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철도 등 재량성 예타 면제 남발…제도 무력화 우려
사업 진행 과정에서 추가 재정소요 가능성 높아
정책재량 비중 80%…재정법상 기준 불명확한 탓
무분별한 예타 면제로 제도 무력화 가능성 지적
[세종=뉴시스]용윤신 기자 = 달빛고속철도 건설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가 면제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예산 낭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사업비 13조4000억원), 대구경북신공항(2조6000억원) 등 총선을 앞두고 지역민심을 잡기 위한 예타 면제가 남발되면서 예타제도 자체가 무력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29일 기획재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달빛고속철도' 사업의 총사업비는 일반철도·단선으로 추진될 경우 4조5000억원, 고속철도·복선 추진 시 11조3000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달빛철도는 광주와 대구를 1시간대로 잇는 철도다. 노선길이 199㎞로 광주, 전남(담양), 전북(순창, 남원, 장수), 경남(함양, 거창, 합천(해인사)), 경북(고령), 대구 등 6개의 광역지자체(10개 지자체)를 경유하는 대규모 공공투자 사업이다. 동서화합과 남부내륙경제권 형성을 통한 국가균형발전 이바지를 명목으로 양 지역에서 20년간 주장한 끝에, 낮은 경제성에도 불구하고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특별법 통과의 핵심은 해당 사업의 예타 면제다. 국가재정법상 총사업비 500억원(국비 30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대규모 신규 공공투자사업은 사전에 기재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타당성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 같은 절차 없이 추진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예타 면제가 된다 하더라도 절차는 남아있다. 지난 2020년 3월 국가재정법 개정으로 예타가 면제된다고 하더라도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사업을 진행하기로 한 만큼 계획에 따른 최소한의 예산은 소요될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현재 시점에서 예상되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예상 총사업비가 대폭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예정처는 달빛철도 특별법 비용추계서 미첨부 사유서를 통해 "제정안은 사업시행자가 달빛고속철도 건설사업 실시계획을 작성해 승인받도록 하고 있고, 시·도지사가 달빛고속철도역사 예정지역 경계로부터 3㎞ 범위의 지역을 주변 개발 예정지역으로 지정한다"며 "주변지역개발사업을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실시계획 수립 및 개발사업에 따른 추가재정소요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재 기본계획이 수립되기 전이어서 실시계획 수립 비용을 추산하는 데 한계가 있고, 주변개발예정지역의 범위, 지정·변경 절차 및 주변지역 개발사업의 실시 등에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위임하고 있는 점, 현재 달빛고속철도 노선 등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아 주변개발예정지역을 특정하기가 곤란한 점, 해당 지역별 개발사업의 구체적 내용 등이 불확정적인 점 등 현시점에 관련 비용을 합리적으로 추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예타 면제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점은 앞서 꾸준히 지적돼왔다. 달빛철도 예타 면제 근거는 '국가재정법' 제38조제2항제10호에 따른 '지역균형발전,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 등을 위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 규정이다. 이는 정부 재량으로 예타 면제를 할 수 있다는 의미로, 2022년 전체 예타 면제 총사업비 17조2438억원 중 이 비중이 79.8%(13조7584억원)에 달하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투입되는 사업비도 2021년(8603억원)을 제외하고 10조~20조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규모 공공투자사업에 대한 타당성조사를 사업부처에서 전적으로 시행하면서 나타났던 객관성·신뢰성 저하 등의 문제가 반복되는 등 예타제도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세진 예정처 경제산업조사실 재정경제팀장은 "지역균형발전측면에서 경제성이 없다고 해서 예타를 안 한다면 예타 제도를 시행하는 의미가 없다"며 "지역균형발전을 이유로 면제를 계속 확대한다면 예타 제도 자체가 무력화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과거 노무현 정부 당시 호남고속철도와 같이 경제성 평가 점수가 미달된다고 하더라도 실제 사업 집행은 될 수 있다"며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공공사업의 정치적 책임 가리기 위해서라도 예타는 진행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ny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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