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요 없이 스며든다"…유해진, 맛깔난 연기의 힘

[Dispatch=박혜진기자] 배우 유해진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그만의 맛깔난 연기. 어디에서나 볼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는 없다. 

그는 코미디, 액션, 스릴러, 사극 등 모든 장르를 넘나든다. 자타공인,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이번에는 찰진 생활 연기로 돌아왔다. 자극적인 소재도, 이야기도, 캐릭터도 없다. 무해한 이야기다. 영화 '도그데이즈'(감독 김덕민)로 소소한 힐링을 전한다. 

'디스패치'가 2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유해진을 만났다. 그는 "이번 작품은 필요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도그데이즈'는 반려견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성공한 건축가, MZ 라이더, 싱글 남녀, 초보 부모까지. 외로운 이들이 반려견을 통해 위로받고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유해진은 싱글남 민상을 연기했다. 영끌까지 모아 산 건물주다. 세입자인 수의사 진영(김서형 분)과 강아지 배변 문제로 다투다, 인연을 맺는다. 

시나리오를 받고, 필요한 이야기라는 확신이 들었다. "착하고 괜찮은 영화"라며 "덜 자극적이고, 강아지들과 소통하는 이야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상은 유해진의 실제 모습도 투영되어 있다. "어느 작품이든 늘 제 모습이 있다. 제가 갖고 있는 한도 내에서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생각보다 재밌게 봤다. 슴슴한 이야기"라며 "2번 울었다. 이상하게 눈물이 나더라. 강요 없이 스며드는 느낌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특히, 윤여정(민서 역)과 탕준상(진우 역)이 대화하는 신. 윤여정은 탕준상을 향해 청춘에 대해 이야기한다. 담백하지만, 묵직한 신이다.  

유해진은 "그 신에서 눈물이 났다"며 "삶의 자세에 대해 같이 배웠다. 좋은 이야기를 꼰대같이 안 하셔서 너무 좋았다. 저한테 필요했던 이야기"라고 돌아봤다. 

'도그데이즈'는 김덕민 감독의 입봉작이다. 유해진이 함께 현장을 이끌었다. 아이디어와 애드리브로 극의 감칠맛을 더했다. 

일례로, 민상의 과거신. 민상은 어릴 적 반려견 '꼬물이'를 떠나보낸다. 이는 유해진의 실제 이야기를 담았다. 

유해진은 "원래 다른 설정이었다"면서 "어렸을 때 있었던 에피소드를 넣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다. 감독님이 교체해 주셨다"고 말했다. 

사실, 걱정도 있었다. 영화적으로 연출된 부분이 인위적일까 하는 염려였다. "가식적으로 보일까 봐 고민했다. 이질감은 들지 않더라. 소소한 엔딩이 나쁘지 않았다"고 전했다. 

소소한 이야기의 힘을 강조했다. "너무 달궈져 있는 이야기는 피로할 때도 있다. 요즘은 커피포트만 원하는 시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때로는 무쇠주전자도 필요하지 않냐"며 "난로 위에서 더디게 끓으며 김도 내고, 습기도 채우고…그런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금까지 유해진이 동원한 관객은 총 1억 2,000만 명. 역대 대한민국 배우 누적 관객수 2위다. 참여한 1,000만 영화는 3편이 넘는다.

그럼에도, 유해진은 그저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기록보다는 배우면 된다. 그냥 '배우 유해진'이 좋다"고 말했다. 

자신의 강점에 대해 "강점이라 할 만한 게 없는 것 같다"며 "그저 이야기 안으로 들어가려고 노력한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사실 얼굴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다. 연기를 악착같이 했던 요인이기도 하다"며 "멋있지도 않은데 멋있게 보이려고 하기보다, 감정과 연기에 충실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아직도 연기를 하면서 긴장한다. "상당히 감정적인 연기라든지, 액션하면서 대사를 해야 한다든지, (아직도) 연기할 때 긴장되는 건 여전하다"고 털어놨다. 

유해진은 "제가 하고 싶은 작품을 할 수 있는 게 복"이라며 "다른 목표는 없다. (이미)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걸 얻었다. 이제 어떻게 저물어가냐가 숙제"라고 말했다. 

연기 변신은 계속된다. 유해진은 '파묘'(감독 장재현) 개봉도 앞두고 있다. '파묘'에서는 장의사로 분한다. '도그데이즈'와는 정반대의 얼굴을 선보인다.

그는 "아직도 (연기하는 제 모습을 보면) 아리송할 때가 있다"며 "한 가지 색을 가지는 건 피하고 싶다. 여러 색은 아니어도, 전과 같은 색에서는 벗어나려고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제가 (영화 보고) 느낀 걸 관객분들도 느꼈으면 좋겠다"며 "보시고 나서 '어? 이거 보기 잘했네' 하시는 이야기 듣고 싶다"고 바랐다.

한편 '도그데이즈'는 JK 필름의 2024년 신작이다. 다음 달 7일 개봉한다.

<사진제공=CJ E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