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회사도 3층 울고 5층 웃는다"…대기업 성과급 속속 확정
배터리는 한숨, LG엔솔 성과급 반토막…'폴란드 수출' 방산 쾌청
(서울=뉴스1) 한재준 박주평 강태우 기자 = 지난해 성적표를 받아 든 대기업들이 속속 성과급 규모를 결정하고 있다. 같은 회사라도 실적에 따라 사업 부문별 성과급이 천차만별이어서 직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가전 웃고 반도체 울었다
매년 최대치의 성과급을 받아오며 부러움을 사 왔던 반도체 업계는 올해 암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삼성전자(005930)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은 연말 성과급으로 빈 봉투를 받게 됐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2023년도 OPI 확정 지급률'을 공지했다. '초과이익성과급(OPI·옛 PS)'은 소속 사업부 실적이 연초에 세운 목표를 넘었을 때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매년 한 차례 지급하는 제도다.
삼성전자 DS는 지난해(2021년분)와 올 초(2022년분) 연속으로 최대치인 50%의 OPI를 받아왔지만 지난해 약 13조원의 적자(예상)로 성과급이 '제로'(0)가 됐다.
SK하이닉스(000660) 역시 지난해 7조7303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면서 올해 초과이익성과급(PS)이 지급되지 않았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직원 사기 진작 차원에서 격려금 200만원과 자사주 15주를 지급하기로 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선전으로 지난해 4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작년 하반기분 생산성격려금(기본급 50%)도 지급한다.
반도체와 달리 가전·모바일은 꽤 두둑한 봉투를 받게 됐다.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 내에 갤럭시 스마트폰 사업을 맡은 MX(모바일경험)은 연봉의 50%를 OPI로 받는다. TV를 담당하는 VD(영상디스플레이)는 43%, DA(생활가전사업부)는 12%의 성과급이 책정됐다.
LG전자(066570)는 지난해 30조원 이상의 매출을 내며 실적을 견인한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에 기본급의 최대 665%에 이르는 성과급을 책정했다. TV 사업 부문인 HE사업본부는 200~300%, 게이밍 모니터·로봇 등 B2B 솔루션 사업을 담당하는 BS(비즈니스솔루션)사업본부는 135~185%를 성과급으로 받는다.
◇'전기차 둔화'에 배터리 성과급 '뚝'…'역대급 실적' 현대·기아는 기대감↑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전기차 수요 둔화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배터리 업계의 성과급이 대폭 축소되는 분위기다.
국내 업계 1위인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이날 성과급 설명회를 열고 기본급(연봉÷20)의 362%(평균)를 지급하겠다고 공지했다. 지난해 성과급(기본급 870%)의 반토막 수준이다. 올해 성과급은 2년 전(기본급 450%)보다도 낮게 책정됐다.
올해 성과급 규모에는 업황 둔화에 따른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매출 33조7455억원, 영업이익이 2조1632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여기에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금액 6770억원이 반영돼 있다. 이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수익성은 악화했다. 특히 4분기에는 AMPC를 제외한 영업이익률이 1.1%에 그쳤다.
SK온도 성과급 지급을 앞두고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그룹 컨트롤타워 격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은 뒤 전사 차원의 효율화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SK그룹 대부분 계열사의 성과급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적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SK온은 올해도 성과급 지급 여부가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은 지난해에도 성과급을 받지 못했다. 대신 연봉의 10%에 300만원을 더한 금액을 격려금으로 받았다.
배터리 소재 기업들도 전기차 한파를 피해가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051910)은 내달 1일 임직원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성과급 지급 계획을 공개할 예정인데 양극재 등 첨단소재 부문은 기본급의 130%를 지급할 거라는 설이 돈다. 지난해 첨단소재 부문 성과급이 기본급의 735%였던 점을 고려하면 대폭 줄어든 셈이다.
삼성SDI(006400) 에너지(배터리) 부문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연봉의 32%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반면 차 업계는 지난해 역대급 실적으로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005380)·기아(000270)는 지난해 26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노에서는 벌써부터 특별성과급 요구가 거세다.
◇'실적 부진' 정유·석화업계 긴장감…방산업계 '방긋'
지난해 기본급의 1000%대 성과급을 챙긴 정유업계는 올해 성과급 규모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정제마진 약세로 인해 부진한 실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업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글로벌 공급과잉과 경기침체로 타격을 입으면서 성과급을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LG화학(051910) 석유화학 부문은 올해 성과급은 기본급의 46% 수준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기본급의 352%가 지급됐다.
방산업계는 폴란드 대규모 수출계약 등으로 지난해 전반적으로 개선된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로템은 기본급 350%에 1070만원을 추가해 연말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한국항공우주산업(047810) 등 지난해 폴란드 매출이 인식된 다른 방산기업들도 예년보다 많은 성과급을 받을 전망이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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