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경영권 분쟁]④한미가 구상하는 통합 시너지 넷
"OCI 통합, 한미 '글로벌 플레이어 도약' 기폭제 될 것"
한미그룹이 OCI그룹과의 '이종기업 간 통합'을 통해 크게 4개 부문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재무상황 개선과 신약 파이프라인 영역 확대, 빅파마와 협상주도권 확보, 글로벌 수출 확대 등이다.
①재무개선: 한미사이언스는 지난해 그룹 계열사였던 한미헬스케어를 합병하면서 건강기능식품, 의료기기, 식품, IT솔루션 등 분야에서 자체 성장 동력을 갖춘 '사업형 지주회사'로 변모했다. 그러나 한미헬스케어 합병 후 반대 급부로 1300억원대의 한미헬스케어 부채를 떠안으면서 지난해 3분기 별도재무제표 기준 단기차입금 등 유동부채가 2042억원에 달했다.
이번 통합으로 한미사이언스는 조기채무 상환이 가능해진다. 한미사이언스는 유상증자를 통해 OCI로부터 2400억원을 수혈받는데 이 가운데 1000억원은 부채상환에 사용하고 140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오너 일가의 큰 짐이었던 상속세 역시 단숨에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송영숙 회장은 본인과 가현문화재단 지분 744만674주를 OCI에 매각해 2775억원의 현금을 쥐게 된다. 지난 2020년 고(故) 임성기 회장 타계 후 한미그룹 오너 일가에 부과된 상속세는 약 5400억원으로 지난해까지 약 절반가량을 납부한 상태다. 송 회장이 2775억원에서 남은 상속세를 납부하고 난 나머지 현금은 송 회장 본인 재산으로 귀속된다.
신약 R&D에 필요한 자금 확보도 수월해질 수 있다. OCI는 지난해 3분기 기준 1조706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외부 자금조달 없이도 지주사인 OCI를 통해 R&D 자금수혈도 가능하다.
한미그룹은 "주식담보대출 비중이 높으면 오버행 이슈로 이어질 수 있고 한미헬스케어 합병으로 갑자기 늘어난 차입금으로 주주들이 재무건정성에 불안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서 "이번 OCI와의 통합으로 유입될 대규모 자산으로 한미사이언스 부채를 조기 상환할 수 있게 됐고 차입금 부담 감소로 한미사이언스 기업 가치도 제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➁신약 파이프라인 확대: OCI가 품고 있는 계열사 부광약품과의 신약 연구개발(R&D) 시너지도 기대된다. 한미약품의 R&D 영역은 대사·비만, 면역·표적항암, 희귀질환 분야에 집중돼 있고 부광약품은 우울증, 파킨스병 등 신경계 질환 분야 에 집중돼 있다. R&D 파이프라인이 겹치지 않는 만큼 R&D 조직에 대한 개편 없이 각자, 또 필요한 부분에서는 협력을 통해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한미그룹의 설명이다.
국내 영업 부문에서의 시너지도 예상된다. 최근 부광약품 주력 제품들이 보험 급여에서 빠지면서 매출이 정체되고는 있지만 만성질환 분야 개량·복합신약을 주력 제품으로 보유한 한미약품과 '겹치는 제품'이 없다는 점에서 양사가 세일즈 부문에서도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한미의 시나리오다.
➂빅파마 협상주도권 확보: 수천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글로벌 임상을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체력을 갖게 된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임상 중간 단계에서 글로벌 빅파마와 라이선스 협상을 할 때 원 개발사가 해당 후보물질을 끝까지 개발해 상용화 시킬 수 있는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가 협상의 주도권을 좌우한다. OCI홀딩스는 지난해 3분기 기준 1조706억원에 달하는 '현금및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빅파마와의 협상을 주도하는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➃글로벌 수출 확대: 첨단소재·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글로벌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OCI의 네트워크도 한미그룹의 글로벌 수출 확대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의약품 등 헬스케어 분야와 첨단소재·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유통 네트워크는 상이하지만, 해외 다수 국가를 경험해 본 OCI의 노하우가 한미의 글로벌 시장 접근과 수출 활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한미의 설명이다.
그동안 한미그룹은 신약 라이선스 계약을 협상할 때 직접 영업이 가능한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지역을 제외한 글로벌 전 영역을 상대 회사의 권리를 넘겨 왔다. 하지만 OCI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탄탄한 국가들에서 직판이 가능해지면 상용화 이후 매출 상승과 더불어 수익성도 더 높일 수 있다.
한미그룹은 "OCI와의 통합은 '이종산업간 결합'이기 때문에 서로 부족한 부문을 채워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OCI와의 통합은 한미그룹이 진정한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권미란 (rani19@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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