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스타트업 투자" 대기자금 13조···AI 등 혁신기업에 뭉칫돈 몰린다

송주희 기자 2024. 1. 2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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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 자금여력 10년새 7배 이상 쑥
500억엔 이상 펀드 설립 줄이어
정부도 유니콘 육성위해 규제완화
[서울경제]

글로벌 자금 유입으로 일본 증시가 30여 년 만에 호황기를 맞이한 가운데 유망한 일본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해 대기 중인 자금이 13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도 ‘유니콘 육성’을 위한 규제 완화와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어 인공지능(AI), 탈(脫)탄소 등 기술 혁신 기업으로의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스타트업 전용 벤처캐피털(VC) 자금 투자 여력이 지난해 말 기준 97억 달러(약 13조 원)에 달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글로벌 조사 기관인 프레킨이 세계 VC들이 운용하는 일본 대상 펀드 중 설정을 완료했으나 아직 집행되지 않은 대기 자금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집계됐다. 10년 전인 2013년 말(13억 3000만 달러)과 비교해 7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이 통계에는 일본 이외 지역에 50% 미만 비중으로 투자하는 펀드도 포함됐다. 이들 자금은 향후 스타트업에 투자돼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미상장 기업)을 창출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된다.

그동안 일본 VC 펀드 규모는 미국과 비교해 설정 규모가 작다고 여겨져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500억 엔(약 4500억 원) 이상의 대형 펀드 설립이 줄을 잇고 있다.

글로비스캐피털파트너스는 2022년 조성한 펀드 규모가 727억 엔(약 6600억 원)에 달한다. 스타트업 한 곳당 투자액은 최대 100억 엔을 예정하고 있으며 올해 탈탄소 관련 기업에 중점 투자할 계획이다. 자프코그룹도 지난해 9월 978억 엔(약 8800억 원)의 새 펀드 조성을 마쳤고 생성형 AI 관련 회사를 중심으로 투자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이번 프레킨 조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글로벌 VC 대기 자금 총액(5500억 달러)에서 일본(97억 달러)이 차지하는 비중이 2%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최근 10년간 투자 규모가 많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앞으로 투자 규모가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닛케이는 “일본 스타트업 투자의 40%를 VC가 담당한다고 알려졌다”며 “이들의 자금 공급 능력이 한층 더 향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급 인재 유입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2022년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일본 공무원 수가 전년 대비 4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은 ‘엘리트 공무원의 스타트업 이직은 일본의 성장 잠재력 끌어올리는 요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에 일본 정부는 스타트업 육성 5개년 계획을 세워 2022년 기준 약 8700억 엔인 스타트업 투자액을 2027년 10조 엔(약 90조 원) 규모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10만 개 이상의 스타트업과 100개의 유니콘을 키운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규제 완화와 지원책을 내놓으며 유망 기업 육성을 위한 환경 조성에 들어간 상태다.

금융청은 미상장 스타트업에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쉽게 돌게 하겠다며 1개 사에 대해 일률 50만 엔까지인 개인의 연간 투자액 상한을 연 수입 등에 따라 100만 엔 이상으로 인상하고 기업 조달액 한도도 늘리는 등 규제 완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스타트업이 조달할 수 있는 연간 총액도 기존 1억 엔 미만에서 5억 엔 미만으로 조정할 방침이다. 이밖에도 개인이 스타트업과 이들에 투자하는 VC에 소액 투자할 수 있는 펀드를 조성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마쓰모토 시게루 교토대 특명교수는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높아져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같은 출구가 확대되면 창업과 VC 투자, 즉 ‘입구’의 매력이 더해진다”며 스타트업 투자와 이노베이션 창출 생태계 구축의 선순환을 강조했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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