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스스로 해결책을 말하게 하라

한겨레 2024. 1. 2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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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게임을 하고 매일 지각하는 아이가 있다며 담임 선생님이 상담을 의뢰했다.

"상담하러 오면서 무슨 생각을 했니?"라고 물었더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떤 조언을 들을지 궁금했다"고 답했다.

2주일 뒤 근수가 지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담임 선생님이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었다.

그리고 상담을 마무리할 즈음에 스스로 지각을 하지 않겠다는 말을 했고 약속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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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ㅣ괴짜 쌤의 마음 톡톡

밤새 게임을 하고 매일 지각하는 아이가 있다며 담임 선생님이 상담을 의뢰했다. 회색 후드티에 엷은 화장을 하고 나타난 고등학교 1학년 근수(가명)를 만났다. “커피, 물, 초코파이 중 무엇을 줄까?” 하고 물었더니 “다 주세요”라고 밝게 대답했다. 목에 십자가 목걸이를 걸었길래 “교회에 다니냐?”고 물었다. 근수가 “아니예요. 멋있어서”라고 답해 같이 웃었다.

자리를 상담 테이블로 옯겼다. 그리고 동전을 꺼내 ‘모험상담 2단계 놀이’인 동전 숨기기를 했다. 이것은 동전을 손바닥에 숨기고 어느 손에 있는지 찾는 활동이다. 근수가 동전이 숨겨진 내 손을 두 손으로 힘껏 뒤집으면서 재미있어 했다.

“상담하러 오면서 무슨 생각을 했니?”라고 물었더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떤 조언을 들을지 궁금했다”고 답했다. 근수는 예상보다 적극적이었다. 지금 기분을 묻자, ‘재미있다’고 답했다. 재미와 관련 된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친구들과 놀 때가 재미있고, 원하는 것을 할 때 즐겁다고 했다.

재미의 반대를 물었다. ‘슬프다’고 말했다. 어떤 때 슬픈 감정을 느꼈는지 물었다. 선생님이 나누어준 생활기록부 출결상황을 보고 자신의 미래가 걱정되었다고 했다. 지각을 자주 하는 습관이 고쳐지지 않아서 슬프고, 화가 나면 자제하지 못하는 것도 슬프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자신이 하는 일마다 반대를 했고, 정해 놓은 귀가 시간에 맞추어 집에 들어가야 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지금 이렇게 재미와 슬픔을 이야기 하고 난 뒤 어떤 느낌이 드는지 물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때는 그때 상황이 떠올라 기분이 좋고, 슬픈 일을 이야기할 때는 기분이 다운된다고 말했다. 지금도 단점을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나아지지 않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근수에게 꿈을 물었다. 유명한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고 했다. 꿈을 이루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지각을 자주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해결책은 집에서 일찍 나오는 것이라고 스스로 말했다. 학교 선생님이 지각을 해도 혼내기보다는 인생의 멘토처럼 조언을 해주어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또 꿈을 이루기 위해서 꼭 필요한 영어 회화도 공부하고, 어른들에게 버릇없이 굴지 않고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하겠다고도 했다.

상담 소감을 물었더니 진짜 나중에 크게 성공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선생님과 약속을 했고, 나 자신과도 약속했기 때문에 의지만 있으면 무엇이든 바꿀 수 있을 것 같다”며 환하게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2주일 뒤 근수가 지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담임 선생님이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었다. 근수와는 ‘재미와 슬픔’이라는 감정의 양극단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상담을 마무리할 즈음에 스스로 지각을 하지 않겠다는 말을 했고 약속을 지켰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극과 극 사이 흔들리기를 멈추면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있음을 알게 된다고 했다. 새해 혼란스런 마음을 마주하게 되면 잠시 멈추고 고요하게 있는 시간을 가져본다. 근수처럼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나쁜 습관으로부터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방승호 모험상담연구소 소장 hoho61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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