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를 40번 깎았다? ‘시원한 청량감’ 카리나도 반한 이 맥주 [나는 술로]

2024. 1. 2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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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자가 즐비한 정글 같은 주류시장에 등장한 지 이제 2달이 되는 젊은 맥주가 있습니다.

롯데칠성음료가 지난해 11월 선보인 신제품 '크러시(Krush)' 이야기입니다.

카리나가 속한 그룹 '에스파'는 2020년 이후에 탄생한 4세대 아이돌인데, 크러시 또한 4세대 맥주를 표방합니다.

하이트진로 테라와 오비맥주 카스가 맥아를 70% 내외로 넣고 나머지를 옥수수, 쌀 등을 넣은 아메리칸 라거란 점과도 다른 지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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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공법보다 감성·분위기 중시하는 MZ세대 집중
숄더리스 디자인 채용 독특한 매력…청량감 더해
테라·카스와 다른 올몰트 라거…도전은 성공할까
롯데칠성음료의 맥주 크러시는 에스파의 리더 카리나를 광고 모델로 내세웠다. [롯데칠성음료 제공]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경쟁자가 즐비한 정글 같은 주류시장에 등장한 지 이제 2달이 되는 젊은 맥주가 있습니다. 롯데칠성음료가 지난해 11월 선보인 신제품 ‘크러시(Krush)’ 이야기입니다. 아이돌그룹 에스파의 리더 카리나와 요즘 자주 보이는 그 친구, 맞습니다. 빙산을 닮아 표면에는 ‘얼음 폭발(ice blast)’라는 색다른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생김새부터 독특합니다. 요즘 MZ세대들이 좋아한다는 투명입니다. 원래 맥주는 자외선(UV)에 변질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갈색이나 녹색 병에 담는 경우가 많았죠. 투명함은 답답함을 없애고 개방감과 신선함을 전달한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 2024’에서 LG전자의 투명 올레드TV가 세계의 주목을 받은 것처럼 말이죠. 롯데칠성이 지난 2022년 9월 출시한 제로슈거 ‘소주’의 병도 투명이었다는 사실, 기억하시나요?

롯데칠성음료는 맥주가 나오기 전 수개월 동안 대학생 등 MZ세대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했답니다. 그 결과 MZ세대들이 맥주의 맛·공법보다 감성과 분위기를 중시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크러시를 내놓으면서 비주얼에 신경을 써 '눈으로 먼저 마시는’ 것에 집중했다고 볼 수 있죠.

롯데칠성음료 크러시 모델 카리나. [롯데칠성음료 제공]

익숙함과 이별한 새로운 디자인에는 기존 맥주와 차별화 포인트를 찾으려는 전략이 숨어있습니다. 평범할 순 없으니까요. 그렇게 맥주병에 있던 볼록한 어깨 모양의 형태가 사라졌습니다. 대신 과감하게 깎은 빙산 모양의 숄더리스(shoulder-leess) 디자인이 들어갔죠. 특히 이 크리스털 모양은 40번 가까이 유리를 깎아야 나오는 모양이라고 해요.

이 모든 것이 개성을 중시하는 MZ세대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죠. ‘맥주도 패션’처럼 자신을 드러내는 아이템으로 이용되는 것이 Z세대의 특징이기 때문이죠. ‘세상에 없던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개발과 마케팅에는 10명의 직원이 매달렸습니다. 영감을 얻으려 특이한 향수병부터 화장품 디자인까지 세상의 온갖 병들이 탐구 대상이었다고 하네요.

카리나도 그냥 모델이 된 게 아닙니다. 카리나와 크러시가 가진 공통점 때문인데요. 카리나가 속한 그룹 ‘에스파’는 2020년 이후에 탄생한 4세대 아이돌인데, 크러시 또한 4세대 맥주를 표방합니다. 또 ‘냉미모의 소유자’라는 수식어가 붙은 카리나가 막상 팬들 앞에서는 털털하고 재치 있는 반전 매력을 가진 점도 중요시했다고 합니다. 크러시도 차갑지만, 소비자에게 친근한 존재가 되길 바랐던 거죠.

빙산 모양 디자인으로 차별화한 롯데칠성음료의 크러시. 김희량 기자

크러시의 이름은 ‘반하다, 홀딱 빠지다’와 ‘부수다’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진 영어 단어(Crush)에서 왔습니다. 근데 왜 K가 들어갔을까요? 클라우드의 ‘K’를 가져와 뿌리를 기억하기 위해서래요. ‘100%몰트’를 내세운 클라우드의 진화 버전이라고 할까요. 크러시가 관습에 저항하고 새롭게 매혹하는 매력을 가진 제품이길 바라는 개발팀의 마음이 보이시나요?

맛도 달라졌습니다. 클라우드가 진하고 풍부한 맛과 부드러운 거품을 가진 필스너 타입의 맥주였다면, 크러시는 청량함에 힘을 준 올몰트(100%) 라거 맥주입니다. 하이트진로 테라와 오비맥주 카스가 맥아를 70% 내외로 넣고 나머지를 옥수수, 쌀 등을 넣은 아메리칸 라거란 점과도 다른 지점이에요.

롯데칠성음료는 ‘반전매력’의 소유자인 카리나와 크러시로 맥주시장에서 반전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동안 롯데칠성음료는 업계의 큰형님인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에 밀려 점유율 3%로 부진을 겪어왔거든요.

맥주의 성수기인 여름을 피해 겨울에 출시를 결정하며 정면 돌파를 선언한 도전 의식은 남다르게 보입니다. 올해 여러분은 과연 크러시(Krush)와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요(Crush)?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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