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628억 꿀꺽? 커쇼랑 맞짱 뜨던 전사, 어쩌다 이런 진짜 먹튀가 됐나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를 넘어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전통의 라이벌이다. 서부 개척 시대에 뉴욕을 떠나 각각 캘리포니아에 자리를 잡은 뒤 서로를 못 잡아먹어 으르렁거렸다.
근래 들어서는 LA 다저스가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샌프란시스코와 라이벌전은 약간 특별하다. 서로에게 강한 선수는 각 프랜차이즈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경향이 있다. 한때 LA 다저스에서는 클레이튼 커쇼가 있었다. 대표적인 자이언츠 킬러였다. 이에 맞서는 샌프란시스코는 매디슨 범가너(36)를 앞세웠다. 다저스에 강했다. 큰 경기에서 더 강해지는 그의 심장에 샌프란시스코 팬들은 ‘BEAT LA’를 연호했다.
범가너는 가을 사나이였다. 정규시즌 성적은 커쇼가 범가너보다 항상 우위였지만, 가을만 되면 작아지는 경향이 있었던 커쇼와 달리 범가너는 포스트시즌만 되면 펄펄 날았다. 2010년, 2012년, 2014년 모두 참전해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2014년 월드시리즈 당시에는 3경기(선발 2경기)에 나가 2승 평균자책점 0.43의 영웅적인 활약으로 팀의 우승을 이끌고 월드시리즈 MVP까지 차지했다. 범가너의 월드시리즈 평균자책점은 5경기에서 0.25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제 그런 명성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애리조나 이적 이후 부진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2020년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범가너는 5년 총액 8500만 달러에 애리조나와 계약했다. 성적이 약간 하향세를 타고 있었지만 아직은 젊은 나이였고, 애리조나 선발진을 이끌어나갈 리더로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범가너는 한 번도 그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범가너는 애리조나 이적 후 3년 반 동안 69경기에 선발로 나갔으나 15승32패 평균자책점 5.23에 그쳤다. 샌프란시스코에서의 289경기에서 기록한 평균자책점이 3.13이었으니 이적 전후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이다. 2023년 초반 4경기에서 3패 평균자책점 10.26을 기록하자 애리조나는 범가너의 잔여 연봉을 모두 감수하고 그를 방출하는 깜짝 뉴스를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더 놀랄 만한 일은 그 후 아무도 범가너를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범가너의 잔여 연봉은 애리조나가 모두 부담한다. 이미 웨이버 절차는 끝나고도 한참 지났기에 그를 영입하는 팀은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만 주고 데려가면 된다. 하락세라고 해도 고점이 있는 선수고, 써보다 안 되면 방출해도 별 금전적 부담이 없다. 그러나 범가너는 아직 무직 신세다.
범가너가 지난해 초반인 4월 21일에 방출됐다는 것을 고려하면 공백기가 길어지고 있다. 아주 큰 부상이 있다는 이야기도 없다. 시즌을 치르다보면 투수가 급한 팀이 나오기 마련인데 모두가 패싱을 했고, 올 시즌을 앞두고도 아직 아무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스프링트레이닝 이전 새로운 소속팀을 찾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애리조나로서는 성가신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단 한 경기도 쓸 수 없는 범가너에게 연봉은 계속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리조나는 지난해 1800만 달러의 연봉을 모두 줬다. 올해도 1400만 달러를 지급해야 하는 조건이 있다. 게다가 이 고통은 계약 기간이 끝나지 않는 올해로도 끝나지 않는다.
‘스포트랙’에 따르면 범가너는 올해 1400만 달러의 계약이 되어 있고, 5년 계약이 끝난 내년부터도 지불유예 조항에 따라 애리조나로부터 돈을 받는다. 3년간 매년 500만 달러씩 총 1500만 달러다. 즉, 애리조나는 지난해 1800만 달러를 사실상 날린 것도 모자라 아직도 범가너에게 줄 돈이 2900만 달러나 남아있다. 이를 합치면 4700만 달러(약 628억 원)에 이른다. 범가너도 앉아서 돈을 받을 생각은 없었겠지만 모양새가 그렇게 됐다.
현지 언론들은 범가너가 새 소속팀을 찾지 못하는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든다. 뚜렷한 구위 하락세가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자기 주장이 강한 범가너를 제어하기 힘들다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 애리조나 프런트와 범가너는 사사건건 부딪힌 것으로 알려졌다. 애리조나 프런트는 범가너의 재기를 위해서는 투구 메커니즘 등에서 많은 것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자존심이 강한 범가너는 이를 모두 무시하고 오히려 조롱했다. 2년쯤 지나자 애리조나 프런트가 아예 포기해 버렸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아직은 은퇴하기 아까운 나이인 범가너가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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