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ELS 연기대상

한우람 기자(lamus@mk.co.kr) 2024. 1. 2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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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누구나 투자했다가 손실이 나면 자기 책임이 없다고 우기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현장에 나가서 은행원과 투자자를 같이 만나 '삼자대면'을 해봤더니 그런 일방적인 우기기가 아닌 게 현실입니다. 누가 봐도 은행원의 과실이 명백한데,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천연덕스럽게 잡아뗀다고 합니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연기하는 줄 알았다고 하네요."

최근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과 관련해 금융당국 관계자가 전한 현장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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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누구나 투자했다가 손실이 나면 자기 책임이 없다고 우기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현장에 나가서 은행원과 투자자를 같이 만나 '삼자대면'을 해봤더니 그런 일방적인 우기기가 아닌 게 현실입니다. 누가 봐도 은행원의 과실이 명백한데,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천연덕스럽게 잡아뗀다고 합니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연기하는 줄 알았다고 하네요."

최근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과 관련해 금융당국 관계자가 전한 현장 분위기다. 최근 예순 넘은 할머니가 "원통해서 못살겠다"며 삭발식을 하는 광경이 신문지상을 뒤덮고 있는 데 반해 그 앞에서 석고대죄하는 은행원의 모습은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은행원들이 공개 사죄하지 않는 것, 이해는 간다. 고객에게 상품을 권유해 고객이 돈을 번다고 한들, 은행원이 얻을 이득은 별로 없다. 고객이 투자해서 손실이 나면 멱살을 잡힌다. 상품을 권유해봤자 본전도 못 찾는 것, 그것은 은행원의 숙명이다.

그런데 이번 사태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칠순 가까이 평생 정기예금에만 가입하던 분이 ELS에 가입했더라고요. 찾아보니 '공격투자형'으로 투자 성향이 분류됐습니다. 공격적으로 정기예금에 가입하셔서 공격투자형인 걸까요?"라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일선 창구 직원들도 억울하다. "본점이 판매 프로모션을 거는데 안 팔고 가만히 있는 게 가능이나 합니까?" 은행 경영진이 ELS 판매를 '쪼면서' 일선 창구에서는 실적을 달성한다고 무리수가 잇따랐다. 이런 총체적 난국이 어딨는가.

문제는 이런 영업 방식이 최근 수년 사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라임펀드 사태 때 그랬고,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도 그랬다. 자꾸 반복되면 초강수가 필요하다. 판매 금지가 답이다. 하지만 '아는 이'들의 상품 가입 편의성도 보장해야 한다. 현행 '전문투자자' 제도 대상에 ELS 같은 '중위험' 상품까지 포함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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