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3대 개혁’ 할 마음은 있는 건가 [성한용 칼럼]

성한용 기자 2024. 1. 2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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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토론회- 여섯 번째, 출퇴근 30분 시대, 교통격차 해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지금 윤석열 대통령 국정 평가는 부정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런 환경에서는 개혁을 밀어붙일 수 없다. 무리하면 정권이 무너진다. 3대 개혁은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이긴다고 쉽게 추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국가 과제이기 때문이다. 총선 승패와 관계없이 대통령과 국회가, 여당과 야당이 손잡고 함께 추진해야 가능하다.

성한용 | 정치부 선임기자

1996년 4·11 15대 총선은 김영삼 대통령 임기 반환점을 훌쩍 넘겨서 치러졌다. 정권심판론을 피하기 어려웠다. 언론은 여당이 과반은 고사하고 1당도 위험하다고 예측했다. 신한국당 안에서도 비관론이 높았다.

김영삼 대통령은 승부사였다. 개혁성과 참신성을 기준으로 새로운 인물들을 발탁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공천의 모든 과정을 하나하나 꼼꼼히 챙겼다.

총선 결과 신한국당이 예상을 깨고 139석 1당을 차지했다. 신한국당은 특히 전통적으로 야당 우세 지역인 수도권에서 승리를 거뒀다.

서울 지역구 47석 가운데 27석, 인천 11석 가운데 9석, 경기 38석 가운데 18석을 이겼다. 놀라운 결과였다.

기세가 오른 김영삼 대통령은 임기 말에 노동 개혁 드라이브를 거는 모험을 선택했다. 참모들의 반대와 우려가 있었지만, 고집을 꺾지 않았다.

총선 직후인 4월24일 ‘21세기 세계 일류국가 건설을 위한 신노사관계 구상’을 발표했다. 정리 해고와 변형 근로제 도입, 상급단체 복수 노조 허용 등을 담은 노동법 개정안을 12월10일 국회에 제출했다.

노동법 개정안을 의결하려면 국회 다수 의석이 필요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야당과 무소속 의원들을 마구 끌어들였다. 신한국당 의석이 156석으로 급속히 늘어났다.

신한국당은 1996년 12월26일 새벽 의원들을 버스로 실어 나른 뒤 본회의를 열어 노동법을 날치기로 의결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총파업을 선언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권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한보 부도 사태, 김현철씨 비리 의혹, 외환 위기 등이 터지며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내렸다.

김영삼 대통령의 잘못은 선거 승리의 동력과 개혁 추진의 동력을 같은 것으로 착각한 데 있었다. 선거는 유권자가 정당과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지지도가 높은 정당과 후보가 승리한다.

개혁은 국민이 시스템의 변화에 동의하고 동참하는 것이다. 민심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어야 성공할 수 있다.

‘무엇을’보다 ‘어떻게’가 훨씬 더 중요하다. 김영삼 정부 초기에 하나회 숙청, 공직자 재산 공개 등 수많은 개혁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신년사에서 “대한민국의 미래와 미래 세대의 운명이 달린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했다. 2024년 신년사에서도 “노동, 교육, 연금의 3대 구조 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3대 개혁은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됐어도 추진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개혁 과제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일까? 지금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그리고 이른바 보수 신문 논객들은 4·10 22대 총선에서 여당이 이기면 3대 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한다. 정말 그럴까?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이긴다고 가정하고, 총선 이후 벌어질 장면을 생각해보자.

첫째, 국회의장이다.

선거법이 현재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유지된다면 국민의힘과 민주당뿐만 아니라 위성정당, 비례연합정당 등이 의석을 나눠 가질 것이다. 국회법은 국회의장을 무기명 투표, 재적 과반수로 선출하되, 2차 투표까지 재적 과반수 득표자가 없으면 결선 투표를 하게 되어 있다. 1당이 꼭 국회의장을 차지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둘째, 국회법이다.

국민의힘이 국회의장을 차지해도 법안을 마음대로 처리할 방법이 없다. 국회법은 의석 5분의 3(180석) 이상을 확보해야 신속처리 대상 안건으로 지정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고도 상임위원회 180일, 법제사법위 90일, 본회의 60일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정도 시간이 지나면 윤석열 대통령 임기 말이다.

셋째, 민심이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 국정 평가는 부정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다.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이긴다고 얼마나 달라질까? 이런 환경에서는 개혁을 밀어붙일 수 없다. 무리하면 정권이 무너진다.

3대 개혁은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이긴다고 쉽게 추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국가 과제이기 때문이다. 총선 승패와 관계없이 대통령과 국회가, 여당과 야당이 손잡고 함께 추진해야 가능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하루빨리 깨달아야 한다.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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