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국가보안법 사건 'ㅎㄱㅎ' 변호인·피고인 임의 퇴정
변호인 "내려와서 신분 확인하시라"…경위 제지
재판부 "변호인·피고인 없이 진행, 내달 증인신문"
[제주=뉴시스] 오영재 기자 =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제주 'ㅎㄱㅎ' 단체 핵심 조직원 3명에 대한 첫 공판이 시작부터 삐그덕거렸다.
약 9개월 만에 열린 재판에서 피고인들과 변호인이 재판 도중 법정을 나갔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진재경)는 29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현우(49)·강은주(54) 전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과 고창건(54)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박 전 위원장과 고 사무총장은 지난해 4월5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지난해 9월 보석된 바 있다.
이날 재판 시작과 동시에 진행된 피고인 신분 확인 과정에서부터 재판장과 변호인의 마찰이 이어졌다.
재판장이 강 전 위원장에게 '자리에서 일어나 마스크를 벗으라'고 요청하자, 강 전 위원장 측 변호인은 "얼굴을 왜 확인하느냐, 질문을 하려면 당사자(피고인)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고지부터 해달라"고 맞섰다.
이 변호인은 "법대에서 내려와서 직접 신분을 확인하시라. 형사사법절차에서 마스크를 벗어야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며 "이런 식이라면 판사님 신분 확인해도 되겠느냐"고 항의했다. 이어 피고인들의 신분증을 갖고 재판장 앞으로 이동했다가 법정 경위에 의해 제지 당했다.
피고인 3명 모두 이날 재판부의 신분 확인 요구에 묵비권을 행사했고, 검찰이 대신 확인해 재판부에 알려주면서 일단락됐다.
이후 진행된 검찰의 기소 요지 낭독 과정에서도 변호인은 "이 재판은 졸속 재판이다. 공판 준비 절차에 대해서 고지하지 않은 것으로 알겠다"며 "공판 주요 사항에 대해 피고인들에게 고지하지 않고 이의변경권을 침해했다"고 재차 항의했다.
또 형사소송법 266조 1항과 10항을 토대로 재판부가 공판준비 과정에서 결정한 이 사건 쟁점과 증거에 관한 정리 결과를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날 공판을 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재판을 파행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 준비 절차는 적법하게 됐다고 판단한다"며 변호인의 공판준비기일 조서 변경 신청을 기각하고 검찰을 향해 기소 요지를 마저 낭독할 것을 주문했다.
검찰이 공소 사실 요지를 읽기 시작하자, 변호인과 피고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법정을 나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재판장의 허가 없이 임의로 퇴정했다. 변호인까지 임의 퇴정한건 처음"이라며 "필수적 변호사건이 껴있긴 하지만 대법원 판례를 토대로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피고인과 변호인이 없는 상태에서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 낭독이 이뤄졌다.
재판부는 오는 2월26일과 3월11일에 공판을 속행하기로 하기로 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검찰이 신청한 증인 40명 중 이 사건 수사관들에 대한 증인 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들은 2022년 9월 북한의 대남적화통일 노선을 추종하는 이적단체인 'ㅎㄱㅎ'를 결성해 국가안보 위해 조직을 만든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ㅎㄱㅎ'가 북한 문화교류국과 연결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의 주요 혐의만 12개에 이른다.
'ㅎㄱㅎ' 총책으로 지목된 강 전 위원장은 2017년 7월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 3명과 접선해 지령과 간첩 통신교육 및 장비를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지령 수행을 위해 국내 입국한 혐의(특수잠입·탈출, 회합)를 받는다.
이들은 '사이버 드보크(외국 이메일 계정을 통해 교신하는 방식)'로 문화교류국과 통신했으며, 북한으로부터 받은 지령 문건 13개와 북한에 전달한 보고서 14개를 확보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박 전 위원장은 'ㅎㄱㅎ' 노동 부문, 고 사무총장은 'ㅎㄱㅎ' 농민 부문 책임자로 구분됐다.
한편 이들은 지난해 4월24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부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지난해 6월 4차례에 걸친 공판준비기일 끝에 제주지법은 국민참여재판 배제 결정을 내렸다. 이들은 항고를 제기했으나 지난해 11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기각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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