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 80%는 조선족·고려인 … CCTV 설치율 5%

박민기 기자(mkp@mk.co.kr), 진영화 기자(cinema@mk.co.kr), 박동환 기자(zacky@mk.co.kr) 2024. 1. 2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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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가은 씨(34·가명)는 어머니가 입원한 요양병원을 최근 두 차례 옮겼다.

중증도 높은 환자를 돌볼 간병인력이 부족해지면서 요양병원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매일경제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입원급여 적정성 평가 기준 1~5등급에 해당하는 국내 요양병원 20곳씩 총 100곳을 표본조사한 결과, 외국인 간병인만 고용한 요양병원이 절반에 가까운 44곳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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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요양병원 100곳 조사
44%는 외국인 인력만 근무
집단 감염에도 여전히 취약

◆ 요양병원 대해부 ◆

최가은 씨(34·가명)는 어머니가 입원한 요양병원을 최근 두 차례 옮겼다. 두 병원 모두 의사소통이 안 되는 외국인 간병인이 환자에게 짜증을 내는 모습이 종종 보였고, 방문할 때마다 어머니가 방치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국내 요양병원에서 갈수록 한국인 간병인을 찾아보기 힘들어지면서 그 빈자리를 채우는 외국인 간병인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간병은 육체적·정신적으로 강도가 매우 센 노동으로 한국인에게 기피 직업이 된 지 오래다. 중증도 높은 환자를 돌볼 간병인력이 부족해지면서 요양병원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매일경제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입원급여 적정성 평가 기준 1~5등급에 해당하는 국내 요양병원 20곳씩 총 100곳을 표본조사한 결과, 외국인 간병인만 고용한 요양병원이 절반에 가까운 44곳에 달했다. 반면 한국인 간병인만 일하고 있는 병원은 22곳에 그쳤다. 나머지 32곳에선 한국인과 외국인 간병인이 함께 일하고 있었지만 외국인 간병인이 절대적으로 많았다. 조선족·고려인 출신 간병인이 약 80%를 점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 요양병원 직원은 "간병인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그 공백을 조선족을 포함한 해외 국적의 간병인이 채우고 있다"며 "국적은 중국에서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고려인 동포 출신으로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간병인과 갈등과 분쟁을 막아줄 병실 내 폐쇄회로(CC)TV 설치가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실상은 열악하다. 조사 결과, 요양병원 100곳 가운데 CCTV를 설치한 곳은 5곳에 불과했다. CCTV 설치를 의무화한 요양원과 달리 요양병원은 설치가 의무가 아니다. CCTV는 고령 환자들의 낙상사고에 빠르게 대처하거나 환자에 대한 언어적·육체적 피해를 막을 수 있는 효과적 수단으로 꼽히지만 병원들은 환자의 사생활 침해를 내세워 반대한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대부분인 요양병원 특성상 침대에서 대소변을 치우거나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병실 내 CCTV 설치가 불법은 아니지만 만약 영상이 유출되면 100% 병원 책임이라는데 누가 자청해서 이런 위험을 떠안겠나"라면서도 "정말 두려운 것은 프라이버시 침해보다 학대행위가 영상으로 공개돼 병원이 지게 될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 학대를 막아야 한다는 점에서 요양병원과 요양원은 차이가 없다"며 "CCTV 설치를 통해 환자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양병원은 집단감염에도 취약한 것이 현실이다.

국내 요양병원 100곳 가운데 면회 전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하는 곳은 단 1곳뿐이었다. 대부분 자가진단키트로 출입이 가능했고, 코로나19 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병원도 17곳에 달했다. 감염에 취약한 요양병원 환자들이 외부 면회객 때문에 코로나19에 집단감염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박민기 기자 / 진영화 기자 / 박동환 기자 / 이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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