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처리 도우미' AI 떴다 … 재판지연 해소도 탄력?
3분의1로 요약해 업무 지원
비슷한 처리 내역도 찾아줘
행안부, 3월부터 본격 투입
신임 법원행정처장도 AI 강조
올 9월 판결문 추천 우선도입
"관련 예산 더 늘려야" 지적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민간 테크 기업뿐만 아니라 행정부와 사법부에서도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한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2022년에만 182만건으로 폭증한 정보공개 청구를 원활하게 지원하기 위해 전 정부 기관이 이용할 수 있는 'AI 기반 정보공개 민원처리 지원모델'을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법원행정처는 재판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재판 지원 도우미 AI'(가칭)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행안부가 개발한 서비스는 AI가 장문의 정보공개 청구 내용을 짧게 요약하고, 유사한 과거 처리 내용도 자동으로 찾아 처리 방향을 제시하는 업무 지원 모델이다. 행안부는 현장 의견 등을 받아 지난해 8월부터 서울시 서초구와 양천구, 경기도 여주시 등 3개 자치단체 민원 데이터 약 4만3000건을 토대로 전 정부 기관이 사용할 수 있는 표준화된 AI 기반 모델 개발을 추진해왔다. 이번 모델은 기존에 개발된 민간 언어모델을 행정에 응용한 것이다.
민원 내용을 3분의 1 분량으로 요약하고, 요약된 내용의 문맥을 토대로 과거 유사 처리 내역도 자동으로 추출해 제공한다. 개발된 모델은 '범정부 데이터 분석시스템'에 탑재되며 1월 말부터 한 달간 시범운영을 거쳐 오는 3월부터 정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법원에서도 재판 지연 문제를 해소할 방안의 일환으로 판결문 작성 도우미 AI를 준비하고 있다. 법원에 AI 서비스 도입이 필요하다고 역설해온 강민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지난달 말 퇴임 법관 만찬 자리에서 조 대법원장에게 직접 AI를 재판연구원처럼 비서로 활용하는 방안을 시연하며 그 필요성을 강조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도 취임사에서 "재판과 민원 업무에서 AI 활용과 같은 사법 서비스의 획기적 개선을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미래 세대의 가치와 시각에서 재판 지연을 해소할 수 있는 창의적 방안이 연구·도입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부장판사는 "현재는 판사가 판결문 이유 작성에 에너지 70%를 소모하고 결론 도출에 30%를 쓰는데, AI가 이 과정의 시간 낭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며 "모든 판사에게 연구원을 3명 이상 붙여주는 효과가 발생해 판결 작성 속도를 높이고 재판 지연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제 법원의 AI 서비스가 생각만큼 높은 수준으로 구축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올해 9월부터 도입되는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에는 유사 판결문을 추천해주는 서비스가 우선 도입된다. 해당 시스템을 구축하던 2020년에는 LLM이 아직 없었기 때문에 소장, 준비서면 등을 기반으로 한 '유사 판결문 추천' 서비스가 제한적으로 포함됐다.
'판결문 초안 작성'과 같은 본격적인 LLM 기반 서비스는 내년 구축을 위해 올해 구축 계획 검토 용역을 진행한다. 대법원 예산안에는 '데이터 기반 사건 관리 및 재판 지원을 위한 AI 분석모델 구축 계획' 항목에 3억2000만원, '양형 기준 운영 점검 시스템 및 양형 정보 시스템 고도화를 위한 AI 시스템 구축 계획' 항목에 3억9200만원이 배정됐다. 학습해야 하는 판결문 데이터가 수천만 건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개발 계획 검토 예산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발 계획 검토가 완료되면 이를 기반으로 시스템 구축을 위한 내년(2025년) 예산을 신청하게 된다.
미국에서는 판결문 공개가 원칙이라 민간 사업자 렉시스넥시스와 웨스트로가 이미 법조 AI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은 개인정보 보호 이슈가 있기 때문에 전체 판결문을 대상으로 한 AI 서비스 개발은 판사들이 이용하는 내부망에서 한정적으로 가능하다.
[이승윤 기자 / 권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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