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스텔 전락한 오피스텔 …"2억 내려도 안팔려"
3년새 금리 치솟고 집값 뚝뚝
분양자들 "잔금 낼돈이 없다"
매물 쌓이는데 거래는 없어
작년 청약 오피스텔 절반 미달
"부동산 버블붕괴 뇌관 우려"
"다음달에 입주하는데 잔금을 못 내겠다는 사람이 너무 많네요. 싸게 내놓아도 거래가 안 돼요."
29일 경기 화성 오산동 동탄역헤리움센트럴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호재로 동탄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이곳은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 1억원 매물이 나와도 연락이 없다. (매물이) 다 정리될 때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오피스텔 시장에 이미 불고 있던 찬바람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좋았던 2020년 이후 분양에 나선 곳들이 실제 입주 시점이 도래한 가운데 분양자들이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매물을 던지고 있다. 급한 분양자들은 '억' 단위로 할인된 가격에 매물을 내놓지만 매수 수요가 없어 매물이 쌓이고 있다. 침체된 시장 영향에 신규 오피스텔 청약에서도 미달이 속출하고 있다.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청약을 개시한 전국 오피스텔 23곳(중복 단지 제외) 중 절반 이상(12곳)이 미달을 기록했다.
요즘 오피스텔 상황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마피스텔'이다. 분양가보다 할인된 가격에 던지는 마피 매물만 가득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오피스텔은 10% 이상 마피가 붙어도 아파트 급매보다 싸지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힐스테이트청량리더퍼스트' 전용면적 84㎡는 1억원 마피를 감안한 호가가 10억원이지만, 인근 아파트 같은 평형이 10억원대 수준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아파텔은 아무래도 아파트보다 구조가 답답하다. 인근 아파트도 급매만 팔리는데, 그것보다 비싼 오피스텔이 팔릴 순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주요 입지에 공급돼 분양 당시 청약 경쟁률이 세 자릿수를 기록했던 오피스텔조차 마피 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힐스테이트청량리더퍼스트는 지난해 12월 입주를 시작했는데 잔금을 못 낸 분양자는 하루빨리 오피스텔이 팔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총 315가구 중 매매만 81개(25%)에 달한다. 전용 84㎡는 분양가가 12억~15억원대였는데 매물 호가는 9억~10억원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마피가 2억원에 가까운 매물도 나와 있지만 매수자가 없다"고 말했다.
배우 김수현이 모델로 나선 '일산 더샵 엘로이'도 높은 분양 경쟁률로 화제를 모았다. 그런데 현재 매매 물건은 200개 이상으로 대부분이 마피가 5000만~7000만원이다. 이곳은 입주가 내년인데도 잔금을 못 내는 분양자들이 미리 팔아 달라며 매물을 던지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가뿐만 아니라 아파트 매매가도 떨어지다 보니 '피'(프리미엄)를 받고 팔려고 투자했던 분들은 지금부터라도 팔아 달라고 난리"라고 전했다.
2020년 이후 부동산 활황 때 분양한 오피스텔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피해 고분양가로 공급됐다. 치솟는 집값과 각종 청약 및 대출 규제에 내 집 마련에 급한 수요자들이 오피스텔로 몰렸다. 오피스텔이지만 방 3개 이상 주거용으로 설계된 일명 '아파텔'이 이때 쏟아졌다. 그러나 2~3년 새 상황이 바뀌었다. 아파트 값이 급락했고 금리는 코로나19 때보다 두 배 이상 올랐다.
그나마 아파트는 대부분 지역이 조정지역 해제로 규제가 완화된 반면 오피스텔에 대한 규제는 여전하다. 취득세 4.6%를 내야 하고 주거용은 주택 수로 간주되며 각종 세금 중과 대상이 돼 투자 수요가 붙기 어렵다. 정부는 올해 초 소형 오피스텔에 대해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규제 완화'를 발표했지만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오피스텔 분양 시장은 살얼음판이다. 전국에서 청약 미달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오피스텔 건설에 주력해 온 건설사나 시행사는 아파트보다 훨씬 큰 미분양 리스크를 안고 있다. 저조한 분양률은 발주처의 자금 흐름을 막고 건설사나 시행사의 자금난을 키우고 있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아파트 시장도 얼어붙어 오피스텔 시장이 되살아나기는 아직 멀어 보인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때 경기도 대형 평수가 대거 미분양이 나면서 시행사가 계약 취소 물량을 할인 판매하다가 그마저도 팔리지 않아 유동성 문제로 건설사들이 줄도산했다"며 "이번 부동산 버블 붕괴는 역전세나 아파트가 아니라 오피스텔과 생활형숙박시설 등 비아파트에서 터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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