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시설관리 위탁업체 직원…법원 “파견근로자 아냐”
한국도로공사의 정보통신시설 유지·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위탁업체 직원들을 파견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2심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 판결은 해당 직원들을 파견 근로자로 인정했던 1심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서울고법 민사15부(재판장 윤강열)는 A사 소속 직원 79명이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등 청구 소송 2건에 대해 지난 26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A사는 1996년 한국도로공사의 자회사로 설립됐다가 2002년 민영화됐다. 이후 한국도로공사가 위탁한 정보통신시설 유지관리 업무를 맡아왔다.
이 회사 직원들은 A사에 고용된 후 2년 넘게 한국도로공사에 파견돼 지휘와 명령을 받으며 근로를 제공했다면서 파견법에 따른 직접 고용 관계가 생겼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2019년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고 이에 따른 임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사 직원들은 한국도로공사의 파견 근로자로 보고, 공사가 이들을 자사 직원으로 인정하거나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들의 임금 지급 청구도 받아들였다.
하지만 2심은 “공사가 A사 직원들에게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다는 증명이 부족하다”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공사가 A사에 제공한 과업 지시서는 정보통신시설의 통일적 유지관리 업무를 위한 것일뿐 A사 직원들의 업무 자체에 관한 지시가 아니다”라며 “A사는 과업 지시서보다 구체적인 매뉴얼을 자체 제작해 근로자들에게 배포했다”고 했다. 또한 A사가 한국도로공사에 제출한 일일 업무일지나 고장수리확인서는 용역 업무의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용역 대금을 정산하기 위한 증빙자료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했다.
한국도로공사 내부에 정보통신시설 유지관리 업무를 직접 맡고 있는 부서나 인력도 없는 점도 파견 여부 판단의 근거가 됐다. 2심 재판부는 “이런 점이 A사 소속 직원들의 업무와도 명확히 구분된다”고 했다. A사가 자체적으로 근로자 채용 공고를 냈고, 근로자 채용과 업무 배치, 인사 평가와 승진 등을 독자적으로 결정해 온 것도 A사 직원들이 한국도로공사의 파견 근로자가 아니라는 근거라고 했다.
한국도로공사 정보통신시설 관리 담당 직원들이 제기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은 이번에 서울고법이 판결한 2건을 포함해 1심에 총 6건의 판결이 나왔다. 이중 5건은 업체 직원의 파견 관계를 인정했고, 1건은 부정하면서 결론이 엇갈렸다. 서울고법 관계자는 “관련 사건에 대한 항소심 판단이 최초로 나와 유사 사건 분쟁 해결에 있어 판단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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