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보도 가이드라인 준수, 예방에 긍정적 효과" 실험 결과

강태현 2024. 1. 29.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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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들어 국내 일간지의 자살 보도가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방향으로 개선됐다는 연구 결과와 언론의 가이드라인 준수가 실제 자살 예방에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나란히 발표됐다.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주영기 교수팀이 독일·오스트리아 해외 연구진과 공동으로 2004∼2019년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의 자살 보도 606건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자살 보도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보도 패턴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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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독일·오스트리아 공동 연구팀, 자살 보도 연구 소개
자살 기사 건수 줄고 내용 개선…제목·사진은 여전히 자극적
한림대 전경 [한림대학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춘천=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2000년대 들어 국내 일간지의 자살 보도가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방향으로 개선됐다는 연구 결과와 언론의 가이드라인 준수가 실제 자살 예방에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나란히 발표됐다.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주영기 교수팀이 독일·오스트리아 해외 연구진과 공동으로 2004∼2019년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의 자살 보도 606건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자살 보도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보도 패턴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 (PG) [김토일 제작] 일러스트

국내 자살 보도 가이드라인은 2004년, 2013년, 2018년 세 차례 발표됐는데, 연구진은 이들 가이드라인 발표가 실제 언론보도의 개선으로 이어졌는지 살펴보기 위해 세 차례 발표 직전의 6개월 구간과 마지막 발표 이후 6개월 구간 등에서 두 언론사가 보도한 관련 기사를 수집했다.

그 결과 자살 보도를 자제하라는 제언에 따라 관련 보도량은 2004년 218건, 2013년 232건에서 2018년 상반기 89건, 2018∼2019년 6개월 구간 101건으로 감소했다.

자살 보도가 추가적인 자살을 부추기는 '베르테르 효과'를 막기 위해 방법·장소·원인 등 구체적인 정보와 관련 사진을 싣지 않도록 하고, 지원기관 연락처 제시·위기 극복 사례·관련 통계 등 효능감 정보 제공 여부를 기사별로 점수화하는 'RRS 점수'에서도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

앞서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는 세 차례 시기 즈음의 두 언론사 자살 보도를 조사한 결과 RRS 평균 점수는 14점 만점에 2004년 6.7점, 2013년 6.8점이었으나 2018년 7.8점으로 향상되고 마지막 구간인 2018∼2019년에도 7.9점으로 올랐다.

그러나 제목과 기사 본문으로 나눠봤을 때 본문에는 가이드라인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였으나 제목 부분은 큰 개선이 없었다.

연구팀은 뉴스 소비자들의 눈길이 더 자주 가는 제목 등에서는 개선 조짐이 더디거나 오히려 악화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지속적인 기사 질 평가와 언론계의 자체적인 점검이 뒤따라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앙자살예방센터 [촬영 안철수] *해당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가이드라인 준수가 실제 자살을 예방하는 데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실험 결과도 나왔다.

연구팀은 308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가이드라인이 제시하는 권고안을 따른 메시지와 그렇지 않은 메시지에 노출된 그룹 간 자살 관련 태도를 비교해 그 차이를 도출해냈다.

자살 위기 상담 지원 기관 연락처와 이를 통한 위기 극복 통계 등 효능감 관련 정보를 접한 실험 참가자들은 자살 충동 위기에 처한 사람을 도우려는 의지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가상의 상황에서 극단적인 생각을 이야기하는 사람을 우연히 만났을 때 '인사하고 자리를 떠남', '자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물어봄', '전문가와 상담할 것을 조언함', '좀 더 그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은지 물어봄'이라는 네 가지 대응 행동 의지를 묻는 문항으로 자살 위기에 처한 사람의 지원 의사를 7점 척도로 알아봤다.

그 결과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효능감 정보들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기사를 본 그룹의 지원 의사는 평균 4.70을 기록한 데 반해 가장 많은 효능감 정보가 포함된 기사를 접한 그룹은 5.11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주 교수는 "2019년 이후의 보도 실태는 어떤지 확신할 수 없고, 자살 통계도 빠른 개선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 현실을 고려할 때 여전히 자살 보도에 대한 언론과 사회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영기 교수 [한림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tae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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