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수 영국 3분의 1, 병상엔 장기환자…치료 제때 되나요?
[편집자주]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을 습격한 만 15세 소년은 정신질환이 의심돼 응급입원 조치됐다. 2023년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도 정신질환과 무관치 않다. 국민들의 일상이 위협받고 있지만 사법입원제 도입 등 중증 정신질환자 관리 체계 개선은 감감무소식이다.
'법무사' 675호에 실된 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사법입원 인프라 부족, 거부감 없는 입원·치료가 최선' 논문을 참고하면 강제입원 절차에 법원이 개입하는 방식은 국가마다 다르다.
독일은 강제입원 전 지방법원(Amtsgericht)의 판결을 받아 입원시킨다. 법원 결정을 기다릴 수 없을 정도로 급할 땐 정신과 의사가 환자를 진단해 입원시킬 수 있다. 그러나 입원 다음날까지 법원의 결정이 없으면 퇴원시킨다. 법원은 본안판결 전 가처분으로 강제입원을 허락할 수 있다. 전체 정신질환 환자의 평균 입원일 수는 26.5일(2020년 기준)이지만 강제입원은 2주를 넘지 않는다.
미국은 주마다 법원의 개입 방식이 다르다. 입원 단계부터 개입하는 주는 법으로 단계마다 입원 기간을 정한다. 캘리포니아는 정신과 의사가 필요한 경우 72시간 응급입원시키고 계속 입원하려면 법원에 신청해 4일 내 14일간 강제입원을 유지할 수 있다. 추가 치료가 필요하면 14일간 연장 입원을 결정하며, 최장 180일까지 강제입원이 가능하다. 미국의 평균 입원일수는 6.4일이다.
영국은 정신병원의 장이 강제입원을 결정할 수 있다. 대신 환자가 '정신건강재심위원회(현재 제1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의신청 결정에 대해서도 상급위원회(upper tribunal)에 항고할 수 있다. 제1위원회는 법률가가 위원장이고, 1명의 정신과 의사, 1명의 다른 분야전문가로 구성된 3인 위원회가 대등한 지위에서 결정한다.
호주도 영국과 유사하지만, 강제입원 여부를 '정신건강심판위원회'에서 결정한다. 프랑스는 정신병원의 장이 강제입원을 결정하지만, 인신보호법관에게 이를 통보해야 한다. 인신보호법관은 언제든 병원을 방문해 조사할 수 있고, 정신질환자도 언제든지 그 법관에게 부적법한 강제입원이라는 이유로 퇴원을 소구할 수 있다.
한국은 강제입원 이후 1개월 이내 적법성을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에서 판단하고, 계속 입원은 '정신건강심사위원회'에서 심사한다. 강제입원된 환자는 언제든지 인신보호법에 따라 지방법원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 제도적 틀 자체는 영국과 프랑스의 제도를 절충한 셈이다. 그러나 강제입원 자체가 까다롭다.
현행법상 환자가 입원을 거부하면 보호의무자 2명, 국공립의료기관에 소속된 정신과 의사 1명을 포함한 전문의 2명의 동의가 있어야 강제 입원이 가능하다. 엄격한 요건 탓에 입원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제 때 치료받지 못하고 방치된 정신질환자가 강력 범죄를 일으키는 일이 잇따르자 정부가 사법입원제를 검토 중이다.
그러나 현장 여건은 우호적이지 않다. 한국은 다른 선진국보다 정신과 의사 수가 매우 적고(영국 1만3130명, 한국 4404명) 정신병상은 반대로 몇 배 많다(영국 2만3379석, 한국 6만4188석). 평균입원일 수는 200일이 넘는다. 10년 이상 입원한 환자도 1만50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질환자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있는지 의심스럽고, 평소 '지원'과 '치료'를 병행하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특정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 필요성을 미리 알기가 어렵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시설 입소자 중 첫 사망자도 정신병원에 20년 동안 입원한 조현병 환자였다. 약물 투여 이외의 치료는 되지 않고 수십년간 감금될 수 있다는 우려에 아예 치료 자체를 거부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제철웅 교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의대 정원을 늘려 선진국처럼 지금보다 3배 정도 많은 정신과 의사들이 외래치료를 하고, 정신건강복지센터장급 급여를 받으며 현장을 뛰어야 한다"며 "법학전문대학원도 정원을 늘려 독일처럼 2만여명의 법관 중 강제입원만 전담하는 판사가 1000여 명 정도 돼야 한다"고 짚었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해법이다.
제 교수도 이 때문에 사법입원 인프라가 부족한 우리나라에선 거부감 없는 입원과 치료 환경을 조성하는 게 차선이라고 제안한다. 장철영 대경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정신질환자가 보호관찰과 의료기관을 이용하면 해당정보를 경찰과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신질환자 예방·관리를 책임지는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인력과 예산증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정신 질환자의 범죄 예방 및 대응 방안 : 조현병 환자를 중심으로', 2020년 논문).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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