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대한 처절한 고민, 그리고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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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었다.
'데미안'은 어릴 때도 여러 번 읽었던 책이었지만, 그 속뜻이나 교훈은커녕 무슨 내용인지 이해도 되지 않았던 소설로 기억에 남아 있어 처음에는 읽기 망설여지기도 했다.
"새는 힘겹게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시스다." 이는 싱클레어가 기숙 학교에 있을 때 '어두운 세계'에 속하며 데미안에게 보냈던 편지에 대한 데미안의 답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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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었다. ‘데미안’은 어릴 때도 여러 번 읽었던 책이었지만, 그 속뜻이나 교훈은커녕 무슨 내용인지 이해도 되지 않았던 소설로 기억에 남아 있어 처음에는 읽기 망설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데미안’을 완독한 뒤, 그런 생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소설은 주인공 에밀 싱클레어가 소도시의 라틴어 학교에 다니던 때의 경험으로 시작한다. 싱클레어는 프란트 크로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사과를 훔쳐본 적이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가 주인에게 이르겠다며 돈을 가져오라는 협박을 받는다. 이 일을 전학생인 데미안이 도와주면서 둘의 인연이 시작된다.
싱클레어는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데미안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끌리게 되지만, 이후 싱클레어가 기숙사에 들어가며 두 사람은 떨어지게 된다. 데미안과 떨어진 싱클레어는 ‘어두운 세계’에 종속되며 퇴학 위기까지 내몰리지만, 데미안과의 마주침으로 다시 길을 바로잡는 데 영향을 받는다. 어느 날 싱클레어는 아름다운 여자를 보고 사랑에 빠져 ‘베아트리체’라는 이름을 짓게 되는데, 싱클레어가 그린 베아트리체의 그림에서 데미안의 얼굴이 보이는 현상을 겪기도 한다.
대학에 간 싱클레어는 데미안과 재회하고 그의 어머니인 에바 부인을 보게 되는데, 싱클레어는 베아트리체가 에바 부인이었다는 것을 알고 그녀를 한 여자로서, 그리고 어머니로서 존경하게 된다. 이후 발발한 전쟁에 데미안을 따라 참전한 싱클레어는 큰 부상을 입고, 옆 침대에 있던 데미안은 사망한다. 데미안의 죽음 후 싱클레어가 자신을 데미안과 겹쳐 보며 소설은 끝난다.
이 소설에서 싱클레어는 세계를 두 부분으로 나눈다. 가족들과 사랑, 엄격함, 모범, 그리고 학교가 있는 ‘밝은 세계’와 사납고 잔인한 일 투성이인 ‘어두운 세계’다. 싱클레어는 일반적인 성장 소설의 주인공들과 달리 이 두 세계를 끊임없이 오간다. 다만 처음에는 데미안과 같은 타인의 손길에 의해 벗어났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싱클레어는 스스로 ‘어두운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를 끊임없이 오가는 싱클레어의 모습은 인간적이고 현실적이었다.
“새는 힘겹게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시스다.” 이는 싱클레어가 기숙 학교에 있을 때 ‘어두운 세계’에 속하며 데미안에게 보냈던 편지에 대한 데미안의 답장이다. 이 답장의 의미가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다시 여러 번 읽어보니 ‘한 세계에만 속하고 다른 세계는 보지 않으면 세상의 다른 면은 볼 수 없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싱클레어는 성장하며 자신에게서 데미안의 모습을 보게 된다. 싱클레어는 누군가의 데미안이 되어 존경받기도 하며, 데미안과 비슷한 사람을 또 만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들을 지켜보며, 데미안의 모습은 싱클레어의 이면이자 미래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데미안’은 철학적인 내용이 깊이 있게 담겨 있어서 한 번에 읽고 바로 이해할 만큼 쉬운 소설은 아니었다. 하지만 깊이 있게 읽고 되새겨보았더니, 지금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내게 큰 위로와 조언이 되었다. 나에게도 데미안처럼 삶의 방향에 대해 조언해주는 친구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보다 나는 내가 누군가의 데미안이 되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박소연 광교호수중학교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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