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식물생명공학도서 K-스마트팜 전도사로… "수직농장 성공 큰 보람"
농심 감자칩 원료인 감자품종 개발… 다양한 농산물 원료 연구도 진행
스마트팜 초기 일 안 풀릴때 농민 입장에서 고민… 글로벌 진출로 키워
"고객 많이 생각하고 만든 시스템 같아요" 말씀 주실 때 진심으로 뿌듯
농사짓는 사람의 마음은 어린아이 하나 귀하게 길러내는 마음과도 같다고 한다.
작물의 상태가 어떤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자주 들여다볼수록 한 단계 한 단계 잘 키워낼 수 있기 때문이다.
논과 밭에서 두 발을 디뎌가며 짓는 농사뿐 아니라 첨단기술의 힘을 빌려 농사 짓는 현대의 스마트팜에서도 이를 진리로 여기며 하루하루를 '농심'(農心, 농민의 마음)으로 채워나가는 사람이 있다. 식물생명공학도에서 K-스마트팜 전도사가 된 강창원(45·사진) 농심 스마트팜 사업팀장의 이야기다.
농심의 스마트팜사업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강 팀장은 스마트팜 중 특히 수직농장의 시설·설비, 품종선발, 재배기술, 운영기술 등 수직농장 구성과 운영을 위한 전 부분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대학에서 식물생명공학(감자육종)을 전공하고 농심에서 사용하는 감자칩의 원료인 감자품종 개발, 씨감자 생산 연구 담당으로 입사했다. 이후 감자뿐만 아니라 농심이 사용하고 있는 다양한 농산물 원료에 대한 연구도 진행했다.
그에게는 입사 첫해, 대관령에서 근무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강 팀장은 "대관령연구팀에 입사 후 감자 이외에도 농심에서 사용하는 많은 농산물 원료를 검토하고 연구했다"면서 "퀴노아, 아마란사스, 표고버섯 등 그때까지 한번도 다뤄 보지 않았던 작물을 재배 연구했었는데 모두 한번에 재배에 성공해 짜릿했던 기억이 난다"고 당시 경험을 떠올렸다.
이어 "현재 매진하고 있는 수직농장 작물 재배 기술 개발도 식물 그 자체를 이해하려 했던 업무 경험이 바탕이 된 덕분에 가능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농사가 잘 돼야 웃을 수 있는 천생 농부다. 강 팀장은 "제가 기획하고 만든 수직농장에서 식물들이 잘 자라는 모습을 보면 정말 기분이 좋다"며 "특히 재배가 어렵다고 알려진 작물을 재배에 성공했을 때 많은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일을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관심과 애정"이라며 "설비를 개발하는 엔지니어든, 식물을 연구하는 재배 기술자든, 직접 운영하는 생산자든 식물이 수직농장에서 잘 자라는데 무엇이 필요한지, 지금의 상태가 어떤지 어린아이 돌보듯 잘 관찰하면 답이 보인다. 그것을 찾는데 성공했다면 실행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강 팀장은 농심이 스마트팜 기술 상용화를 위해 2018년 꾸린 스타트업 형태의 조직인 '닥터팜'을 이끌어왔다. 임시 조직이던 닥터팜은 최근 '스마트팜의 글로벌 진출'이라는 목표 수립과 함께 정식 조직으로 격상됐다.
닥터팜은 처음부터 순항한 것은 아니었다고 강 팀장은 회상했다. 그는 "농심이 큰 조직이다 보니 각자의 분야에서 일을 하던 팀원들이 처음 닥터팜에 모였을 때 기대감도 있었지만 애로사항들도 적지 않았다"며 농업과 관련된 생소한 용어부터 익숙해져야 했으며, 자신들만의 전문분야를 '스마트팜'과 연결짓고 이를 지금과 같은 비즈니스로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정말 스타트업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직접 챙겨야 하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고 팀워크가 좋았기 때문에 잘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스마트팜은 깨끗하고 안전한 원료를 안정적으로 수급해야 하는 농심에 있어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공급받는 농산물 원료의 표준화가 반드시 필요하고, 이에 대한 답을 스마트팜에서 찾아나가고 있다. 강 팀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강 팀장은 "농심의 경우, 1995년 대관령연구소에 유리온실을 설치해 농산물 재배연구를 시작했고 2008년 업계 최초로 안양공장에 파일럿 수직농장을 직접 개발·설치해 수경파, 청경채 등 다양한 작물에 대한 재배와 연구를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강 팀장이 집중하고 있는 건 수직농장 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마트팜 모델을 개발해 이를 적시적소에 공급하는 것이다. 그는 "스마트팜은 농업 생산활동을 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환경, 물, 전기, 인력 등 인프라 조건에 따라 필요한 스마트팜 기술이 달라진다. 이런 인프라 환경을 먼저 분석하고 고객이 원하는 최적의 스마트팜을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가을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국빈 방문 일정에 동행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K-스마트팜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관심에 대해 언급했다.
강 팀장은 "농업도 하나의 사업이라 사업성이 없다면 연구를 진행하기 어려운 작물도 많다"면서 "그런데 일부 국가에서는 미래의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채산성이 확보되지 않더라도 생산량이 충분하다면 니즈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전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스마트팜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그들의 의지가 인상적이었다"고 회상했다.
스마트팜 사업 초기, 농사짓는 일이 마음처럼 풀리지 않을 때면 '내가 농민이라면 어떨까?'를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초기에는 '이 사업이 정말 될까'라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사업을 검토할 때도 농민의 입장에서 고민했다"면서 "지금의 농심 스마트팜이 그렇게 탄생했고 아직은 부족하지만 저희 스마트팜을 도입한 고객들이 '정말 고객을 많이 생각하고 만든 시스템 같아요'라고 말씀 주실 때 진심으로 뿌듯하다"고 전했다. 초심의 힘으로 버텨온 결과 꿈의 크기도 '글로벌 진출'로 키울 수 있었다.
10년 후의 모습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가라고 묻자 그는 "농심 스마트팜이 유럽 선진국과 비교해서도 뒤지지 않는 세계 최고의 스마트팜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농심행 무불성사(以農心行 無不成事·농사짓는 마음으로 행하면 안되는 일이 없다). 농심의 경영철학이기도 한 이 문구가 그의 꿈과 함께 오버랩된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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