택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의 94%가 전용면적 85㎡ 이하여서 대부분 포함된다. 1월 10일 이후 주택 사업자로부터 최초 구입한 미분양 주택부터 세제 혜택이 적용된다. 분양권 전매를 통한 취득은 불가능하다. 법 개정 후 1년 내에 미분양 주택을 처음 구입하는 경우에는 1가구 1주택 특례를 적용한다. 지방의 악성 미분양 주택 매입 때는 조금 더 혜택을 줄 필요가 있어 특례를 적용했다고 국토교통부는 밝혔다. 이 같은 혜택으로 ‘불 꺼진 아파트’가 다소 줄어들 수 있다.

향후 부동산 시장 영향은

이번 대책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에 따른 위기와 건설 업체의 자금난을 해소하려는 목적의 응급 처방전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연착륙 대책이면서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2008년)처럼 ‘지방 미분양 주택 한시 양도세 감면 조치’를 도입하지 않은 점에 주목해야 할 것 같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채 가시기 전엔 전국 미분양 주택 수가 최고 16만 가구에 달했으나 2023년 11월 말 기준 5만7925가구로 그치고 있는 것도 고려한 것 같다. 다만 정부는 건설 주택 경기가 더 악화할 경우 추가 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 이번 대책의 수혜 대상에 투자수요가 많은 수도권 아파트는 제외되어 있어 침체된 아파트 시장이 갑자기 상승 반전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추가 하락을 막는 연착륙에 도움을 주는 정도의 효과가 예상된다. 고금리에 투자 심리도 위축되어 있어서 올 상반기까지는 거래 위축 속 가격 하락이 진행될 것이다. 하반기에 가서야 서서히 반등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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