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가림막 치고 ‘강제동원 추도비’ 철거…한마디 못하는 윤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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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일본 군마현 다카사키시에 있는 '군마의 숲' 공원의 후문 들머리엔 세로 2m, 가로 20m 크기의 대형 가림막이 새로 세워져 있었다.
이날부터 시작되는 '강제동원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 철거 작업 현장에 언론과 시민들이 접근하는 것을 막으려는 군마현의 고육책으로 보였다.
단단히 준비를 마친 군마현은 무려 20년 동안 한-일 우호의 상징 구실을 해온 추도비 철거 작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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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가해역사 지우기, 부끄러운 짓” 반발
29일 오전, 일본 군마현 다카사키시에 있는 ‘군마의 숲’ 공원의 후문 들머리엔 세로 2m, 가로 20m 크기의 대형 가림막이 새로 세워져 있었다. 그 옆으론 공원을 에워싸듯 철조망 울타리도 새로 만들어졌다. 이날부터 시작되는 ‘강제동원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 철거 작업 현장에 언론과 시민들이 접근하는 것을 막으려는 군마현의 고육책으로 보였다. 철거가 시작되는 현장엔 몇몇 한·일 취재진이 몰려들었지만, 가림막 때문에 공원에 접근할 수 없었다. 추도비 철거를 위한 크레인 등은 전날 밤 기습적으로 공원에 배치됐다.
단단히 준비를 마친 군마현은 무려 20년 동안 한-일 우호의 상징 구실을 해온 추도비 철거 작업을 시작했다. 현 도시정비과 담당자는 오전 9시40분 비 앞에서 “앞으로 행정대집행법 규정에 따라 철거 및 원상회복 대집행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취재용 헬리콥터를 띄운 마이니치신문 영상을 보면, 추도비의 상징인 ‘기억 반성 그리고 우호’라고 적힌 비문 등이 제거된 상태다. 추도비는 지름 7.2m의 콘크리트 원형 받침 위에 가로 4.5m, 세로 1.95m 크기의 비석과 높이 약 4m의 금색 탑으로 구성돼 있다. 철거는 다음달 11일까지 약 2주 동안 진행된다. 이 기간엔 시내버스도 ‘군마의 숲’ 정류장엔 서지 않는다.
추도비를 세우고 관리를 해온 일본 시민단체 ‘기억·반성 그리고 우호의 추도비를 지키는 모임’(이하 시민모임) 후지이 야스히토(74) 사무국장은 “현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해 꽁꽁 숨겨놓고 철거하는 것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는 “추도비 철거는 일본이 저지른 가해의 역사를 지우려는 행위다. 비가 철거되더라도 역사를 기억·반성하고 우호 관계로 나아가려 했던 정신은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29일 비 철거에 대해 “군마현이 그렇게 판단한 것”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일본 시민사회는 철거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날인 28일 오후엔 일본 전역에서 모인 시민 수백명이 추도비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일부는 밤샘농성도 했다. 이들은 “추도비 철거는 ‘조선인 강제연행이 없었다’는 우익단체들의 역사 부정론에 가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본 예술가들도 추도비 철거 반대를 요구하는 4300여명의 서명지를 모아 지난 26일 군마현에 제출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군마의 숲 조선인 추도비 철거 반대’ 해시태그를 단 항의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추도비 철거 반대에 적극 나서고 있는 번역가 우에다 유스케는 “야마모토 이치타 (군마현) 지사는 관광 등 한·일이 교류를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우호를 상징하는 추도비는 철거하는 스스로 모순된 행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거 움직임이 거세진 것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복귀 이후 일본의 우경화 흐름이 본격화된 2014년부터다. 현은 2004~2012년 시민모임의 추도식에서 ‘강제연행’이라는 발언이 나와 우익단체들이 반발하는 등 정치적 논란이 됐다며 이는 ‘정치적 행사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이유로 그해 7월 추도비 설치 허가 연장을 하지 않았다. 시민모임은 소송에 나서 1심에선 이겼지만, 최종 패소했다. 현은 이를 근거로 지난해 4월 추도비 철거 명령을 내렸고, 시민모임이 따르지 않자 이날부터 행정대집행에 나섰다.
다카사키/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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