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까지 1.5㎞ 기어간다…‘이태원 특별법’ 마지막 몸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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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로 스물아홉살 아들 이남훈씨를 잃은 엄마 박영수(57)씨가 29일 낮 합장을 한 뒤 두 팔꿈치와 무릎, 이마를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땅바닥에 댔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 공포를 촉구하기 위한 이날 오체투지 행진에는 유가족 30여명과 개신교·불교·원불교·천주교 등 4대 종단 종교인까지 합쳐 모두 45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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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법 공포만이 유족 고통 줄일 수 있어”
이태원 참사로 스물아홉살 아들 이남훈씨를 잃은 엄마 박영수(57)씨가 29일 낮 합장을 한 뒤 두 팔꿈치와 무릎, 이마를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땅바닥에 댔다. 그렇게 용산 대통령실 앞까지 1.5㎞ 차로 위를 ‘오체투지’의 자세로 기고 또 기었다. 박씨는 “추웠던 그날 아이들이 느꼈던 체온이 그대로 내 몸에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국무회의에서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박씨를 포함한 유족들은 마지막까지 특별법이 공포되길 바라며 온 마음으로 몸부림쳤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 공포를 촉구하기 위한 이날 오체투지 행진에는 유가족 30여명과 개신교·불교·원불교·천주교 등 4대 종단 종교인까지 합쳐 모두 45명이 참여했다. 앞서 경찰은 이날 행진을 대통령실 앞 도로가 현행법상 집회 시위가 금지되는 ‘주요 도로’라며 금지 통고했지만, 법원이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며 허용했다. 이에 따라 유족들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 뒤 처음으로 대통령실 맞은편이 아닌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게 됐다.
회색 방진복을 입고 무릎보호대를 찬 유족들은 몇 걸음을 걷다가 오체투지 하길 반복했다. 행진이 시작된 지 10분 남짓 지나자 하나둘 숨이 찬 듯 마스크가 들썩거렸고, 땀이 쏟아졌다. 희생자 유연주씨의 아버지 유형우(54)씨는 터져 나오는 눈물을 닦아가며 오체투지를 이어갔다. 햇빛이 비치자, 땀과 눈물로 범벅된 유씨 얼굴이 반짝였다. 유족 21명과 시민들은 오체투지 행렬 옆에서 별도로 반배를 하며 대통령실까지 행진했다.
2시간가량 이어진 이날 오체투지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기정사실로 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국민의힘이 대통령에 이태원 참사 특별법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결정한 18일 후로, 유족들은 삭발(18일)→한파 속 철야 삼보일배(22일)→특별법 공포 촉구대회(27일)→삼보일배(28일) 등 온몸을 내던져가며 특별법 공포를 호소해왔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법안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이 출석해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재의결되는데, 여당이 법안에 반대하고 있어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오체투지에 앞서 기자회견을 연 유족들은 “이태원 참사의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도록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공포하는 것만이 유족들의 고통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지원책”이라며 “진실 말고 필요 없다, 특별법을 즉각 공포하라”고 촉구했다. 희생자 이주영씨 아버지 이정민(62)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도 윤 대통령을 향해 “제발 오판하지 마시길 당부드린다”고 호소했다.
유족들은 대통령실이 거부권 행사에 따른 후폭풍을 무마하기 위해 지원책을 함께 발표하기로 했다는 언론 보도에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희생자 김현수씨 어머니 김화숙(63)씨는 “아이들이 살려달라고 96번 신고했는데 11번으로 조작했다. 그렇게 살려달라고 외쳤을 때 국가는 어디 있었느냐”며 “삭발하고 오체투지를 하는 게 마치 보상이나 지원책 때문인 것처럼 말하는 게 너무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유씨도 “유가족들을 한 번만 만나보면 거부권 얘기는 나오지 않을 것 같은데, 언론 플레이만 하는 게 너무 힘들고 분노스럽다”고 했다.
※ 유족의 2차 피해 우려로 댓글 창을 닫습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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