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반대’ 외침에 연설 거듭 중단…바이든에 분노한 시민들
“여기서 잃은 생명들을 정말로 생각한다면 팔레스타인에 휴전을 요구하라!”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마더 이매뉴얼 AME 교회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연설 도중 한 여성이 외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2015년 백인우월주의자의 총기 난사로 9명이 숨진 교회에 방문해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연설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휴전을 요구하며 선거 운동을 방해하는 시위대로 인해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이 중단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28일 전했다.
시위대는 어디서든 나타났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의 첫 민주당 경선을 앞두고 본격 유세에 나선 바이든 대통령은 주요 의제를 선점해 승부수를 띄우려 할 때마다 ‘휴전하라’는 목소리에 가로막혔다. 전미자동차노조(UAW)가 바이든 대통령 지지 선언을 할 때도, 연방대법원에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폐기된 지 2년을 맞아 임신중지권 보장을 강조한 연설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시위대의 요구에 충분한 답을 내놓은 적은 없다. 외신들은 연설 방해가 길어지는 경우 그가 순간적으로 짜증스러운 반응을 보이거나, 별도의 응답 없이 준비된 발언만 이어갔다고 전했다.
한편으로는 시위대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모습도 보여주려 애쓰고 있다. 그는 연설장에서 끌려나가는 시위대를 보며 “나는 (그들의 외침을) 깊이 느끼고 있다”고 말하거나 “이스라엘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가자지구의 민간인 피해를 줄이려) 상당히 노력해왔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런 태도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차별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CNN은 “그는 공개적으로 시위자들을 조용히 시키거나 나가라고 말하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차이점을 강조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세장에 들어온 시위대에 “엄마에게나 돌아가라”거나 “잘못된 사람들”이라며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혼란이 자주 노출되면 바이든 대통령에게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이 재선을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의제들을 가져와 공들인 연설을 했음에도, 전혀 다른 주제를 말하는 시위대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CNN은 “보좌관들은 시위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지만, 다수의 민주당 지도부는 이 짧은 순간이 그가 패배할 여지를 남길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특히 이번 전쟁으로 민주당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청년 유권자들 사이에서 지지 기반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청년 세대는 정부의 전쟁 개입을 두고 일반 유권자보다 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체 유권자 중 ‘전쟁과 관련한 바이든의 결정에 반대한다’는 사람은 57%였지만 18~29세인 유권자 중에서는 72%에 달했다. NYT는 “이 세대 중 49%가 트럼프를, 43%가 바이든을 지지한다”면서 “전쟁 이전인 7월 조사에서는 바이든이 47%로 트럼프(37%)를 10%포인트 앞섰다”고 전했다.
단순히 연설을 방해받는 것을 넘어 지지층 확장에서 한계를 맞닥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CNN은 다수의 아랍계 미국인과 무슬림 유권자를 인터뷰한 뒤 “이들은 영구적인 휴전을 요구하지 않은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 전략가들은 중요한 유권자인 이들 집단과 소통할 대리인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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