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세상 떠난 동생에게 바치는 골"…벤투 잡은 타지키스탄 영웅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이 골은 세상 떠난 내 동생에게 바칩니다."
선제골을 넣어 타지키스탄이 사상 첫 아시안컵 8강에 오르도록 발판을 놓은 타지키스탄 수비수 바흐다트 하노노프가 말했다.
타지키스탄은 28일(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이안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아랍에미레이트를 승부차기 끝에 꺾고 8강에 올랐다.
본선 무대에 역사상 처음으로 뛰어든 타지키스탄은 개최국 카타르를 비롯해 중국, 레바논과 함께 속한 A조를 2위로 통과했고, 16강을 거쳐 8강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하노노프는 전반 30분 오른쪽 측면에서 넘어온 크로스를 머리로 받아넣어 아랍에미레이트 골망을 흔들었다.
전력상 아랍에미레이트에 크게 밀린다고 평가받는 타지키스탄이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4-4-2 포메이션에서 최전방 투톱이 유기적으로 움직였고 수비수들과 중원에 효율적인 포지셔닝으로 아랍에미레이트가 추구하는 빌업 축구를 방해했다. 타지키스탄이 아랍에미레이트의 빌드업을 끊고 역습으로 이어가는 장면이 잦았다.
아랍에미레이트는 끝내 동점을 만들었다. 후반 45분이 끝나고 추가 시간 5분이 지났을 무렵 왼쪽 측면에서 얻어낸 프리킥을 칼리파 알 하마디가 헤딩으로 연결해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다.
연장에서 승패를 가리지 못한 양팀의 경기는 승부차기로 접어들었다. 승패를 가린 건 2번 키커 차례였다. 타지키스탄이 1번 키커에 이어 2번 키커까지 성공한 반면 아랍에미레이트 2번 키커가 실축했다.
1번 키커부터 4번 키커까지 모두 페널티킥을 성공하며 4-3으로 앞서간 타지키스탄은 마지막 5번 키커가 다섯 번째 승부차기 득점을 만들어 내며 5-3으로 경기를 끝냈다.
선제골을 넣은 하노노프는 "이 골을 세상을 떠난 내 동생에게 바친다"며 "그는 우리와 함께 있지 않아서 이 행복을 볼 수 없다"고 아쉬워했다.
페타르 세그르트 타지키스탄 감독은 타지키스탄 팀을 "토너먼트의 검은 말"이라고 부르며 "우리가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매 경기마다 선수들이 나를 놀라게 하기 때문에 선수들에겐 한계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칭찬한 뒤 "내 다음 꿈은 다시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는 것이다. 오늘 밤 타지키스탄에선 아무도 잠을 못 잘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타지키스탄은 중국과 무승부로 조별리그를 시작했고 레바논을 상대로 승점 3점을 챙겼다.
개최국 카타르를 상대로 0-1로 무릎을 꿇었지만 단단한 조직력과 투지를 앞세워 카타르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 경기력이 인상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첫 본선 무대에서 조별리그까지 통과한 역사를 쓴 타지키스탄은 토너먼트에서도 FIFA 랭킹이 42계단 높은 아랍에미레이트를 떨어뜨리는 일을 냈다.
세그르트 감독은 후반 동점골 이후 팀 분위기를 묻는 말에 "선수들이 매우 빠르게 일어났다"며 "이것이 선수들, 감독, 그리고 나라의 성격이다. 이것이 투지"라고 자신했다.
아랍에미레이트는 이번 대회 다크호스로 분류되는 팀이었다. 1996년 자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준우승으로 역대 최고 성적을 갖고 있다. 2015년 호주 대회에선 3위, 그리고 자국에서 열린 직전 대회에선 준결승까지 올라갔다.
지난 2월 아르헨티나 출신 로돌포 아루아바레나(아르헨티나)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아랍에미레이트는 14경기에서 4승 3무 7패로 고전하면서, 결별했고 새로운 사령탑을 물색하게 됐고, 이번 대회에 이어 2026년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을 목표로 벤투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벤투 감독은 지난해 7월 취임 기자회견에서 "우린 1월 대회(아시안컵)에 참가할 것이고, 월드컵을 위한 예선도 치러야 한다"며 "선택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다. 훌륭한 선수 선발을 위해 일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많은 경기를 봤다"며 "여기서 한 일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승리가 팬들을 행복하게 하는 일"이라고 자신했다.
벤투 감독은 아랍에미레이트를 16강으로 올려놓으며 1차 목표를 달성했다. 아랍에미레이트는 조별리그에서 승점 4점으로 C조(이란·팔레스타인·홍콩)를 2위로 통과했다.
아랍에미레이트가 16강에 오르는 과정은 흥미로웠다. 같은 시간 도하에서 열린 C조 경기에서 팔레스타인이 홍콩을 3-0으로 꺾고 UAE와 같은 승점을 4점으로 쌓았다.
이번 대회는 승점이 같으면 승자승과 득실차, 페어플레이 점수 순서로 순위를 가린다. UAE는 팔레스타인과 1-1로 비겼기 때문에 승점이 같아졌을 때 득실 차를 따져야 했다. UAE가 이란에 0-2로 끌려가며 득실 차가 0이 됐는데, 팔레스타인이 후반 60분 세 번째 골을 성공시켜 득실 차를 UAE와 같은 0으로 쌓았다. 이에 따라 페어플레이 점수에서 앞선 팔레스타인이 UAE를 끌어내리고 C조 2위로 올라섰다.
그런데 13분이 주어진 후반 추가 시간에 상황이 바뀌었다. 후반 추가시간 2분에 UAE가 이란 골망을 흔들었다. UAE는 득실 차를 0에서 +1로 만들어 팔레스타인을 밀어 내고 다시 2위로 올라갔다.
이번 대회는 각 조 상위 두 팀과 함께 3위 팀끼리 순위를 가려 상위 4팀이 16강에 오른다. 3위 팀끼리 경쟁에서 승점 4점인 팀이 1위였기 때문에 UAE는 이날 경기에서 지더라도 조 3위로 16강에 오를 것이 확실시됐다.
하지만 16강 상대가 바뀌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 C조 3위는 16강에서 B조 1위인 호주 또는 A조를 1위로 통과한 개최국 카타르와 만난다. 두 팀 모두 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 꼽힌다.
반면 C조 2위 자격으로 만나는 타지키스탄은 이번 대회가 첫 번째 본선 출전이라는 점에서 아랍에미레이트엔 호재였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벤투 감독에겐 장소도 흥미로웠던 이번 아시안컵이다. 벤투 감독은 팔레스타인과 2차전에서 심판에게 항의하다가 퇴장당해 벤치가 아닌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공교롭게도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가나전에서 퇴장당하는 바람에 포르투갈전을 관중석에서 바라봤다.
그런에 이란과 경기를 치렀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이 포르투갈전 경기장이었다. 한국은 당시에도 후반 추가 시간에 터진 황희찬의 역전골에 힘입어 포르투갈을 2-1로 꺾고 극적으로 16강에 올랐다. 장소도, 상황도 비슷한 이날 경기였다. 2022 월드컵에서도 16강전에 돌아와 브라질에 1-4로 무릎을 꿇으면서 월드컵 여정을 마쳤던 벤투 감독은 이번 아시안컵에서도 16강을 넘지 못하고 짐을 싸게 됐다.
타지키스탄은 이라크와 요르단의 16강전 승리 팀과 8강에서 만난다. 4강에 오른다면 한국과 만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에서 이기면 8강전을 치르고, 4강에 오른다면 타지키스탄과 경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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