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공개 '사적 제재'도 간통죄처럼 '위헌' 판결날까
'사실적시 명예훼손' 조항 헌법소원 청구 예정
사적 제재 '인격권' 침해 VS 표현의 자유 제약
헌재 2016년 7대 2→2021년 5대 4 의견 '합헌 결정'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개인이 온라인 상에 범죄자 신상 공개하는 ‘사적 제재’ 논란이 이어지면서 처벌 근거인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가 진행된다.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금지해 개인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조항이지만 형사 처벌을 통해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리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면서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 신상을 공개하는 ‘배드파더스 (Bad Fathers)’ 사이트 운영자인 구본창 대표는 이번 주 중이나 늦어도 다음 주 초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예정이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불리는 이 조항은 출판물 혹은 인터넷 공간에서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명예훼손을 저지를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구 대표는 지난 2018년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신상이 공개된 이들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다. 2020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배심원 7명 전원이 구 대표에 무죄 평결을 내리고 1심 재판부도 무죄를 판결했다.
하지만 이 사건 판단은 지난 2021년 2심에서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로 뒤집혔다. 구 대표의 행위가 사적제재에 해당한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지난 4일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구 대표에 대한 유죄 판단을 확정했다.
구 대표는 이날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미투(Metoo) 사건, 학교폭력, 양육비 등의 사건은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림으로써 법적으로 해소되지 않는 부분을 해결하려는 것”이라며 “사적제재라는 이유로 처벌을 내린다면 국가가 사회적 약자에게 ‘아무리 피해가 심하고 억울하더라도 입을 꾹 닫고 살라’고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헌재, 사실적시 명예훼손 ‘합헌’ 판단…뒤집힐 가능성은
앞서 헌법재판소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불리는 관련 법률 ‘형법 제307조 1항’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1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다만 형법은 ‘공익적 목적’이 있는 경우 처벌하지 않는 제310조(위법성조각사유)를 두고 있지만, 정보통신망법은 비방 목적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진다.
앞서 헌재는 지난 2021년 사실적시 명예훼손 존속 여부를 두고 합헌 결정을 내렸다. 전체 재판관 9명 중 5명이 합헌, 4명이 반대 의견을 낼 정도 첨예한 의견 대립이 이어졌다.
합헌 측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금지해 개인의 인격권을 보호하는 것은 입법적 정당성이 있다”며 “명예훼손 표현행위에 대한 억지 효과 측면에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특히 온라인을 통해 명예훼손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 이를 대체할 수단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반대 의견을 낸 이들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문제점은 형사처벌이 국가에 의해 수행된다는 점”이라며 “감시와 비판의 객체가 돼야 할 국가·공직자가 형사 처벌의 주체가 될 경우 건전한 감시와 비판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규정한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해당 논란에 대해서는 법률 전문가 사이에서도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난 2016년 헌재가 전체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지 5년 만에 5대 4 의견으로 폐지 의견에 힘이 실린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구체적 사건에 대해 다시 헌법소원이 제기될 경우 ‘위헌’ 또는 ‘일부 위헌’이 나올 가능성도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지난 2015년 시대 변화에 따라 사문화돼 폐지된 간통죄의 경우 헌재 지난 1990년부터 2008년 사이 4번 연속 합헌 결정이 난 이후 5번째에 이르러서야 위헌 결정이 났다.
형사법 전문 한 변호사는 “각국의 입법례를 보면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형사 처벌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부작용에 대한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무분별한 신상공개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된다면 위헌 판단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백주아 (juabae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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